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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청계천복원을 위한시민 대토론회 – 문화도시의 역사적 현재성 : 전태일 기념공간의 시대적 당위

문화도시의 역사적 현재성 : 전태일 기념공간의 시대적 당위

1.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현재의 삶은 척박해진다. 만약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느 지점인가를 잘 알 수 없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좌표를 설
정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를 잊어버린다면 미래의 전망은 맹목적인 것이 되기 쉽다. 그래서 과
거의 기억은 미래의 지표이다. 낡고 사라져서 없어져 버리기 너무나 쉬운 과거의 기억은 그것을
챙기고 남겨두려는 사람과 그것을 묵살하고 뭉개버리려는 불순한 기득권자와의 불가피한 대결과
정을 거쳐야 살아남아 역사에 제 자리를 잡는다. 이 기억투쟁에의 동참 여부는 문화와 야만을 가
르는 경계선상에서 어느 편과 손잡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서울특별시 시장은 과거사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기억과 기록에도 관
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에 현대사 역사공간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
져 내리는 역사공간을 지키고 가꾸고 이어나가야 한다. 복원은 자연의 재생일 뿐만 아니라 그 동
안 잠자고 있었던 과거 기억의 부활이어야 한다.

2. 보통 600년 서울시의 역사를 말한다. 그 이전과 이후의 역사는 없는 것처럼 간주된다. 선사시
대나 백제시대, 후삼국시대의 유물은 크게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이후의 역사적 문화유
적도 천대받기는 매 마찬가지이다. 특히 제도교육기관에서 현대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매우 각
박하다. 따라서 1970년대 대표적 사건인 전태일열사의 분신현장을 복원하고 추념하는 일에 대하
여 기존의 역사권력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왕조와 기록
문서와 거창한 것과 지배자의 것에만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그처럼 많
은 노동자 형제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참된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을 부르짖어 온 많은 청년학생
은 물론 전세계 더 많은 시민사회의 대다수 성원들에게 전태일은 하나의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살아남아 평등과 평화를 노래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어 왔다. 따라서 전태일에 대한 기억을 되살
려 내려는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간절한 요청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오히
려 너무 때가 늦은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1960년대 이래 산업도시로서 서울은 ‘무작정 상경’하는 농촌 청소년, 소녀들이 동경하는 문화대
상이었고, 개발연대의 시기에 경제성장의 견인차, ‘조국근대화의 역군’이라고 입으로만 칭송되었
던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수출입국의 경제계획도 수립될 수 있었고, ‘아
시아의 네 마리 용’이 되어 경제기적의 꿈도 수치상으로는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들의 희망과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았고, 사회적 천대와 멸시, 소외와 고통 속에서 인내를 강요
받아야 했다. 이제 그들의 젊은 날을 기념할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다.

3. 전태일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불살라 던져버림으로써 인간해방과 민중사랑, 노동형제
애를 매우 큰 문화유산으로 우리들에게 남겨 주었다. 그의 이야기와 운동정신은 노동운동과 노동
조합, 노동교실, 준법투쟁, 노동3권으로만 살아남았다. 이제 살아남은 자들이 모여 전태일 당신
이 살아왔던 바로 그 자리에 그를 기리는 물리적 공간과 그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와 그의 아름답
고 거룩하게 빛나는 정신과 용기, 신념과 투지를 아로새긴 역사적 실체를 되찾고자 한다.

이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및 기념공간의 확보를 위한 범국민추진기구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
국 노동열사 기념 공간 확보 범국민 추진기구는 서울시민과 노동형제 뿐만 아니라 통합과 개혁
을 위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는 모든 사람들의 참여 속에 만들어 져야 한다. 물론 전태일열사기
념사업회가 존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서울시의 전태일열
사기념 공간확보 범국민추진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전태일로(路), 전태일거리, 전태
일기념광장, 전태일기념공원, 전태일기념관, 전태일산업노동박물관 등이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
에 추진, 완성되어야 한다. 서울특별시 당국은 이와 같은 범국민적인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그
이행계획을 시민과 함께 수립하고 즉각 집행하여야 한다.

4. 어떤 공무원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국민들이 피와 땀과 눈물에 젖은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과
인력으로 거리의 나무를 잘라낸다. 한편에서는 공무원들이 나무를 심자고 떠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나무를 사정도 보지 않고 마구 잘라 버리는 행정을 수십 년간 반복해 온 것이다. 그
러면서도 예산이 부족하고 사람들이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을 해대는 것이다. 그
들은 왜 나무를 자르도록 일을 만드는가? 한번 잘못 책정된 예산과 인력을 사용해야 살아남기 때
문이다. 도시의 가로수들이 해마다 겪는 가지치기 때문에 얼마나 볼 쌍 사나운 모습을 보이는지
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의 울창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분명하게 알아차
릴 수 있다. 도시의 거리에 서있는 수많은 나무를 있는 그대로 놓아 두어라!! 그것은 서울을 살
리는 또 다른 길이다. 그 동안 이런 반환경적인 일부 공무원들과 건설사업자들이 일을 꾸미고,
복원사업을 구상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부 공무원들이
이런 마음가짐과 업무자세를 바꿔야만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되살아 날 수 있다.

5. 청계천변을 복원한다는 것은 자연의 질서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개발독재시대에 국민의 이
름으로 국가안보의 미명아래 무분별하게 축조되었던 인공의 질서를 해체한다는 의미이다. 그 동
안 인공물은 자연과 함께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게 많은 부담과 비용의 지출을 요
구해 왔다. 청계천복원은 개발비용을 세 번씩 들이는 공사이다. 처음에는 자연을 뒤덮는 복개공
사를 할 때이고, 두 번째는 걷어내는 해체와 제거공사를 할 때이고, 세 번째는 복원공사를 하면
서 들게 될 엄청난 비용과 인력과 수고일 터이다. 여기에는 교통통제를 해야하는 당국자와 통행
인, 주변 상인들, 거주민들의 불편과 수고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틈새에 새로운 해방공간으
로 한 노동열사를 추념하는 당당한 모습의 문화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효율
성’과 ‘속전속결’로 미화되어 왔던 과거 ‘인공물의 질서’로부터 ‘또 다른 질서’로 변혁되어야 하
기 때문이다.

6. ‘또 다른 질서’는 ‘새로운 자유의 질서’이다. 이 ‘새로운 자유의 질서’는 단순히 복고적인 자
연의 질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되살아나는 ‘회복의 질서’이며 자연이 인간과 함께
하는 ‘공존의 질서’이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할 때만이 자신의 존재의의를 자각할 수 있다. 이
원형 회복과 공존의 미학은 인간성 상실과 사회경제적 소외와 정치문화적 고립의 질서에 저항해
온 노동투사들에게 그 향유의 기회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 새로운 문화공간은 상처받은 모든
사람과 헐벗고 힘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안식과 평온을 안겨 주는 새로운 질서의 공간이어야 한
다. 과거의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항거하는
모든 투사들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여야 한다. 누구도 이런 ‘또 하나의 역사
적 대세’를 가로막을 수 없다. 아무도 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누구라도 이 유장한 역
사의식에 존경을 표하고 전태일을 기리는 사업에 동참하고 제대로 된 자연복원사업이 원만하고
충실하게 완성되기를 기원해야 한다.

자료출처 : 환경정의시민연대
글 : 허 상 수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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