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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물위원회 창립기념 토론회 – [참고자료]난개발이 화불렀다

부1 : 난개발이 화불렀다(강원도민일보, 2002. 10. 4)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비가 퍼부었다, 8월 마지막날 강원도 영동지역에 지난밤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시간이었다. 높은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밤새 피해 다니다 아침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남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모두 쓸어가 버렸다. 집은 반쯤 쓰러져 있고, 산비탈에
있던 옆집은 흙더미로 변해 버렸고, 집앞 도로는 보이지도 않는다. 마당에 세워 두었던 자동차
는 사라졌고, 죽은 돼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천의 제방은 흔적도 없고, 그 너머 논에
는 자갈이 어디서 왔는지 채워져 있다.
황량하다. 밤새 두려움과 안타까움 속에 눈도 못 붙이고 울었던 탓에, 이제 눈물도 말라버렸
다. 그저 멍할 뿐이다. 갑자기 지난밤의 공포가 떠오른다. 정말 무서웠다. ‘물바다’가 몇 년
전 겪었던 ‘불바다’보다 더 무섭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지난 몇십년간 아무 탈도 없었는데, 그런대로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았는
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어려운 시절 땅 한평이라도 더 얻기 위하여 하천안의
‘물의 땅’을 제방이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강제로 빼앗았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하
천변에 높게 쌓은 제방이 즐비하다. 그것이 물을 하천내로 가두어 버린다. 물이 놀고 숨쉴 수 있
는 공간(홍수터 : 홍수가 나면 제방이 없을 경우,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지역)이 사라
져 버렸다. 그리고 소위 ‘기름진 논밭’이 생겨났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고, 널
리 장려되었다.
우리는 성난 물의 분노를 보았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자신의 땅을 몇십년에 걸쳐 야금야금
빼앗기다 마침내 화를 내었다. ‘내 땅은 여기였노라’라고 웅변하면서, 하천에다 자신의 영역
을 표시하였다. 아주 명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자, 이제 돌려주자. 물이 놀고 숨쉴 수 있는 ‘물의 땅’을 물에게 돌려주자. 세상이 달라져
이제는 쌀한톨이 그렇게 아쉬운 시절이 아니다. 그리고 몇십년간 쌓아왔던 노력이 ‘자갈논’으
로 바뀌어진 모습을 보았지 않는가. 홍수로 나타나는 ‘물의 분노’를 제방이라는 도구로 잠재
울 수 있다는 망상에서 이제는 깨어나자. 물에게 ‘물의 땅’을 원래대로 돌려줌으로서 물과 더
불어 사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치수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제방축조로 대표되는 인간의 치수기술로는 홍수를 완벽하
게 방어할 수 없다. 홍수터, 저류지, 습지 등의 관리를 통하여 홍수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는 새
로운 개념에 의한 치수정책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예를 보자. 하천제방은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천 가까이에는 높이가 낮은
‘여름제방’이 있고, 더 멀리에는 높이가 높은 ‘겨울제방’이 있다. 여름제방과 겨울제방 사이
에는 농경지가 있고, 주거지는 겨울제방 밖에 위치하고 있다. 홍수가 나면 물은 자연스럽게 여름
제방을 넘어서 두 제방사이에 일시적으로 저류된다. 그러면 하천수위는 낮아지게 되고, 홍수에
의한 피해는 예상되었던 방식으로 극히 제한적인 규모로 발생한다.
홍수터 관리를 통한 치수정책의 전환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왜냐면 제방붕괴로
인하여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방으로 홍수를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
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물과 더불어 사는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자. 하천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자. 이를
위해 하천변에 유실되거나 매몰된 농경지를 국가가 구입하거나 보상하는 비용은 당장은 클 것이
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제방재축조 비용과 농경지복구 비용 그리고 홍수범람으로 발생할 사회
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결코 수지맞지 않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물의 분노’
를 보았지 않았는가.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부2 : 탁상행정이 재난키웠다(강원일보, 2003. 9. 18)

지난 일요일(9월 14일) 태풍 매미가 지나간 동해안 어느 수해현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
다. 작년 루사 때 부서진 집을 다시 짓고 흙으로 뒤덮인 논을 겨우 복구하였는데, 이번에 다시
벼가 자라고 있는 복구된 논이 흙으로 뒤덮였다. 2년 연속 논에서 수확하지 못한데다 집짓는다
고 융자한 빚이 할아버지의 주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었다.
누가 이 책임을 져야하는가?
작년 루사 후 강원도의 수해복구 지침은 ‘강원도형 개량복구’였다. 이것은 ‘친환경적 항구복
구’로 해석될 수 있고, 따라서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지침이었다. 루사 때 강우가 다시 발생하
더라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설계조
건이 대폭 강화되어 지방 1, 2급 하천의 경우 100년, 소하천의 경우 50년 이상의 빈도를 가진 강
우가 발생하더라도 안전한 설계가 되었다고 하였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금번 매미에 의한 강수량은 강릉의 경우 310mm, 동해의 경우 210mm로 관측
되었다. 작년 루사 때 보다 반이하의 강수량에 의하여 아까운 인명피해는 접어두고 수해복구공
사가 거의 완료된 하천에서 하천제방이 유실되고,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되고, 공사 중인 교량의
상판이 유실되는 등 재난이 발생하여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하여간 뭔가 잘못되었음은 분명하다.
그 원인이 설계 또는 시공 잘못이라면, 기초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이 책임질 일이다. 어느 지자체
처럼 담당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구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인가? 작년 루사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피해조사 및 복구에 관련된 업무로 정시퇴근은 물론 휴일도 잊은지 오래였다. 그리
고 그 많은 민원에 의해 파김치가 되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담당공무원을 격무에 시달리게 하여 직무유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
게 되어있는 재난복구시스템에 있다.
하천복구를 위한 설계가 3-4개월 만에 긴급하다는 이유로 긴급하게 이루어졌다. 일부 설계보고
서를 검토하여 본 결과, 수해피해 현장을 가보지도 않고 계획을 수립한 경우도 있고, 하천설계
를 위한 기초적인 수리학(水理學)적 해석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현제도하에서는 담당공무
원이 설계보고서를 검토하게 되어 있는데, 5-6명으로 구성된 방재팀에서 수백 건에 이르는 설계
보고서 검토와 그에 따른 발주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그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전문
지식이 있다하여도 시간적으로 볼 때 수박 겉핥기식 검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하천치수와 관련된 모든 설계보고서는 하천법에 의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에서 심의하게 되어 있는 반면, 수해복구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긴급복구라는 이름하에 무리한 복구일정에 맞추기 위해 일부 비전문가들이 설계에 참여하고, 담
당공무원은 설계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설계가 수립되고, 따라서 수해복구
현장이 다시 수해를 입어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자연재해대책법에 의한 수해복구를 위한 행정절차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생색내기 위한
부처 또는 기관별 힘겨루기 행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해발생후 지자체에 예산배정을 하는
행정절차가 뭐가 그리 복잡한지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수해복구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설계단계에
서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다. 다시 말하면 수해복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 아니라 아
예 첫 단추가 보이지 않는다. 기술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행정편의주의이다.
자연재해 복구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행정편의를 위하여 행정관료가 만들어 놓은 기존 시스템하에서 기술관료는 그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자연재해 복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기술관료가 중심이 된 시스템하
에서 고도의 기술적 판단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자연에게 또 값비싼 수업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매미에 의한 수
해의 경우, 인재의 요소가 훨씬 많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스템이 그 주범이다.
수해현장에서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으리들께서 하시는 일을 어떻게 하겠냐?’
부3 : 수해복구 첫단추는 ‘자연복원’(경향신문, 2003. 10. 27)

자연재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줄일 수는 있다. 재해를 예측하고 피해를 줄임으로써 재해를 어느 정도 비켜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0여년동안 우리나라에선 재해가 늘어만가고 있다. 재해에 의한 경제적 손실도 매
년 증가해왔다. 마침내 작년에는 태풍 ‘루사’에 의해 기록적인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만 약 6
조원이고 이에 대한 복구액은 9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올해 ‘매미’도 만만찮은 피해를 남겼다. 피해액만 4조8천억원, 복구액은 약 7조원으로 추정
된다.
이처럼 태풍피해가 매년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을 무시한 개발위주 정책 때문이다. ‘물이 숨쉬고 놀 수 있는 공간
을 돌려달라’는 자연의 요구와 ‘계속 그처럼 개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자연의 경고
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개발에 매달려온 것이다. 하천시설물을 초토화시키는 개발을 지속적으
로 펴오면서 화를 스스로 부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비
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작년 루사가 발생했을 때 수해의 근본원인을 찾아 처방하는 ‘항구복구’와 올해 장마
이전인 6월말까지 복구를 우선 완료하는 ‘긴급복구’를 동시에 시행한다고 했다. 이는 두마리
의 토끼가 아닌, 두마리의 사자를 동시에 잡자는 탁상행정의 전형이었다. ‘항구복구’와 ‘긴급
복구’는 양립할 수 없는 견원지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올해 루사의 절반 정도 강우량을 동반한 매미에 의해 작년과 거의 비슷한
양상의 피해를 입었다. ‘항구복구’는 이름뿐이었다. 공사중이던 수해현장이 매미에 의해 유실
되면서 기성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들은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루사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
난 건설업체들이 밤낮을 잊고 수해복구공사를 했는데도 매미가 왔을 때 공사를 끝내지 못한 현장
이 많았다. ‘긴급복구’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수해로 침수된 집은 추위가 닥치기 전 11월말까지, 유실된 농경지는 농사철이 오기 전 4월말까
지, 파괴된 하천구조물은 장마가 오기 전 6월말까지 복구되도록 시간계획표를 만들었다. 누가 봐
도 그럴 듯하다. 거기다가 항구복구, 개량복구까지 요구했다. 중앙부처는 이런 시간표를 기준으
로 수시로 복구 진행상황을 점검하였고, 담당공무원은 많은 민원과 감사에 파김치가 되었다. 탁
상 앞의 행정관료에게만 바람직한 시간표였을 것이다.
며칠전 건설교통부가 매미에 대한 수해복구공사를 내년 장마 이전 완료하도록 특별지침을 마련
해 작년에 이어 또 기초지자체에 하달하였다. 정부 방침에 의해 피해상황은 매미 발생 후 5일만
에 집계되었지만, 집계 후 한달이 지났는데도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의해
아직도 예산편성이 표류하고 있다. 실제 복구를 담당해야 할 일선 지자체는 꽉 짜여진 시간표대
로 긴급복구하려면, 그것도 항구복구하려면 또 많은 무리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긴급하
다는 이유로 긴급하게 진행될 부실한 설계와 무리한 공사일정 단축은 부실한 복구로 이어질 것
이 뻔하다.
급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은 임시복구가 거의 완료단계에 있다. 항구복
구를 위해 긴급복구는 버리자. 항구복구의 요체는 피해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자연에 순응하는
견실한 복구계획의 수립에 있다.
이것이 수해복구의 첫 단추다. 루사와 매미에 지불해야 하는 복구비가 우리나라 내년 예산의
약 14%인 16조4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료출처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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