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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열목어의 고향, 진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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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계곡이 신음한다. 남한의 마지막 남은 처녀림이자 원시림으로 우리에게 빙하시대 유물인 열목어의 서식처로 알려진 진동계곡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진동계곡은 남설악의 점봉산과 가칠봉, 단목령에 둘러싸인 계곡으로 행정구역상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일대를 말한다. 역설적으로
이곳은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자료에 의하면 진동계곡의 원시림은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기후와 토양조건
아래서 생태계가 3~4백 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나 대규모 산불 등으로 인한 훼손이 전혀 없을 때 이룩되는 안정된 ‘극상’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 일대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백54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만은 지키자’, 한겨레신문사)
99년 백두대간 생태조사를 위해 단목령 부근을 지날 때 한 낮인데도 키 큰 전나무 숲 때문에 빛이 들어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두 팔로 힘껏 벌려도 감싸지지 않는 나무들이 수두륵 했다. 짙은 숲 내음과 맑은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곳이 바로 진동 계곡이었다.

▲입산통제구역 간판
산림유전자원 보호림 지역으로 무단입산시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요즘 진동계곡 일대는 한마디로 공사판이다. 진동계곡을 다시 찾은 것은 지난 토요일이었다. 방태천에서 진동계곡으로 오르는 초입
부근은 진동 ~ 서림간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산을 파헤쳐 흙탕물이 계곡으로 유입되고 진동1교와 진동2교, 쇠나드리교 부근에서는
새로운 교각 공사로 연실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작업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시멘트 길 위에 아스팔트를 깔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양양댐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 적재함 가득히 골재를 싫어 나르고 있고 폭 15m 쯤 되는 도로 곳곳은 파헤쳐 지고 있으며 공사를 위해
잘려진 나무 밑동은 전리품이 되어 쌓여 있다. 이런 산골까지 저렇게 넓은 도로가 필요한지 착찹하다. 도로 확장 공사 기간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약 9.8Km에 해당한다. 작년에 인제군으로 공사로 인한 오염 발생에 대해 문의하니 별반 대답이 없다. 단지 예산
문제로 공사 기간이 길게 잡았다는 것 밖에 없었다.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낚시에 몰두한 사람
이곳은 빙하시대의 유물인 열목어가 서식하는 곳이다.

작년 이맘 때, 진동계곡에서는 열목어가 떼죽음을 당했다. 눈에 열이 많아 한여름에도 섭씨 20도가 되지 않아야 하고 물 속의 용존산소가
8ppm 이상 되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열목어는 빙하시대 때 한반도로 건너온 그야말로 과거를 이어주는 어종이다. 열목어가 산다는
것은 그 주변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간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곳이 공사판이 되어 버리는 것은 또 다른
떼죽음이 떠오르게 한다. 집단으로 죽어 나가지 않는다 해도 열목어의 서식처는 그만큼 좁아져 더욱 상류로 올라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강과 계곡에서 열목어가 사라지듯 이곳도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파헤쳐진 도로
진동 계곡 곳곳이 공사판이 되어 버렸다.

진동계곡을 위협하는 것은 그 뿐만 아니다. 현재 진동계곡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곳이다. 진동계곡을 둘러싼 점봉산, 가칠봉,
곰배령, 단목령, 강선리 지역이 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연중 입산 통제 지역이다. 통제된 줄 모르고 모든 산행 장비를 메고 길을 나섰던
나는 통제 구역 바로 앞에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동계곡의 소중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곰배령과 단목령 길에서 연실 사람이 나오고 힘 좋은 지프차도 계속해서 들락날락거린다. 한술 더 떠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45인승 관광버스가 즐비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또 오른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 통제구역을 알리는 간판은
아예 있으나 마나다. 그리고 통제구역 안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외쳐본 들 소용없다.

▲쇠나드리교 옆 교량
폭 15m 되는 신작로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교량이다. 굳이 이 지역까지 넓은 도로가 필요한지 착찹할 뿐이다. 이 도로를
따라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릴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진동초등학교를 지나자 앞쪽에서 낚시대를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좀더 가보니 물속으로
낚시대를 들이우는 사람도 있다. 이곳이 정말 열목어의 고향인가? 내가 걷고 있는 도로가 마무리되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진동 계곡의 소중함은 현존 역사가 아닌 과거사가 될지도 모른다.
남한의 마지막 원시림이자 열목어의 고향인 진동계곡을 지키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도로 확장의 전리품
도로 확장을 위해 잘려진 나무 밑동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족히 3~40년은 넘어 보이는 수목 들이다. 나무가 잘려지면
계곡을 가린 그늘이 없어지고, 그늘이 없어지면 수온이 올라 열목어는 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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