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현장소식] 희망을 보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아주세요!

희망을 보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아주세요!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금강을 지켜주세요.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금강의 고운모래와 자갈밭을 기반삼아 살아가는 나는 흰목물떼새입니다. 여러분은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수천년간 금강에 있는 작은 하중도와 모래톱에서 번식을 하고 살아왔습니다. 금강과 주변의 작은 하천들에서 언제나 제 친구들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래톱과 하중도 낮은 물에 서식하는 수서곤충들이 저의 먹이입니다. 예전에는 강에 먹을 것이 넘쳐나서 저 말고 다른 새들도 참 많이 찾아왔었지요! 다양한 새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도우며 정겹게 살 수 있었습니다. 금강은 저에게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강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천에 작은 댐을 만들고 모래와 자갈을 퍼가면서 제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졌습니다. 먹이가 줄어들고,  쉴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저는 그것을 바꿀 힘이 없었습니다. 위태위태한 환경에서 힘들게 적응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자 멸종위기종2급으로 지정하고 앞으로는 보호해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도 흰목물떼새가 많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 했습니다.

금강에서 살아가는 흰목물떼새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보호종으로 지정됐어도 공사는 멈추지 않더군요. 그러다 제 인생에 가장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벌써 10여년이 다 되어가네요. 2009년 금강에 나타난 굴삭기는 모래톱과 하중도를 모두 없애 버렸습니다. 제가 지내던 하중도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모래가 사라진 이후 다시 모래톱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지만 쉽게 만들어지지 않더라구요.

친구들에게 소식을 들어보니 금강에 3개의 대형댐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중도와 모래톱이 다시 생기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어쩌다 작은 곳에 모래톱이라도 생기면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저는 번식을 포기했습니다. 간신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공주보 건설전에 모래톱의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공주보건설후 사라진 모래톱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강가에만 나오면 먹을 수 있었던 제첩과 다슬기 수서곤충 등이 사라져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먹이가 사라지면서 굶기를 밥먹듯이 했지요. 한 해 한 해 버티며 살아오니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런 고통을 가중시켰던 것이 여름철 발생하는 녹조였습니다. 녹색으로 물들어버린 강에서 병을 얻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안전한 먹이터가 되지 못하는 금강이 되었습니다. 녹색이 참 아름다워보였지만 그안의 생명들에게는 치명적인 존재였습니다. 녹조는 해가 갈수록 더 짙어졌고, 녹조가 안생기는 곳을 찾기 어려워 졌습니다.

금강에 녹조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어느 해(2014~2015년)인가는 큰빗이끼벌래가 온바닥을 뒤덮었습니다. 전 그해 북에서 이야기하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바닦에 서식하는 작은 생명들을 덮어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두 해를 보냈습니다.

전 그나마 아직까지 살아 있어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커다란 댐에 물이 가둬지기 시작한 그 해 금강에는 수십만마리의 물고기가 죽었습니다. 이렇게 죽은 물고기는 저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금강에 있는 강식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요.

저는 이제 벌써 쭈그렁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번식이 저의 유일한 삶의 가치인데 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더 빨리 늙은 듯 합니다.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세상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금강에 다시 모래톱과 자갈밭이 생겨난 것입니다. 번식을 할 만한 곳을 찾은 것입니다. 번식만 할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갈 동기가 됩니다. 모래톱과 하중도가 생겨난 자리에 새생명이 돌아올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흰목물떼새 알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전 올해 다시 금강에 번식을 했습니다. 작은 새끼 3마리를 지금 열심히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모래톱에 가보니 제첩도 다시 돌아왔더군요.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조사한 겨울철새 조사에서는 종수와 개체수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제 친구들이 늘어났다는 거죠! 그중 반가운 친구는 황오리입니다. 4대강 사업 완공 저처럼 모래톱을 좋아하는 황오리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나이든 저도 이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길러내는 일이 힘들지만 저의 본분을 다할 수 있는 지형이 만들어 졌습니다.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요. 소식에 의하면 11월까지 평가를 통해서 수문개방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더군요.

다시 흐르기 시작한 강물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오랜만에 품은 희망을 여기서 놓지 않도록 해주세요! 간절히 호소해봅니다. 다시 찾은 모래톱과 친구들은 남북이산가족을 만난 듯 기쁜 일이었습니다. 녹조가 사라지고 생명들이 돌아오고 있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이 잉태되는 모래톱은 우리나라강의 생태에 핵심입니다. 다시 찾은 기회를 잃지 않고 싶습니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미디어홍보국 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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