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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방안토론회 – 문화도시 서울만들기, 비젼과 전략

문화도시 서울만들기, 비젼과 전략

Ⅰ.문화 도시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서 우리는 문화도시를 “시민들이 쾌적한 일상생활을 영위
할 수 있도록 기본이 바로 선 도시”, 다시 말해서 도시 구조적 측면에서 적정하며, 기능적 측면
에서 원활히 작동되고, 형태적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를 선행조건으로 언급하였다. 또한 문화
도시란 고유한 자기정체성을 갖고 공공성이 확장되고 보장될 뿐만 아니라 삶이 문화가 되며 문화
도시를 위한 접근이 문화적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는 다시 말해서 문화도시 서울 만들기의 비젼이기도 하다.
서울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근대화 과정에서 역사도심을 무분별하게 파괴함으
로써 역사적 원형을 많이 훼손시켜 서울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혼란스런 도시 이미지를 안고 있
다. 그러나 옛 서울과 현대서울이 중첩되어 있는 상황에 적절한 질서를 부여한다면 서울만의 독
특한 개성이자 매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혼재, 중첩, 대립은 서울의 중요한 잠재력이
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특별한 공간화 전략이 필요하며 공간적 전략은 마땅히 서울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
을 기반으로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역사적 도시의 상징으로써 세종로 지구를 문화지구로 조성하고 종로를 상징거리로 조성하
며(4대문을 복원하고 성곽 순환도로를 조성) 도성을 복원하고 도시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도시
녹지체계 및 도시 수공간을 조성)으로부터 ‘서울의 도심 문화의 골격을 재편한 것을 제안하였
다. 또 한편으로 이와 함께 일상적 삶의 다양한 공간들, 예컨대, 주거, 상업, 휴식, 생산과 관련
된 공간들을 재편한 것은 문화공간을 기획하는 것 보다 더 근본적인 일이며 실로 이것이야말로
문화도시의 출발점이자 도달점이라고 할 만하다.
주거, 생산, 상업의 각종활동이 이루어지는 일상공간에서는 일차적으로 기능적 요구를 충분히 만
족시켜야 하며 나아가 공공성, 쾌적성, 안전성과 함께, 독자성 등의 가치가 추구됨으로써 문화적
인 삶의 장이 되는 것이다.
즉 문화도시의 일상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적 연속성과 정체성을 갖춘 것이 요청되며 이는 도시의
시공간적 퇴적을 뜻하며 한 시점에서 도시가 갖춘 물리적 공간의 형태적 연속성을 뜻한다.
일상적 공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강조하는 것은 상징거리를 조성하고 역사적 거리를 만
드는 것에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이와 함께 병행해서 사고해야 할 기본이다.
즉 ‘보여 주기 위한’ 인위적 ‘조성’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간과 함께 만들어지는 본질적인 것이
다.

Ⅱ.비판

그러나 이러한 비젼이나 제안들은 상식에 속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장기적 전망과 긴 호흡에서
만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정책 입안자나, 집행하는 사람들이나 시민들이 ‘문화’를 대하는 가치와 태도에 달려 있
다. 또한 아무리 이상적인 계획이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서울시)간의 갈등에 얽매여 있다
는 점과 그 무엇보다도 ‘불안과 분열’을 그 특징으로 하는 서울의 공간 문화적 다양성의 배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적이윤추구의 방임적 논리가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한 긴 시간을 통해 퇴적시켜
온 공간성을 해체하고 배제하는 것은 지속 될 것이다. ‘문화란 가난해서 초대하기 거북한 먼 친
척’ 같이 ‘문화’를 대하는 한, 단시간 내에 도시는 문화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가고 끌고 가야만 하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만이 문화 도시를 만드는 첫걸음이
다.

Ⅲ.주체의 상실

문화도시를 위하여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대안을 갖고 있어도 그것이 지속적으로 실현될 가능성
이 희박한 것은 ‘문화’ 또는 ‘정신’을 도심 공간의 중심에 배열하려는 항구적인 주체가 없기 때
문이다. 그것은 ‘시’ 나 ‘정부’가 밀어 부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시민’들이 희망하고 공감하
는 ‘공동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행정수도가 이전하여 북악산 일대를 점유하고 있는 청와대가
사라지고, 정부 제1청사, 문광부와 미국대사관이 빠져나가기 전에 세종로 일원을 문화적 공간들
로 재편하는 것에 시민들이 공감한다면, 지금이 아마도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의 축을 역사적 도
시답게 새롭게 탄생시킬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세종로가 조선왕조 시절에는 왕권의 상징적
인 마당이었다면, 그 후 일제침략의 전진기지가 되었다가 폐쇄되고 현재까지 외세와 정치권력과
대자본의 힘이 혼합된 강력한 축으로 작동되다가 비로서 역사 문화적 축으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
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심을 막연한 국제도시로 만들기 이전에 요청되는 것은 역사와 문
화의 힘을 도시발전의 또 다른 관성으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을 만드는 일이다.
이는 시대의 요청이자 서울을 그 근본에서 근대화시키는 일이다. 사실상 서울은 그 삶의 외형에
서 들어난 형식이나, 도시가 작동되는 시스텀에서 소위 근대화를 이룬 듯 하지만 사실상 도시
근대화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반인간적이고, 반자연적이며, 반역사적이고, 반문화적인 악순환
을 재생산하는 ‘도시 시스템’을 학습해온 것에 불과하다. 이는 다시 이 도시를 사는 사람들에
게 ‘관성’으로 작용하여 그 이외의 삶의 가능성이나 여타의 도시작동기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만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건강을 챙기고, 매일 새벽같이 산에는 오르면서도 자연을 파
괴하고 산자락에 지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있으며, 산을 사랑하고 봄이 오면 꽃놀
이를 하여도 이웃은 적대시하고 공동체를 말하면 비웃기 일쑤다.
이들은 아파트 정보에 관해서는 해박하여도 연극 한편 보러가기 어렵고 건폐율, 용적률은 빠삭해
도 비오톱이 무엇인지는 모르며, 조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도 아파트 재건축을 하면서 20년
생 아름드리 나무가 뽑히고 잘려도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살던 집을 억지로라도 때려 부술 수 있는 재건축 허가가 나오면 “경축”이라는 프
랑카드를 내다거는 사람들이다. 이자계산은 귀신같이 하여도 환경적 손실에는 둔감한 사람들, 외
국의 좋은 도시를 이야기할 때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도 정작 공공의 이익을 위해 땅 한 평 내 놓
는 것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키려는 사람들, 쓰레기는 매일 내다 버려도 내 집 앞에는 쓰레기
소각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버티는 사람들. 자신도 죽으면 화장하게 될지라도 화장터가 곁에
있으면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파트에 당첨되는 일이라면 온 가족이 밤새워 줄을 서는 사람들에게 역사 문화도시란 무
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찌하다 이렇게 되었는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몰아세웠는가?
왜 사는지를 스스로 물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도시나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지난 시절 이 도시 사람들은 천민자본주의를 온몸으로 학습해 왔고 이를 두고 세계의 사
람들은 한국인들의 역동성 또는 근면함으로 추켜세워 왔다.
공동성이나 공동체적 가치보다는 사적이익의 이기심으로 충만한 우리들은 결국 삶의 열정보다는
삶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도록 강요되어 왔다.
근대적 주체는 상실되고 시뮬라크르만 남았다. 중산층을 겨냥한 아파트라고 하는 대형 주택상품
을 소비하는 과정 속에서, 모델하우스를 드나들면서 사람들은 거주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거주의
모조품에 눈이 멀었다.
상실된 주체에게, 취향은 난무하면서도 문화가 부재하는 이들에게 도심의 중심부를 아파트나 주
상복합건물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쾌락과 잊혀진 정신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전환시켜야 할 전략
은 바로 서서히 시민들에게 공동의 선을 회복시킬 주체를 되돌려 주는 일이다.

Ⅳ.이성과 주체의 결합

그리하여 주체가 다시 이성과 결합할 때 비로서 시민이 탄생하고, 기본이 바로선 도시에 대한 비
젼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기획하고 전략을 짜는 일은 이런 시민을 위할 때 가능한 것
이지 정책입안자나 계획가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
한 공간의 전략은 분양받고, 당첨되는 행위로부터 거주하는 시민을 만드는 일과 ‘병행’할 때 가
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에게 비젼은 없다.

글 : 정 기 용(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위원장)
자료출처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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