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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 1 – 대한민국은 댐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댐공화국이다. 2월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됐거나 건설중인 대형댐은 12
13개다. 국토면적당 밀도로 따져 세계 1위, 절대수치로도 세계 7위의 규모다.
 건교부가 2011년까지 다목적댐 12개를 비롯해 28개의 대형댐을 건설하고, 농
림부도 농업용 대형댐 수백개를 포함해 2383개의 저수지를 만들 계획이어서, 이 
분야의 한국 순위는 급상승할 전망이다.
 댐이 홍수를 방지하고 가뭄을 막으며 전력까지 공급하는 만병통치의 처방이라는 `믿
음'이 우리 사회에 여전한 까닭이다. 이는 80년대 이후 건설된 댐의 갯수가 70
년대의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 정반대다.
 특히 언론은 봄가뭄을 경고하는 각종 기획기사를 연이어 보도해 `봄가뭄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여론몰이에 힘입은 정부는 3월부터 전국 곳곳의 댐건설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가뭄위기'가 아니라 `댐위기'를 지적한다. 환
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이 두차례에 걸쳐 댐공화국의 실태를 밝힌다.

 100년만의 대가뭄이라던 지난 여름, 강원도 양구군 주민들이 가장 먼저 손걷고 
나선 일은 논에 물대는 작업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건설교통부가 12개의 다목적댐 건설계획을 갑작스레 발표하자, 이 
지역 주민 4천여명은 일제히 반대시위에 나섰다. 양구군 전체 인구가 4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분노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지역은 `댐공화국'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일제시대에 건설된 화천댐을 비롯
해 소양강댐, 평화의 댐과 북한의 금강산댐 등 사방이 댐으로 포위돼 있다. 댐의 
효용성이 크다면 당연히 이들도 그 혜택을 누렸을 터이다.
 그러나 이들은 밤성골댐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한사발의 물이 아까웠을 농민들이 오히려 가뭄대책을 반대하는 이런 상황은 곧이어 한
탄강, 섬진강, 청양지천 등 댐 예정지 12곳 가운데 11곳에서 댐건설반대대책위가
 조직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전국 조직인 `댐반대 국민행동'이 결성된 것도 이때였
다.
 주민들의 분노는 최소한의 의견수렴이나 정보공개 없이 가뭄을 핑계삼아 일방적으로 
댐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반발을 지역이기주의로 몰고가는 건교부와 언론이 
빚어낸 결과였다. 
 실제로 당국의 밤성골댐 건설안은 가장 기초적인 자료인 유역면적(댐으로 물이 흘러
들어 오는 지역의 넓이)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이 지역의 실제 유역면적은 건교부가
 발표한 583㎢보다 45%나 작은 314㎢에 불과하다. 이는 용수공급량의 55%
가 줄어들어, 댐의 홍수조절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탄강댐의 경우
 군사격장에 대한 고려없이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고, 적성댐의 경우에는 주변 인구증
가를 33만명이나 과장해 추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점투성이의 댐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건교부는 뒤늦게 댐 위치를 거
주민이 많지 않은 상류로 옮겨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대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경우 물 공급량의 감소, 송수망의 증대 등으로 댐의 경제성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수밖에 없어, 당국 스스로 댐건설의 `불필요성'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런 편의적인 대책은 지역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오고 있다. 외지의 투기꾼들
은 댐 보상비를 타내려고 논밭을 빌려 비닐하우스나 양식장을 만드는 등 투기열풍을 
조장했다. 이를 흉내낸 주민들이 등장하면서 토착민 사이에도 이권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번져 지역공동체는 이미 산산이 무너져버린 상태다.
 2000년, 환경단체와 댐 건설업자까지 참여했던 세계 댐위원회(WCD)는 “댐의
 사회적·환경적·경제적 효과가 의문시되므로 댐 건설을 중단하고, 댐 건설이 불가피
하더라도 거주민의 동의를 얻고, 완공 후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수자원의 생산지와 소비지, 하천의 상류와 하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와 민
간, 사회적 강자와 약자 등 다양한 사회적 집단 간의 균형을 침해하는 댐정책의 무
모함과 비효율성을 깨달은 결과였다.^6g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

환경단체와 댐 예정지역 주민들은 물 부족 실태를 부풀리고 댐의 효과를 과장했다며 
건교부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다음주께 고발할 계획이다. 정부당국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bg◇댐은 홍수와 가뭄을 막는다? ^bm 정부는 지난 60년대 이후 매년 20개
 이상의 댐을 지어왔다. 그런데 홍수피해액은 1970년대 연간 1323억원에서 1
990년대 연간 6288억원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홍수피해가 도시 저지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지역의 홍수피해는 
한강본류가 넘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랑천, 안양천 등 지천에서 발생한다. 콘
크리트가 도시의 산꼭대기까지 덮고 있어, 모든 비가 직선화된 하천으로 한꺼번에 몰
려드는 것이다. 배수펌프장을 늘리고, 도시집중을 완화시키지 않는 한 대형댐 건설로
는 이런 홍수피해를 줄일 수 없다.
 지난해 여름의 대가뭄때도 주변의 큰 강에서 물을 끌어들인 서울 등 대도시는 물부
족이 전혀 없었다. 정작 가뭄으로 고생한 곳은 농촌의 고지대, 섬지방 그리고 소도
시들이었다. 따라서 대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인 다목적 댐들은 이런 지역의 물문
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bg◇한국은 `물부족국가'다?^bm 이는 `유엔인구행동연구소(UNPAI)'의 발
표내용이다. 이 기관은 인구증가를 경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물이 부족하
다”가 아니라 “더 이상 인구가 늘어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물사용량을
 언급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연구소의 발표는 댐 건설의 직접적인 논거가 될 수 없다. `1인당 
물사용가능량'은 전 국토에 걸친 총강수량에서 증발되거나 사라진 증발산량을 뺀 것을
 인구대비로 나눈 수치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댐을 건설해 물공급량을 아무리 늘려도
 한국은 `물 풍요국'이 되지않는다. 세계 수자원관련 기구와 학회들이 이 기관의 
자료를 관련 근거로 인용하지 않는 이유다.
◇산업구조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건교부는 농업·공업용수의 수요증가를 댐 건설의 이유
로 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식량증산계획을 포기하고, 그린벨트 등 기존의 농지조
차 속속 택지와 공업용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전체 
산업구조가 굴뚝형 제조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컨설팅, 소프트웨어 개발, 금융·보험,
 방송·문화산업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는 
물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댐은 경제적이다?^bm 지금껏 댐 건설은 타당한 경제성 분석을 거친 적이 없었
다. 지역주민들의 피해와 환경파괴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73년 준공된 소양강댐의 톤당 개발비는 3.3원이었으나 1996년 준공된
 부안댐은 157원으로 무려 47배나 늘어났다. 계속해서 그 경제성이 악화되고 있
다.
 물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댐 건설 외에도, 수요관리, 녹색댐, 빗물과 중수의 
재활용 등이 있으며, 이들의 경제성이 단연 우월하다. 물공급을 늘리기 위해 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단지 관성적인 선택일 뿐, 수자원 대책을 댐건설 계획과 동일시
하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글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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