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희(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학박사)

1. 하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천은 지표면에
내린 강수가 거의 일정한 유로를 따라 흐르면서 침식, 운반, 퇴적작용에 의해 하천생태
계의 입지조건이 되는 지형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리고, 하천은 물의 흐름과 더불어 물질이 유송, 저류, 공급되는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국토가운데에서도 아주 특이한 공간을 이루고 있는 하천은 그 특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계인 하천과 인간사회 사이에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오래 전부터 하천으로부터 인간생활에 위협이 되는 개연성을 점
차 제거(治水)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이용하여 인간의 사회생활에 보다 도움(
利水)이
되도록 인간이 하천에 대해 외력을 가한 결과, 하천 자신이 본래 갖고 있던 자연 특성
(環境)에
대한 변화가 급격히 가속되는 등 인간사회와 하천은 상호 작용하에 놓여 있
다.

따라서, 앞으로 하천에서 각 기능간
에는
서로 경합하고 상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한 기능에만 역점을 둔 하천관
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治水, 利水 및 河川環境
기능을 종합적이며 유기적인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하천의 각 기능을 극대화 시켜
나가는 관점에서 하천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각 기능으로 독립해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하천은 변화(여
기서는 주로 하도변화를 뜻함)한다고 하는
자율적인 변동에 염두에 두어 하천 전체상에서 그 변화속성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2.2 하천변화를 반영하는
의의

–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하천변화 특성을 반영함으로서, 하천의 유지·관리를 자연적으로 고려하
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하천변화를 충분히
고려하게 되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실제 자연하천과는 오차가 적어지면서 하천계획의 합
리성과 이해도가 크게 증가한다.

하도 이동성의 활성에
따른 무식생의 사주 (임진강)

– 하천변화 그 자체는 하천이 살아 숨쉬는
것을 의미하며,
변화를 허용한다는 자체는 하천본래의 모습, 하천다움, 건강한 하천의 추구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는 하천에서 생물종 다양성의
근간이 되는 하천생태계의 다양한 입지조건이 형성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하상 이동성의 정체에
따른 하도식생 발달 (문산천)

– 하천변화를 어느 정도 허용함에 따라 무
리한 하천
수리구조물설치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 하천구조물 계획에 경제성 및 합리성이 증가한
다.

– 하천변화에 대한 원인
의
제어 혹은 대책을 충분히 고려한 관리 (adaptive management)가 가능하다.

3. 하천관리상
현안과제는 무엇인가?

3.1 기술적인 현안과제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하천계획 및 유지관리에 대한 기본방침은 수자원의 이용을 위한 하천시설물을
설치하면서, 적은 공사비로 계획 홍수량을 하구까지
안전하게 유하시킬 수 있는 소통능력의 확보에 있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하
에서도
최근에 자연환경을 배려한 의미 있는 하천복원사업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
만, 일부의 높은 평가와는 달리 다소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천의 자연특성을 배려함으로서 고령화사회 등에 대비
한 저비용의 경제적 하천관리를 지향하는 선진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호안부에 큰 거석쌓기, 고수부지내 수목 식재 등 아시
아몬순기후대에 속한 우리나라 하천 고유의
자연특성과도 다소 본질이 왜곡된 외국식 ‘하천복원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이로 인하
여 또 다른 형태의 하천 생태계 변화와 시대를
거스르는 고비용의 하천정비에 대한 일부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하천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선진외국의 상황과는 달리 전술한 바와 같
은 하천의 본래의 모습(지형, 수리적, 생태계
특성 등)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으며, 하천환경에 대해 정량적인 특성을 규명하고
자 하는 조사 및 연구가 사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하천이 갖고 있는 본래의 모습(하도
특성)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자연환경을 반영한 하천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3.2 하천관리
이념상의 향후 과제

하천관
리자는
바람직한 하천관리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물음과 시대적 가치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아
두어야 한다.

–
하천이 갖고 있는 본래의 모습이 과연 어떠한가?

–
앞으로 하천의 변화를 과연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
하천관리를 둘러싸고 자연의 모습과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상충할 때, 그 절충안을
부여하는 의사결정은 어떤 근거로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
인간 주도하에 하천본래의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
하천의 본래의 모습을 고려한 하천계획에서 치수관리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
자연환경 등 하천환경요소 가운데 그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
하천의 변화에 대한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을 위한 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며, 조사결과
에 대한 평가를 어떻
게 할 것인가?

–
21세기에서 하천관리에 대한 이념과 가치관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이며, 인간사회와 자연
계를 구체적으로 어
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4.
앞으로의 바람직한 하천관리 방향

이에 따라, 하천은 국토의 개발과 보전의
대타협을
위한 실험장이 될 것이므로, 하천에 관계하는 다양한 전문가 및 기술자를 포함한 하천관
리자의 책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하천은 물과 물질이 유역
으로부터
흘러 들어와 국토의 특징으로 응축되어 자연계와 인간사회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
는 아주 특이한 장소로서 끊임 없이 변화한다.
이와 같은 하천의 특이성에 바탕을 두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천을 이해해
야 할 것이다. 한편, 그 동안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하천에서의 환경기능을 자세히 되살피고, 우리나라 하천의 본래 모습(하도
변화에 따른 하도특성)에 대한 조사·연구를
서둘러 착수해야 할 시급한 처지이다. 하천에서의 자연성은 육역과 달리 지속적인 변화
에 의해 이루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