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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하천 전문가 “4대강 보가 문명이라고? 문명이란 이름의 범죄다”

유럽 강 전문가 인터뷰 ① 독일 칼스루에 공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독일 하천 전문가 “4대강 보가 문명이라고? 문명이란 이름의 범죄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한국 강 살리기 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부산일보 기자와 함께 지난 5월 말과 6월 초 독일, 네덜란드 강 전문가를 만났다. 유럽 강 복원 경험을 통해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바람직한 방향을 살피고자 해서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필요한 구조물을 없애는 게 제대로 된 복원이라 말한다. 우리나라 4대강 역시 보를 열고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믿을 수 없어!(unbelievable!)”

우리 나이로 여든에 이른 백발의 노교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 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Hans Helmut Bernhart) 교수는 한국 4대강에서 창궐한 녹조를 바이오에너지, 화장품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있다는 것에 황당해 했다. 그는 “그런 미친 아이디어를(such crazy idea)”이라며 짧은 탄식도 내뱉었다.

4대강 녹조 활용은 학계 내 대표적 4대강 전도사인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의 주장이다. 식수원인 강에서 독성 남조류를 포함한 녹조가 번무 하는 상황에서 이를 저감할 생각보다 활용하자는 주장은 황당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오죽했으면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 정부 청와대에서도 “사람들이 웃는다.”며 박 교수의 주장을 무시했을까 싶다.

홍수 분야와 하천 복원 분야에 있어 국제적 명성이 있는 것이 베르하르트 교수다. 그는 박석순 교수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2011년 발표 논문에서 “보의 부정적 영향은 과학기술계에 이견이 없다”며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하자 “그럴 줄 알았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독일 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홍수 및 하천 복원 분야 국제적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4대강사업 문제점에 대한 강하게 비판했다. ⓒ 이철재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으로 벌인 사업

지난 5월 30일 일행은 독일 칼스루에 중앙역에 도착했다. 원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를 렌트할 계획이었지만, 초행길인데다가 마침 독일 휴일이 시작되는 바람에 길이 막힌다는 정보에 따라 열차를 이용했다. 모든 것이 낯선 일행에겐 약속 장소인 칼스루에 중앙역 대합실을 찾는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대합실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짙은 녹색 에코백을 메고 있는 큰 키의 베른하르트 교수가 보였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2014년 한국을 방문했었다. 기자는 2011년 베른하르트 교수 방한 시 전체 실무를 총괄하며 그를 처음 만났다. 8년 만에 재회였지만, 그는 기자를 기억했다. 유쾌하면서도 마음씨 좋은 옆집 키다리 할아버지 같은 인상은 여전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강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 방문 이전부터 4대강사업에 알고 있었다고 했다. 독일 RMD 운하 건설에도 참여한 바 있었던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사업 단면도를 구해서 보고 “이건 운하다.”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MB 정부는 국내외에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4대강사업이 녹색성장의 대표 사업이라고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녹색성장은 단지 ‘사업의 성장’일 뿐”이라며 “그것도 자기 측근 사업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 말고는 국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하늘에서 본 독일 운하. 베른하르트 교수는 1920년대 운하 건설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됐으나, 철도와 도로가 발전한 이후엔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 이철재

우리나라 감사원은 2013년, 2018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1920년대 라인강 상류에 맨 처음 보를 짓고 운하를 운영할 때는 경제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부턴 운영비만 많이 들고 별로 남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철도와 도로가 발달한 이후부턴 경제성이 나오지 않게됐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에선 80년 전에 포기한 사업을 한국이 왜 추진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분개했다. 그것도 독일에선 찾아 볼 수 없는 강의 자연성이 남아 있는 한국의 강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 방문 전 구글 어스를 통해 S자로 굽이치는 우리 강의 모습을 확인했다.

4대강현장에서 모래톱이 발달한 우리 강의 모습에 감탄했다. EU 규정에 따르면 강은 자연도에 따라 Ⅰ~Ⅳ등급으로 구분한다. 4대강사업 전 한국의 4대강은 최상급인 Ⅰ등급에 해당했었다는 게 베른하르트 교수의 평가다. MB 정부는 4대강사업을 복원이라고 했지만, 절대 복원이 될 수 없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불필요한 보는 해체하는 게 유럽의 하천 복원

“라인강도 운하로 이용하지 않으면 보를 없애야 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라인강이 국제 조약에 따라 운하로 사용되고 있어 당장 해체는 어렵지만, 언젠가 운하로 사용되지 않으면 해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철재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 대학 강연에서 한국의 4대강사업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굉장히 쇼크를 먹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진 않았지만, ‘쇼크’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문명국가라는 한국에서 한다는 ‘충격’과 ‘놀람’만이 아니라 ‘놀림’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MB정부는 스스로 ‘4대강사업으로 국격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실상은 2017년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4대강사업을 ‘가장 눈길 끄는 자본의 쓰레기’ 중 세 번째로 평가했던 것처럼 국제적 조롱거리밖에 안 됐다는 걸 재차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수질 나쁜 물은 많아도 소용없다.” 베른하트르 교수는 유럽 하천 복원은 불필요한 보를 해체하는 것이 복원이라 밝혔다. 물을 흐르게 하면 자연은 인간이 예측하는 거 보다 훨씬 빨리 회복된다고도 말했다. ⓒ 이철재

이런 4대강사업에 대해 국내 수많은 전문가들은 낯부끄러운 칭송을 이어갔다. 게 중에는 마지못해 언론 기고를 한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4대강사업에 부역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도 언론 기고와 유튜브를 통해 4대강사업은 잘 된 사업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런 전문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전문가가 4대강사업을 복원이라든가 생태계 개선이라 얘길 한다면 그건 전문가로서 너무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실력이 없거나 아니면 (돈에) 팔린 사람이다. 딱 그렇게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 그쪽으로 큰돈이 흘렀으니까 그 큰돈으로 그런 사람들 매수하는 게 가능했을 거다. 나는 억만 유로를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우리 사회에 ‘청부과학’ 논란이 일었지만, MB정부가 강행한 4대강사업은 ‘청부과학의 도가니’였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에 부역한 전문가의 억지는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자연성 회복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유럽 라인강, 다뉴브 강에도 보가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유럽의 하천 복원은 보가 있으면 가능한 해체하는 게 복원”이라 강조했다. “라인강 같은 곳은 국제 수로, 즉 운하로 사용하는 국가 간 조약을 맺어 배가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체는 불가능하다.”며 “운하로 이용하지 않는 날이 오면 라인강의 보도 해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 4대강 보는 이용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운하로 사용하지 않아 편익이 없으며, 소수력 발전 등 에너지도 별로 만들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보가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계속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올렸다 내렸다하는 수문 장치는 20~30년에 한 번은 완전히 갈아줘야 할 정도로 보는 관리에 굉장한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물을 흐르게 하면 강은 더 빨리 회복해

보 때문에 홍수 위험 증가도 우려된다. 독일 라인강 이페츠하임(Iffezheim) 보의 경우 퇴적토가 쌓이면서 통수단면 감소로 장기적으로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준설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관리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깜짝 놀라기 싫어서 해체하지 않는 것보단 한 번에 해체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4대강 보 해체를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일부 정치인은 4대강 보 해체를 두고 반문명적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핵폭탄도 문명의 산물이다. 그래서 좋은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문명의 이름으로 범죄도 저지르고 있다. 개발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문명에는 실패도 있다. 문명의 발달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라며 거듭 4대강 보 해체를 강조했다.

농업용수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를 짓기 전에도 농업을 했었지 않냐?”며 “문제가 없었다면 보를 해체하면 언젠가 똑 같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 퀄리티가 내려가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런 물은 많아도 소용이 없다.”면서 “아마도 보를 해체하고 물을 제대로 흐르게 하면, 4~5년 안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세계적으로 댐이나 보를 해체하고 기다렸을 때 사람이 계산했던 거 보다 훨씬 빠르게 복원된 사례가 많다.”면서 “우선 열 수 있는 수문을 전부 열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준설을 깊이 해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결국 흐르게 했을 때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된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베른하르트 교수는 “MB는 4대강사업을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했다. 그런 한국에서 보를 해체하겠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지구적 환경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강 복원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안이자 국제적으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은 미국, 유럽 등 국제적 강 복원 흐름과 괘를 같이한다. 이는 MB가 4대강사업으로 실추시킨 국격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인류의 가장 기본적 상식을 제자리로 돌리는 계기가 된다. 우리 강을 막힘없이 흐르게 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물순환 담당 안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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