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관련자료

한겨레 기고 2 – 댐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댐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1973년 미국의 국가수자원위원회(NWC)는 ‘Water Policies for the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미래
의 용수수요 증가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고 정책결정의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정책결정은 사회
적 통제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미 30년 전에 미국은 물공급의 확대를 포기한 것이며, 일본 또
한 10년 전에 이들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만은 물공급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댐 개
발이 지속되고 있을까? 어떤 사정이 배후에 있어 이런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가?

1. 철마다 등장하는 가뭄소동
지난 2월 19일자 신문들에는 봄 가뭄을 염려하는 기사들이 일제히 실렸다. “봄 가뭄 작년보다
심하다. 14개 시군 9만명 제한급수(동아일보 A29면)”, “가뭄 심각…일부 제한급수. 댐 저수율 작
년보다 낮아(조선일보 2면)” 등. 하지만 가뭄의 근거란 게 올 해 다목적댐 저수율이 지난해 저수
율보다 3.9%(지난해 39.5%의 90%인 35.6%) 적다는 것이 전부였다. 전체 물사용량의 20%정도를 공
급하는 다목적댐의 저수율이 약간 낮아진 것만 두고, 농업용수와 식수를 관장하는 농림부와 환경
부는 물론 기상청의 예보조차 무시되고 봄 가뭄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다목적댐들이 지난해 가
뭄 때문에 담수를 못했고 겨울철 강수량이 풍부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기상적 특성은 분석되지 않
고, 봄가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봄철 강수량조차 거론되지 않은 채, ‘바닥을 드러내
는 저수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등의 소설들이 등장했다. 이들 기사들이 모두 건교부의 자료를 베
낀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이들 가뭄타령은 지난해 11월 건교부와 국무총리실이 앞장서 벌였던 해프닝, “내년 홍수기
전까지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 가뭄대책으로 물절약을 위해 수영장, 목욕탕, 세차
장 등 물 다량 사용업소의 물사용시간 단축과 자율휴무제를 실시하고, 중·장기 대책으로 환경친
화적 중소규모 댐을 건설하겠다(실제로 이들 대책 중 실행된 것은 거의 없다)”는 억지발표가 3개
월의 시차를 두고 똑같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2. 평화의 댐과 토목학자들
1986년 10월 30일 이규효 건설부장관은 ‘북괴’가 건설하는 “2백억톤 규모의 거대한 금강산 댐이
무너질 경우… 한반도의 허리 부분을 완전히 황폐화하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재해를 가져오
게 될 것이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때맞춰 토목 전문가들은 여의도가 수장되는 모형실험까지 곁
들여 가며 분위기를 잡았고, 언론도 ‘물폭탄’에 대한 불안과 공포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전국은
벌집 쑤신 듯 난리를 치뤘고, 어린아이 저금통장까지 뜯어 모은 6백61억원은 평화의 댐 건설의
밑천이 되었다.
하지만 불과 2년이 지난 88년 청문회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억톤(한
국의 년간 물 사용량의 2/3)은 커녕, 150억톤 규모의 댐을 쌓는데는 20톤짜리 트럭 1천대가 13
년 동안 흙을 퍼 날라야 하고, 또 댐에 물을 채우는데 14년이 걸린다고 했다. 실제로 88년 올림
픽 방해가 목적이라던 금강산댐은 지난해(2001년) 완공됐고 규모는 5억톤에 불과했다. 황당한 것
은 수공을 막겠다던 평화의 댐이 도리어 먼저 완공되어 현재는 안보관광 전용으로 쓰이고 있다.
두 댐의 건설과정은 한편으로 냉전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지만, 댐 전문가들과 건설주체들이 최소
한의 양심만 지켰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금강산 댐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 결과를 떳떳이 말
만 했더라도, 우리사회가 그런 어이없는 광대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물과 관련된 학술단체들을 망라한 물학술단체연합이 있는데, 이들이 요즘 하
는 일이란 댐 정책 관련 토론회를 끊임없이 개최하고, 댐 건설의 필요성만 앞장서서 주장하는 것
이다. 그리고 이들이 여는 토론회는 늘 수자원공사의 직원들로 넘친다. 한발 더나가 단체의 사무
실은 수자원공사 부설 수자원연구소 내에 있다. 이들이 낸 책자는 수자원공사의 홍보책자와 같
은 양식과 색상을 사용하며, 종종 행사주관이 수자원공사로 뒤바뀌기도 한다.
우리나라 수자원전문가들은 댐에 대한 세계적인 문제의식을 아무도 모르는 것인지, 사회적 책임
이나 의무에 대한 불감증이 걱정될 뿐이다.

3.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댐 건설 추진을 일사분란하게 할 수 있는가? (표 참조) 이는 현재의
물 행정 구조 때문이다. 물 관련 법제는 일관된 기본이념과 목적 아래 편성된 체제라기보다 각
부처와 법령에 따라 개별목적과 기능들을 수행하는 구조들의 조합인데, 관리 주체(부처)별로 계
획을 수립하고 자신들에 유리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즉,
물 관리의 책임이 수량과 수질, 용도, 규모, 대상에 따라 수십 개의 부서와 법령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댐의 경우만 하더라도 다목적 댐은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전력용은 산자부, 식수용
은 환경부, 농업용은 농림부 등으로 관리주체가 다르고, 여기에 해당 지자체까지 얽혀져 복마전
의 양상을 띤다. 특히 다목적 댐과 광역상수도망의 건설 권한이 있는 건교부는 공급의 기회가 많
을수록 부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므로, 이를 부풀린다. 덕분에 극심한 가뭄과 대규모 홍수
는 건교부가 새로운 댐 개발을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늘 이용된다. 이런 비판 때문에 정
부는 관리책임의 부정확과 지역간 갈등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1996년부터 「물관리종합대책」
을 수립하고 1997년부터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가동하고 있
다. 그러나 부처 중심의 물 관리 체제를 유지하는 속에서, 각 부처로부터 파견 받은 인력으로 운
영되는 국무총리실에 의한 정책조정과 통합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국가와 정부차원의 효율적 재정운용과는 무관하게,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댐 건설을 통
한 조직확대와 유지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업의 관성은 지속적으로 댐 건설
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따라서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칙과 절차를 반영하는 물 정책의 필요성과 함께,
조각조각 나뉘어진 물 관련 행정조직의 재편이 시급하다. 부처별로 수행되는 지금의 구조는 전략
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불가능할뿐더러, 국토, 산업, 에너지, 문화 등의 계획들과 충돌하고 갈
등하는 관계를 조정할 수 없다. 따라서 공급과 수요, 환경과 개발 등을 총체적으로 연결하는 통
합자원관리(IRP : Integrated Resource Management)를 물 관련 행정조직의 비젼으로 생각해야 한
다.
우선 통합자원관리는 공급과 수요관리를 함께 관리한다. 이를 통해 환경의 외부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고, 공급 중심의 일방적 편익분석으로부터 벗어나 댐 건설 남발을 방
지하는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주민의 참여와 다른 분야의 자원계획까지 연결할 경
우, 우리 사회는 정책의 혼선과 중복을 피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나아가 이
는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만 일관된 원칙과 철학을 가진 그리고 전체적인 조정과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부처단위 사업조직과 다른 별개의 기관 또는 상위의 기구를 신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4.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집단가입

결국 문제는 물이 아니라 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전문가, 부처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건교부
와 수자원공사의 맹목적 개발, 관성과 편견에 찬 언론 들이 만들어낸 환상이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다. 결국 지금의 댐건설을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거나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댐을 매개로 얽힌 이권들을 지키기 위한 개발세력들의 결탁과 음모의 결과일 뿐이다.
최소한 수자원공사가 건교부 산하에 있고, 댐건설에 대해서만 권한이 있는 건교부가 수자원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구도가 있는 이상 지금과 같은 공급위주의 물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건교부의 산하기관이자 댐 건설의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1967년 167명으로 창립하여 1999년엔
3,648명의 대형조직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팽창은 무엇보다 댐 건설과 댐으로부터 물을 끌어가
는 광역상수도 건설 사업을 수십 년째 지속했기에 가능했다.

1935년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는 공사를 끝내지도 못한 후버댐 앞에서 취임식을 갖고, “왔노
라, 보았노라, 정복했노라”고 표호했다. 하지만 지금 후버댐 인근 세계최대규모인 글랜드캐년 댐
은 미국의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에 의해 해체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제 지금까지 댐들이 가져왔다는 편익과 그것이 함께 가져온 피해들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볼
때가 됐다.

박스 1.
댐을 세우지 않고 물 부족을 해결하는 법

1. 수요관리
수요관리란 개인들의 물 절약뿐만 아니라 정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물 가격 조정, 법률의
개선, 산업의 재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가정에서 변기에 벽돌을 넣거나 양치질 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방법들뿐만 아니라, 누수관을 교체하고, 물 절약을 법제화하고, 물 절약 산업
을 발전시키거나 물 낭비산업을 억제하는 정책들을 말한다. 이를 통해, 물에 대한 사회의 관념
과 시민들의 생활패턴을 고쳐 물 절약 사회로 개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례로 90년 이후 우리
나라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은 공급량 기준으로 4**l에서 3**l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생활용수
보다 두 배나 많은(전체의 48%) 농업용수에서는 절약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며, 공업용수의 상황
도 크게 다르지 않다.

2. 수리권의 확립
수리권(水利權)이란 물에 대한 상하류 지역의 권리와 책임을 합당하게 나누기 위해 도입하는 제
도다. 우리 사회에 수리권의 개념을 적극 도입할 수 있다면, 상류지역은 박탈감을 해소하면서 환
경친화적 발전을 시도할 수 있고, 하류는 양질의 수자원을 확보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지난 해 중부권 가뭄 때, 한탄강 상류지역에서 농업용수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물을 모두 사용
해버려 하류에 위치한 동두천 등이 먹을 물도 부족하게 됐던 것이나, 수도권의 물공급을 위해 상
류지역들에 댐을 짓겠다는 발상들은 물에 대한 지역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조정하
는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3. 도시댐
도시댐이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시에 내리는 빗물이 하천으로 한꺼번에 흘러드는 것
을 막아 땅 속에 스며들게 하거나, 주차장, 운동장, 공원, 건물의 지하에 저장시설을 갖춰 재활
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저장된 물은 화장실, 정원, 세차, 청소, 살수 등을 위해 사용이 가
능하며, 지하수를 함양해 수자원확보와 지하공간의 침하를 막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도시하
천의 건천화를 막고, 도시의 홍수 피해를 줄이는 등 다목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무영교
수 멘트 예정)

4. 하수처리장 배출수의 재활용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장의 배출수는 연간 64억톤(99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공업용수의 두
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며, 또 환경부가 2002년부터 배출수 수질기준을 5급수(10ppm 이내)까지
개선할 계획이어서 다양한 용도를 찾을 수 있다.

5. 녹색댐
녹색댐이란 산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빗물의 속도를 느리게 하여 산지가 머금은 물의 양을 늘리
고, 가뭄에는 머금은 물을 흘려보내 하천유입수의 양을 일정하게 하는 숲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댐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지렁이와 개미, 미생물 등의 활동에 의
해 발달하는 토양공극이므로, 수목을 가꾸고 낙엽 수풀 관목 등을 관리하는 것은 녹색댐을 키우
는 작업에 해당한다. 산림청은 우리의 산림을 충분히 가꾸었을 경우, 이번 댐 건설 계획 목표용
수의 5배에 가까운 57억톤을 확보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녹색댐은 홍
수와 가뭄을 막는 것 외에도 수질을 정화하고, 토사유출을 막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림자원
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산지가 많고, 강우량이 집중되어 물 관리가 어렵다
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산에서 물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글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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