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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녹색순례와 환경 현황 – 정종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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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녹색순례와 환경 현황

정 종 관 (녹색연합 연구위원)

몽골에서 환경인식증진 워크샵을 마치고 소액기금 지원사업(SGP)의 일환으로 녹색연합과 연변
녹색연합회가 추진한 녹색순례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연길로 왔다. 이미 우리 순례단은 모든
일정을 마친 상태여서 그야말로 1인 녹색순례를 만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백두산은 전에 다녀왔
으므로 발원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상류부터 하류 쪽으로 강을 따라서 주요 환경문제 지역만이라
도 훑어보기로 했다.
백두산 동쪽에서 발원한 두만강물이 중국쪽의 원지와 김일성 낚시터를 흘러가면서 광평을 지나
면 비교적 규모가 큰 마을인 숭선에 이르게 된다. 숭선에는 고성리 통상구라하여 북한의 대홍단
과 좁은 하천규모의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세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시골마을인
데 건너편에 「위대한 혁명투사 김정일 동지를 따라 배우자」,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
세! 」라는 구호를 보니 북한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이 곳 보다 상류지역은 강하폭이 매우 좁아
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실개천에 불과하지만 지형적으로 하안단구(河岸段丘, river terrace)가
형성된 평탄면의 아래쪽 깊이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건너편 북한쪽에는 물레방아수준의 소수력
발전소가 눈에 띄는데 장마철이라 비교적 유량이 많은 편이었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하천인 두
만강은 강 중심이 국경이지만 하천수역은 공동관리 수역이므로 강가에는 고기를 잡거나 물놀이
를 하는 북한 주민이 많이 보였다. 실개천 수준의 두만강이 강다운 면모를 보이게되는 것은 중국
쪽의 홍기하(紅旗河)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인데 두만강 본류보다 홍기하의 유량이 더 많았다. 홍
기하와 두만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은 해발 611m인데 하식(河蝕)작용으로 주변보다 20여m가 낮
다. 아래로 내려가면 북한의 량강도와 함경북도의 경계를 이루면서 흘러온 서두수와 만나는데 역
시 이 지역도 하안단구가 발달하여 강 양쪽에 고위평탄면이 있고 그 사이로 깊숙하게 강물이 흐
르는데 지형학에서는 이를 유년기 지형으로 보고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북한쪽에서 흘러온
연면수가 합류하고 로과에 이르니 중국쪽 산자락에 산불이 나서 타버린 흔적이 그대로 남았는데
중국쪽의 주장은 북한이 산꼭대기까지 다락밭을 일구기 위해 불을 놓는 바람에 불티가 강을 넘
어 산불이 났단다. 건너편 북한은 아주 심한 비탈면 꼭대기까지 밭을 만들어 나무가 거의 없는
헐벗은 모습이 중국과 대조가 되었다. 로과를 지나 산능선에 오르자 리욱(李旭)이라는 시인이
쓴 「할아버지 마음」이라는 시비가 나타났다. 이곳은 해발 752m로 건너편 북한의 무산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무산시가지는 해발 480∼502m의 단구면에 펼쳐져 있는데 전형적인 함경도식 나무
굴뚝을 한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다. 무산시내 뒤쪽에는 회색의 산 비탈면에 광미(鑛尾)
가 흘러내린 흔적이 뚜렷한데, 일반적인 채굴 방식과 다른 노천채광 방식이라 광미 부스러기가
널려있는 것이다. 무산철광은 매장량이 17억톤으로 자철광(磁鐵鑛, Fe3O4)으로 된 철함량이 높
은 양질의 철광이라 일제시대부터 청진의 일본제철, 미쓰비시 제철소 등에서 제철되었다. 이 곳
부근은 두만강이 급류를 이루면서 흐르는데 곳곳에 천급점(遷急點, knick point)이라 하여 흐름
이 빠른 여울이 많다. 그래서 무산부근은 범구비, 조개수리 등으로 불리는 천급점이 있다. 무산
광산의 갱내수가 흘러오는 성천수는 유량은 적지만 두만강 본류의 흙탕물과는 대조적으로 잿빛물
이 두만강과 만나고 나서도 한동안 흘러간다. 그런데 이렇게 물살이 빠른데도 불구하고 철광산
의 광사는 두만강 양쪽에 검은색 시루떡 모양 켠켠히 쌓여있는데 150km 하류의 개산둔까지도 철
광 돌가루의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휴광상태였던 무산철광이 최
근에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생산성향상과 광산폐수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호주 등의 자본이 투자를 위해 교섭중이라 한다. 건너편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할아버지
가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어디론가 가는 풍경은 남이나 북이나 다를 것인 없는 전형적인 우리네
모습이었다.
지난번 장마로 백금향 부근의 강변도로가 끊기어 할 수 없이 용정시내를 거쳐 다시 두만강 중
류에 위치한 개산둔으로 향했다. 도중에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비로 곳곳에 토양이 유실된
곳이 많았는데, 중국에서는 토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토유실을 방지하여 토지의 생산성
을 높이자는 구호를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산둔에는 화학펄프공장과 활성탄공장 등이 밀집된 곳으로 주변 마을은 개천변의 생활쓰레기
와 산업폐기물방치, 이를 가리기 위해 펄프생산에서 버려진 파쇄된 나무찌꺼기 등을 복토재로 덮
어놓는 모습이 한 눈에 벌써 이 곳은 버려진 땅, 오염된 공업지역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학펄
프공장은 아황산염, 가성소다 등의 약품을 사용하여 목질소인 리그닌 등의 중간층을 제거한 다
음, 셀룰로스만의 펄프를 만들어 비스코스 인조견 화학섬유나 질이 좋은 종이를 만들거나 기계적
으로 마쇄하여 판지원료를 생산한다. 그 결과 가성소다 증해액(蒸解液)과 정선, 농축, 고해과정
에서 지력증강제, 응집제, 수지 등이 첨가되는데 결국 이러한 것들이 폐수의 성상에도 영향을 준
다. 난분해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여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폐수는 육안으로도 쓰레기 매립
지에서 나오는 침출수처럼 짙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있으나마나한 폐수처리장에서 비엔나커피
의 하얀 크림처럼 생긴 더깽이와 부유물질을 제거하는 여과시설을 거친 다음 바로 두만강 본류
로 방류되고 있었다. 중국의 COD 국가배출기준이 350ppm이라 하는데 대략적으로도 2000∼3000ppm
은 되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포항제철의 냉각수계통 폐수발생량이 하루 15만톤 정도인
데 이보다 오염부하가 훨씬 큰 화학폐수가 하루 10만 톤씩 아무 대책 없이 흘러 들어가고 있으
니 두만강 푸른 물이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폐수처리 시설도 일제시대에 만들어져 60여년을
써 온데다 시설개선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어 보였다. 저류조 둑을 넘어온 폐수는 경사도 약
60。의 스크린(Incla screen)면 위에서 체 눈금에 직교하여 흘러내리는데 체 눈금 간극의 약 ½
크기 이하의 것만 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그 이상 크기의 고형물은 스크린 하단부까지 밀려 내리
게된다. 이렇게 쌓인 찌꺼기들은 주로 목질소이므로 삽으로 긁어모아 말린 다음 연료로 쓴다. 공
장 가동에 필요한 물은 두만강 본류에 높이 1.5m 정도의 보를 막아 끌어들여 사용하고 있다.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러한 폐수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한화
로 대략 300 억원이라면 차라리 공장을 폐쇄하고 새로 짓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주변에 살
고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나쁜 환경에서 전혀 불만 제기가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두만강으로 흘러드는 많은 지류 가운데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인 연길을 관통하여
흐르는 하천이 부르하통하다. 이 이름은 만주말로 버드나무강을 의미한단다. 그런데 인구40만 명
이 사는 연길시에 하수처리시설이 없어 미처리된 오폐수가 그대로 유입된다. 그래서 연길시 인민
정부는 두만강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기초시설의 확충에 대해 국
가계획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하수처리시설 규모는 1단계하루 10만톤, 2단계 하루
20만톤으로 하되 추진 방식은 외국의 합작투자에 의해 2억 9천만 위안(한화 464억원)을 조달하
고 중국측에서는 자금 5천만 위안(한화 80억원)과 토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문제는 이
러한 시설투자에 대해 외국, 특히 한국자본이 투자했을 경우 자본 회임율이 낮거나 오래 소요된
다면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도문시에서 도문대교 건너편에는 북한의 남양시가 보이는 데 간혹 사람
들이 눈에 뜨여 반가운 마음에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국경도시 답지 않게 썰렁한 느낌을 줄만큼
도시는 한산했다. 중국측 세관에서도 별반 이동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 감정이 더했다. 도문대교
아래로 내려가서 두만강물에 손이라도 한번 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려가니 둔치에는 도문시 쪽
에서 버려진 쓰레기, 처리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 들어온다. 두만강 환경인식증진 프
로그램을 실행한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지 답답한 심정이다.
다음 날은 두만강수계 가운데 가장 큰 지류인 가야하의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석현의 제지
공장을 찾아갔다. 개산둔의 화학펄프 공장처럼 폐수의 고약한 냄새는 심하지 않았으나 주변지역
이 온통 쓰레기 투성이다. 이곳도 1차적으로 폐수를 걸러 슬러지를 제거한 다음 가야하로 방류하
는데 폐수는 잿빛을 띠고 있었고 그 위로 기름성분이 비친다. 제지산업은 속성상 많은 물을 소비
하는 만큼 오염물질 배출량도 많다. 그리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
는데 거대한 저탄장이 이 공장의 규모를 말해준다. 외관상으로 본 생산설비는 새로 만든 느낌을
주었지만 폐수처리시설만은 개산둔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공장주변은 건축폐기물이 널려
있는데다 석현의 생활쓰레기 투기장이 바로 하천변에 있었다. 생활쓰레기의 처리 방법은 아무런
오염방지설비 없이 그대로 하천변에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천변에 자라는 부들, 갈대 등의
수생식물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현재는 환경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냥 버리지만 장차 지하
수오염과 하천수 오염방지를 위해 부담해야할 환경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이 곳에서 좀더 하류로 내려가니 두만강 본류와 가야하가 만나는 지점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
끝에 해당한다. 그래서 가져간 녹색순례 현수막을 펼쳐놓고 「백두산은 더 푸르게, 두만강은 더
맑게」구호를 힘껏 외쳤다. 과거 행정구역상 이 곳은 온성군 유포면 풍서리인데 두만강이 형성
한 보호사면에 낮은 단구면으로 되어있다. 일제시대에 유원진이라는 방어진이 비적방지용 성곽으
로 둘러쌌다고 하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유량이 풍부한 가야하를 만난 다음 두만강은 그래도
어느 정도 희석과 자정작용을 통해 기력을 회복한 듯 싶었다. 강폭도 넓어지고 모래자갈도 많아
강다운 면모를 보인다. 하류의 훈춘쪽으로 가니 훈춘 화력발전소의 굴뚝이 엄청나게 높다. 훈춘
은 동해로 빠져나가는 중국측의 주요 관문이며 경제개발구가 있다. 훈춘 경제개발구에 대한 환
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 이행정도가 궁금했으나 공장 입주율은 낮은 편이라 환경영향
평가의 사후관리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았다. 훈춘 부근에는 야산을 파도 석탄이 나
오는 지 여기저기 석탄을 파낸 흔적이 많았다. 좀더 하류로 내려가니 경신이라는 시골이다. 여기
서부터는 강의 하류임을 알 수 있는 것이 주변에 자연적인 습지가 많이 나타난다. 권하에 이르
니 훈춘과 북한의 라선(1999년 라진과 선봉의 통합 개칭시)을 잇는 정기버스가 지나간다. 권하
는 북한의 원정리와 연결되는 주요 통상구인데 간혹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수출입 물자를 싣고 넘
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원정리에서 조금 더 가면 그 유명한 아오지가 나온다. 원래 아오지는 만
주말로 불타는 돌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훈춘과 아오지 쪽에는 노천석탄 광산이 많다고 한다.
아오지에서는 풍부한 석탄으로 인조석유를 뽑는 석탄액화공장이 있는데 석탄건류(乾溜) 과정에
서 생산되는 인조석유가 천연석유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낡은 기술과 오염방지 설비의 미비
로 두만강 하류에 미치는 오염부하가 크다고 한다.
권하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북한쪽 강에서 아이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과 함께 떠드는 소
리도 들린다. 권하에서 10여km를 더가면 중국쪽의 마지막 지점 방천이다. 방천은 성급풍경구(省
級風景區)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강의 하류이므로 버드나무나 참나무, 떡갈나무 등의 식생과 초
원습지가 좋은 상태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 한편 이 곳은 유엔세계평화공원이라고 표석까지 되어
있었지만 국경접점이다 보니 자유로운 접근에는 한계가 있었다. 즉 도로 왼쪽 편은 러시아영토이
므로 철조망이 쳐져있어 동물들이 자유로운 이동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 지역의 특징은 해안에
서 대략 15∼20km 정도 떨어진 곳이기에 해안에서 연안류의 작용으로 모래톱 등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형성된 석호(潟湖)가 많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하천의 유입에 의해 점차 염분이
줄고 주변의 식생에 의해 소택지(沼澤地)화된다고 하는데 방천풍경구와 두만강하구인 북한 서수
라지역의 동번포, 서번포 그리고 러시아의 하싼지역에 이러한 석호가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러한 석호 주변에는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바다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육지쪽으로 경사
가 급한 구조로 되어있다. 모래입자의 분급상태는 양호했으며 갯보리사초가 우점종인데 사구를
고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단다. 모래가 심하게 날리고 사구의 이동이 심하다 하는데 이를 막기 위
함인지 주변에는 나무와 식생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훈춘지역 속
담에 2월 모래바람에 쇠대가리 터진다는 말이 나온 듯 싶다. 훈춘지역에서 유일한 연꽃공원이라
는 곳을 갔더니 국가에 장기임대료를 지불하고 개인이 관리하고 있는데 하나의 잘 보전된 습지생
태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무판을 이어 붙여 호수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는데 특별한 오
염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폐쇄된 수역인지라 녹조가 다량 번식하고 있었다.
마침내 방천 전망대에 이르자 러시아의 하싼과 북한의 두만강역을 잇는 우정의 철교가 바로 눈
앞에 들어온다. 두만강이 이 곳에서 15km만 더 나가면 동해와 만난다. 이렇게 쉬지않고 달려온
두만강물이 동해와 만난다고 오염이 없어지는게 아니라 해양생태계까지도 위협하고 있는데 특히
조류의 흐름상 러시아쪽의 피터대제만에 피해를 준다고 한다. 각국의 변방이라 관심이 없던 두만
강이 이렇게 관심사로 떠오른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다로 진출하기 위한 각국의 이해
관계와 경제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문제, 삼국의 국경이 만나는 이유로 외부불경제의 속성을 갖는
오염의 방치 등에 따라 오히려 환경피해는 더 심해져 왔기 때문이다. 방천 전망대에서 북한의 두
만강역을 보면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산하를 밟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우리에게 친숙
한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과 그리운 님을 그리며, 통일 후 우리가 해야할 일과 동북아
시아의 환경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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