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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태풍 ‘매미’를 잊기 전에

이제 태풍 ‘매미’ 관련한 피해와 복구에 대한 소식을 듣기가 쉽지 않다. 언론의 현장 중개도 그렇지만 국민들의 성금 접수도 시들해
졌다. 농사를 망친 농부의 연이은 자살 소식 정도가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물론 날마다 태풍 ‘매미’의 위력과 가공할 피해의 내용만을 들추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30명의 인명피해와 4조 7810억원의
재산피해를 겪고서도, 우리사회가 이를 연례행사쯤으로 인식하고 넘어가는 듯해서 씁쓸하다. 나는 우리사회가 지난해 태풍 ‘루사’의
비극으로부터 교훈을 충분히 얻지 못해 올해에도 태풍 ‘매미’로 인한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의 안이한 평가가 불안하기만
하다. 어쩌면 미래의 반복적인 불행을 불러오는 씨앗을 남겨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정부의 하천정책을 책임져 왔던 집단들의 책임회피와 예산타령을 듣자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은 한국의 하천정책을 수
십년간 주물러 왔으면서도, 이번에도 역시 ‘예산과 인력의 부족’ 그리고 ‘댐과 제방 등의 토목공사 미흡’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매년 3-4조의 치수 예산을 사용해 왔고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게 댐을 세웠지만, 도리어 홍수피해액이 80년대에 비해
7.5배나 늘어난 것에 대해 진지한 설명을 외면하고 있다. 언제나 기상이변과 우리 나라 기후의 특성을 탓하는 이들의 뻔뻔함과
게으름이 싫다.

관련정보1 태풍
‘매미’의 교훈과 방재정책 발전방향 토론회 요약
관련정보2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현황, 원인과 대책
관련정보3 우리나라
방재정책의 발전을 위한 제안

환경연합은 이번 태풍 ‘매미’ 피해관련 조사와 ‘태풍 루사의 수해복구사업 현장 조사’를 통해, 수해 피해의 많은 부분은 우리사회의
부적절한 토지이용과 자연을 왜곡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낙동강을 예로 들면, 낙동강 유역에 존재하던 습지의 90% 이상을 농지로
전용하여 하폭을 크게 좁혔고, 하천을 직선화해 상류의 강우를 순식간에 하류로 몰아 하류의 홍수를 유도했으며, 하구둑 등 무분별한
하천 구조물들을 설치해 홍수가 바다로 배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종류들을 예로 들었다. 덕분에 낙동강 본류의 수위는 비가
오자 마자 상승하여, 주변 농경지나 지류의 수위보다 보다 10m 이상 높은 상태로 며칠 동안 지속되면서, 제방과 지류의 갑문을
위협하고 약점을 찾아 수해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과 더 과감한 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환경의 수용능력을 고려한
하천정책’이다. 더 조밀한 댐, 튼튼한 제방, 줄줄이 늘어선 양배수장을 위한 공사가 아니라, 자연의 선택을 존중하고 물의 순환을
이해하는 하천정책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콘크리트로
싸 바르는 하천 정비 사업의 즉각 중단, 습지의 복원, 일부 농경지의 (비상 시) 홍수터로의 활용, 하구둑 등 홍수에 영향을
주는 시설물들의 해체,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특성 반영, 유역차원의 총체적인 홍수 예방 정책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의 수해복구를 위해 올해에만 9조 486억원을 지출했고, 올해의 피해 복구를 위해 또다시 7조 이상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해복구사업 비용이 지역정치인이 맘껏 인심쓰는 기회로 전락하고, 지역 업체들이 손쉽게 이익을
남기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를 잃고 외양
간이라도 고치겠다고 나선 정부가, 또다시 돈만 낭비하고 양심만 추락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환경을 지키고
배우는 것의 중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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