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동강의 봄

동강에 봄이 왔습니다. 서울보다 한두 주일 늦게 찾아오지만 훨씬 화려하고 아름다운 봄입니다. 동강가의
갯버들은 물이 올라 파랗게 새순을 틔우고 있고, 민들레와 제비꽃 등 많은 봄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을
맞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도 바빠졌으며, 덩달아 밭을 가는 소도 부지런히 쟁기질을 합니다.

동강을 누비고 있는 대형 레미콘 차량

그러나, 화려하던 동강은 봄 색깔은 점점 퇴색되어 가고있습니다. 강원도와 영월·평창·정선군에서 시행하는
각종 개발사업들 때문입니다. 대형 덤프트럭과 레미콘차량이 시도 때도 없이 고용한 동강을 질주하고 있으며,
포크레인의 굉음이 끊이지 않고 들립니다. 도로와 다리 건설이 동강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여러 희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로 건설로 황폐화된 동강, 이곳에 수달이
살고 있었다

수달이 대낮에도 나와서 놀았다는 바위여울은 도로공사 때문에 망가졌으며, 몇 달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배설물 하나만 남겨두고 수달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몇 시간 동안 걸으면서 수달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수달은 이곳을 떠났나 봅니다. 도로 공사 때문에 위협을 느껴 이곳을 떠난 수달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수달이 보금자리로 삼는 강가의 바위굴이 포크레인의 삽날과 시멘트 포장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천 정비와 도로 개설의 결과입니다.

동강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희귀식물, 동강할미꽃
동강 곳곳에서 강 바닥을 파헤치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동강할미꽃은 동강에서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1998년에 처음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 아주 희귀한 식물로서,
학명(Pulsatilla tongkangensis)에도 동강이라는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동강을
대표하는 식물입니다.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미꽃은 붉은 꽃이 고개를 숙인채 피지만, 동강할미꽃은
자줏빛 꽃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동강할미꽃이 자생하던 동강 옆 절벽이 도로 공사 때문에 파헤쳐지고
있으며, 심지어 콘크리트 더미에 묻히게 될 기구한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또한, 동강 곳곳에는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잠수교를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동강에 살고 있는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와 쉬리는 4월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강 바닥이 파헤쳐지고 흙탕물이 생긴다면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잠수교가 건설되면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니 상류의 물이 고여서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동강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에는 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했는데, 잠수교가 생긴 이후 동강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입과 꼬리지느러미 주변에 피부병을 앓고
있는 피라미

강물은 참 많이 흐려졌습니다. 4년 전의 동강 물은 깊은 바닥이 투명하게 보여 맑고 깨끗함을 자랑했었고,
1999년 푸름이국토탐사에 참여하여 동강을 따라 탐사했던 아이들은 강물을 그냥 마시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탁해져 수심 1미터 이상인 곳은 바닥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물이 오염되었기 때문인지 강가에는 물고기들이
죽어 있었고, 입과 꼬리지느러미 주변에 피부병으로 하얗게 변한 피라미도 발견되었습니다.

콘크리트 배수관은 작은 동물들의 이동을
가로막을 것이다

마을과 밭 주변의 모습도 참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밭기반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농로 포장과
배수로 정비가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로와 배수로를 시멘트로 뒤덮으면 개구리와 같은 작은 동물들은
더 이상 자유로이 다닐 수 없어 서식지가 단절됩니다.

강원도와 영월·평창·정선 3개 군이 주도하는 주민지원사업은 생색만 내면서 실제 주민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도 않고 동강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만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런 동강이 하루 속히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파괴의 삽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용운 (환경연합 생태보전팀 야생동식물 담당간사 ma@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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