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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탁에 GMO 식품이…

당신의 식탁에 GMO 식품이…

유전자조작 식품 무차별 유통 속수무책… 표시제 시행해도 단속망 허술해 불안감

주부 최소라(33·서울 동대문구)씨는 휴일이면 으레 그렇듯 이번 일요일 저녁에도 삼겹살을 준비
했다. 소주에 삼겹살을 유난히 즐기는 남편도 그렇지만 유치원 다니는 철수(6), 선희(5)도 고기
를 꽤나 좋아해 일요일 저녁을 그냥 넘기면 허전해하기 때문이다. 갓 씻어내 물이 뚝뚝 묻어나
는 상추에 밥 한 숟가락, 고기 한점을 얹고 된장을 살짝 바른 뒤 쫑쫑 썰어 담은 마늘과 고추를
곁들인다. 이렇게 한입 가득 베어문 아이들의 볼따구니만 쳐다봐도 최씨는 배가 부르다.

일요일 당번인 남편이 설거지를 끝내고, 온 가족이 TV 앞에 빙 둘러앉았다. 잔뜩 먹은 탓인지 아
랫배가 풍선마냥 볼록해진 철수와 선희는 접시에 담긴 토마토에 자꾸 손이 간다. 마침 TV에서는
9시 뉴스가 흘러나온다. “국내 식품제조업체들이 식용 금지된 유전자조작(GMO) 옥수수가 섞인
수입 옥수수를 식품용으로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공업용
이나 사료용으로만 허가된 미국산 유전자조작 옥수수인 ‘스타링크’를….”

된장, 고추장, 간장 그것이 GMO였나

공업용을 식용으로 둔갑시켰다고? 스타링크는 또 뭐지? 몇해 전 한창 떠들썩했던 공업용 우지(소
기름)라면 파동이 뇌리에 스친다. 앵커는 “식약청은 조작된 유전자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고 덧붙이지만 찜찜한 느낌
은 가시지 않는다. 혹 당장 먹은 음식 중에도 유전자조작 식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들
고.

일요일 저녁 최씨가 저녁 식탁에 올린 음식 가운데 유전자조작 식품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
무엇일까?

우선 밥은 유전자조작 식품일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일본
과 우리나라에서 유전자조작 벼를 개발했지만 시험재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상품화 단계에는 이
르지 못했다. 상추, 고추, 마늘, 김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겹살은 돼지 사료로 유전자조
작 콩이 쓰였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조작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토마토 주
스는 유전자조작 토마토를 썼을 가능성이 있지만, 알 자체로 수입되는 토마토는 없는 것으로 알
려지고 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은 유전자조작 식품일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콩과
옥수수 가운데 유전자조작 콩은 20∼50%,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20∼30%가량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밥상에 오른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식품을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국내 유전자조작 식품은 미국산 수입 콩과 옥수수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유전자조작 농산물 및 식품은 안전한 것일까? 가장 궁금한 것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기술로는 이를 명백히 판별할 방법이 없다. 정부와 소비자단체 사이에 논란만 부글부글 끓고 있
을 뿐 어느 쪽도 결정적인 단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쪽의 다툼을 잠재우려
면 유해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가 나타나든지, 과학적 검증 방법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은 이
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안전한지 아닌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은 모른다’이다.

이렇듯 애매한 상태에서 당국은 일단 유전자식품 및 농산물에 대한 표시제를 도입했다. 농림부
가 지난 3월부터 콩, 옥수수, 콩나물에 대한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식품의
약품안전청도 오는 7월13일부터 식품에도 표시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유
전자조작 콩, 옥수수, 콩나물로 만든 가공식품은 포장지에 ‘유전자재조합’이라는 표시를 붙여
야 한다. 표시대상 유전자조작 식품은 27개 품목으로 빵 및 떡류, 두부, 두유류, 영아용 조제
식, 성장기용 조제식, 된장, 고추장, 메주, 옥수수, 팝콘용 옥수수 등이다. 소비자의 알권리 차
원에서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런 의심없이 유전자조작 식품 구입

유전자조작식품을 둘러싸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98년부터. 그동안 GMO표시제를 줄곧
요구해온 소비자단체는 ‘인체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무슨 표시냐’는 식품수입·가공업체
와 팽팽히 맞서왔다. 이에 대해 농림부와 식약청은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검사기
술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업자원부는 통상마찰을 우려하면서 질질 끌어오다가 결국 판
매는 허용하되 표시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소비자들은 유전자조작 식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 6월29일 서울 양
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콩나물 포장상품이 즐비하게 진열된 식품코너에서 요모조모 살피며 물건
을 고르던 주부 김아무개(36·서울 한남동)씨는 “GMO요? 아, 유전자조작 그거요. 글쎄요. 몸에
안 좋다는 것이라고 듣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라고 얼버무렸다. 고르고 할 것도 없이 곧바
로 콩나물을 한 봉지 집어든 장문숙(34·과천시)씨는 아예 “유전자조작 식품이란 걸 알긴 하지
만, 그런 건 별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믿고 산다”고 털어놨다. 진열된 상품을 자세히 뜯어보니
한 식품업체가 내놓은 두부는 포장지에 “한국유전자검사센터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 검사를 통
과한 것”이라는 표시를 달고 있었다. 또 콩나물 포장 겉면에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 안 함”이
라고 표시된 상품도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어떨까. 유전자조작 농산물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 중구 흥
인동 중앙시장 안 양곡도소매시장을 찾았다. 이곳 양곡상인 해원상회 정종식씨는 “주로 음식점
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콩을 사간다”며 “표시제가 시행된 뒤 성분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유전
자변형 콩 포함가능성 있음’이라는 푯말을 붙여놔도 거리낌없이 사가더라”고 시큰둥하게 말했
다. 콩과 밀, 들깨 등을 여기저기 수북이 쌓아둔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광성상회 상인도 “유
전자조작, 뭐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은 없어. 그냥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만 묻고 다 사가지 뭐”라
고 대수롭잖게 말했다. 콩더미 한가운데 ‘품명: 백태(흰콩), 원산지: 중국산, 유전자변형여부:
유전자변형 콩이 아님’이라고 적힌 푯말이 눈길을 끌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는 ‘유전
자변형 콩’ ‘유전자변형 콩 포함’, ‘유전자변형 콩 포함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시하도록 의
무화하고 있지만 유전자조작이 아닌 경우는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 동행했던 농산물품질관리
원 서울출장소 조성환 조사팀장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성분검사 결과 유전자변형 콩이 아닌 것
으로 확인된 콩”이라며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 시행 이후 판매상인들이 유전자조작 콩을
안 받으면서 유전자조작 콩 수입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수산물유통공사
쪽은 올해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일체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지난 96년
이후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취급하는 가게가 불에 타기도 했던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
전자조작 식품문제가 ‘조용하게’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유전자조작 콩과 일반 콩을 눈으로 가려낼 수는 없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서
울시내에 공식적으로 ‘유전자변형 콩’이란 푯말이 붙은 건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한 상회가
가진 미국산 수입콩뿐이다. 이 콩은 시장 한쪽 구석에 시커먼 먼지를 켜켜이 뒤집어쓴 채 포대
안에 담겨 있었다. 이 콩을 한줌 꺼내 보니 알이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 게 국산 콩이나 중국
산 콩과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조 팀장은 “유전자조작 농산물 분석키트를
이용하면 즉석에서 몇분 안에 유전자조작 콩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면서도 “유
전자조작 콩이 몇%나 되는지는 지금 기술로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유전
자조작 식품 및 농산물 표시제는 컨테이너로 작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조작 콩과 일반 콩
이 어쩌다 뒤섞일 가능성을 감안해 유전자조작 콩이 3% 이상일 경우만 ‘유전자조작 콩’이란 표
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에서 정량분석법을 찾고
있지만 당장 7월13일부터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가 시행되는 데 개발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
는 형편이다.

생명윤리·안전 연대모임 박병상 사무국장은 “표시제가 시행되더라도 다국적 기업이 스스로 유
전자를 밝히기 전에는 식약청에서 검출할 수 있는 유전자조작 식품만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
며 “어떤 유전자를 썼느냐에 따라 단속망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어떤 유전자가 포함된 것인가

여기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유전자조작 농산물 및 식품을 전면 금지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당장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고 게다가 우리나라
는 농산물의 70%가량을 수입해 먹는 처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
다도 농림부와 식약청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안전성에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깔고 표시
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콩, 옥수수, 콩나물 판매업소를 상대로 1700여곳을 조사
한 결과 18곳에서 유전자조작 양성반응이 나왔으며, 이중 17곳은 미국산 콩이고 1곳은 미국산 옥
수수라고 밝혔다. 중국산 콩과 옥수수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나온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
지만 중국산 중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난 1월 중국 농무부는 유전자조
작 옥수수 재배를 공식 승인했다. 더구나 미국산과 달리 중국산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정보가 공
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국산 농산물은 유전자조작 작물이 전혀 없는 것일까. 이 부분 역시 간간이 논란이 제기
되고 있다. 고려대 생명공학원 박원목 교수팀은 지난 2월 “지난해 여름 경기도 남부와 충남 북
부지역에서 3천여개의 콩잎을 따 유전자변형 여부를 검사한 결과 10개체에서 유전자변형이 확인
됐다”며 “GMO는 경기도와 충남 양쪽에서 모두 나왔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반면, 농림부
는 “나중에 우리가 조사해보니 유전자조작 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이에대해 박 교
수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전자증폭(PCR) 방법으로 검사했다”며 “농림부가 시퍼런 잎
이 아니라 폭설이 내린 2월에 콩잎 샘플을 따서 검사했는데 믿을 수 있느냐”며 “콩나물이나 두
부 등 원료로 들여온 미국산 콩이 뒤섞이면서 농민이 이를 모르고 뿌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농가에서도 수입된 종자가 일부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농림부
는 국내에 보급된 건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재배되고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는 판단에 따라 국내 콩 및 옥수수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유전자조작 작물 재배여부를 조사하기
로 했다.

국산 농산물에도 유전자조작 가능성 있어

올 1월에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서울 종로5가에 있는 종묘상 4곳에서 팔고 있
는 10가지 콩 종자를 거둬 한국유전자검사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산이라고 표시된 종자에
서 유전자조작 콩이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서도 “조사결과 국산에서는
유전자조작 콩이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과 농산물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그러나 ‘위험한 미래’인가, 아니면 ‘근거
없는 불안’인가 하는 논란 속에서 찜찜한 가운데 유전자조작 식품은 오늘도 우리들의 식탁에 오
르고 있다.

자료제공:한겨레21 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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