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중랑천 잉어떼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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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책팀 팀장)

2003년 4월 6일, 모처럼 맞은 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화창한 일요일이라 중랑천 곳곳의 자전거 도로와 체육시설 부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엄마는 자전거, 아빠와 아이는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다니며, 짧은 머리 학생들은 하늘 높이 공을 던지며 땀을 흘린다. 곳곳에서
가족들이 모여 사진도 찍고 도시락도 먹는다. 그늘진 곳엔 자리를 깔고 소꼽장난하는 아이도 있고 책 읽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조금만 물이 깊다 싶은 곳에서는 깊게 웅크린 낚시꾼들이 모여 있다. 중랑천 서울 구간 20km 양안마다 이런
모습이 쭉 이어지고 있다.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곳은 수중보 부근이다. 아무래도 수중보 부근의 수심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면목천 합류전 수중보 구간은 높은 경사도에 계단식인 수중보로 어디보다 많은 꾼들이 모여 있다. 양쪽으로 300여명의
낚시꾼들이 저마다 2~3대의 낚시대를 들이 우고 연실 떡밥을 주무르고 있다. 2001년 6월에 낚시꾼들을 대상으로 간이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었다. 10명 중 5명은 손맛만 보고 다시 놓아준다고 했다. 그리고 3명은 식용으로 이용한다고 했고 2명은 아예 대답을
회피하였다. 사람들이 중랑천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부터였다. 그러나
중랑천은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서울 도심 하천 중 가장 오염이 심한 중랑천은 매년 연례 행사처럼 잉어떼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2000년 4월에는 살곶이 다리
부근에서 수만 마리의 잉어떼가 집단 폐사하였고 6월에는 상류인 군자교 부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2001년 5월에는
또 상류인 이화교 부근에서 수천마리의 잉어떼가 죽어 나아갔다. 2002년 4월에도 한천교 부근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었다.
‘올해는 잉어떼가 무사할까?’ 걱정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장평교와 군자교사이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물가로 바짝 모여들어 물 속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어른 팔뚝만한 잉어 수백마리가 서로 뒤엉키고 물을 차며 낮은 하천변을 배회하고 있다. 극히 보기 드문 현상이다.
문득 몇 년전 떼죽음 사건이 생각나 핸드폰에 119를 찍어 놓고 불안히 지켜보았지만 다행히 잉어들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머리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지금이 ‘산란철’이라는 것이다. 수백마리의 잉어들은 산란할 장소를 찾으려 낮은 곳으로
몰리는 것이다. 어려전문가 조호석 선생님에 따르면 잉어는 수심이 낮은 곳에 있는 수초에 산란을 한다고 한다. 수심이 낮아야 알이
부화하는 적당한 온도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랑천에는 수초가 없다. 하천변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그마나 풀이 돋은 곳은 물과 멀다. 그리고 물 속에는 녹조만 있지
잉어들이 산란할 수 있는 수초는 없었다. 결국 잉어들은 본능을 억제할 수 없어 모래나 하천 바닥에 산란을 하지만 부화율이 극히
떨어지고 십중팔구 다른 종의 먹이가 된다는 것이 조호석 선생님의 말이다.

제대로 산란을 하지 못해서 일까? 요즘 심심지 않게 ‘잉붕어’, ‘향붕어’란 희안한 놈이 생긴다고 한다. 잉붕어란 잉어와 붕어의
이종 교잡으로 생겨난 놈이고 향붕어는 비슷한 경우로 생김새는 붕어인데 지르러미가 잉어와 같은 놈을 말한다. 중랑천의 상황을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잉어들의 본능에 의한 때아닌 수난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급히 낚싯대를 들이 우는 사람이 있다. 미끼를 끼우지 않고 바늘을 바짝
당긴 후 물 속으로 튕겨버린다. 그리곤 곧바로 댕겨 버린다. 후르치기 낚시였다. 잉어의 주둥이든, 아가미든, 지느러미든 몸 어디에라도
걸려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요행히 잡히지 않고 상처만 입은 잉어라 하더라도 상처로 세균이 침입해 오래 살지 못한다. 찹찹한
생각이 든다. 새로운 생명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는 중랑천에서 인간들은 날카로운 바늘을 휘두르며 즐거워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중랑천의 어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3가지 방안을 밝히고 있다. 첫 번째는 인공적으로 공기를 물 속으로 불어넣는
시설을 살곶이 다리 부근에 설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강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인공수초를 심어 산란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아예 물고기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하류 용비교 아래에 철망을 쳐 두는 것이다. 2000년 물고기 떼죽음 이후
실시한 조치이다.

그러나 물고기 수난은 2001년에도, 2002년에도 벌어졌다 2003년에도 벌어지고 있으며 더욱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언제쯤
도시하천에서 잉어가 본능에 의해 산란을 하고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을지……!

중랑천 하류에서는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주변에 어떤 공사인지 안내판조차 없다. 최소한의 오염을 막는 펜스조차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중랑천 물고기 떼죽음 사건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나 보다. 제발 올해만은 떼죽음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길
하늘에 바랄 뿐이다.

▲ 암수가 서로 몰려다니며 산란할 곳을 찾고 있다. 그러나 중랑천에서 그들이 원하는 곳을 찾기란 어렵다.
▲ 척박한 환경과 잉어의 본능으로 인한 수난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민들과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
▲ 성동교 아래에서 무슨 공사인지 알 수 없이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오염 방지를 위한 펜스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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