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꽃보다 아름다운 동강 사람들

동강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2년만에 다시 찾은 동강이었습니다. 동강댐 반대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에는
여러 번 갔었는데, 마지막으로 동강에 다녀온 다음 날에 동강댐 건설 백지화가 발표되어 더욱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2000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대통령은 동강의 생물다양성과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동강댐 건설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동강에서 들리는 소식은 동강의 생물다양성과
문화유산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 급증과 도로·다리·주차장 건설, 민박집·음식점·래프팅
업체의 난립, 수질 악화 등으로 동강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동강을 위해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고 조금은 무심했기 때문에 2년만에 보는 동강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동강의 깍아지른 뼝대(절벽)를
훼손하면서 아스팔트 도로가
생기고 있다
구비구비 흐르는 동강을 따라 길과
마을이 있다

아니나다를까. 동강으로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새로 포장된 2차선 아스팔트 진입로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주민지원사업이라는 것이구나. 동강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저절로 타까운 한숨이 나왔습니다.
4년전 이맘때쯤 동강을 처음 만난 날의 기억이 아련합니다.동강의 깍아지른 뼝대(절벽)와 맑은 강물을 바라보면서
걸었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워낙 아름답고 운치있는 풍경에 다들 감탄하며 좋아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때는 길이 하도 좁아서 버스가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절벽을 깍아 도로공사를 하면
바위틈에 다닥다닥 붙어살던 돌단풍과 동강할미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달이 살고 있던 곳에도 공사용 골재들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그러나, 동강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는 10리쯤의 길에서 원앙 8마리와 비오리 17마리,
청둥오리 4마리, 논병아리 1마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새들을 보고나서야 아직 동강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 아니구나 마음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강 옆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고부터는 동강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평화롭던 이곳 주민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댐 건설 문제가 불거지던 십여년전부터입니다.
건설교통부가 동강에 댐을 건설하기 위하여 타당성 조사와 주민 설명회를 실시했을 무렵, 이 지역의 주민 대다수가
아름다운 동강과 삶의 터전을 수장시킬 수 없다며 댐 건설에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고 댐 건설은 계속 추진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와 투기꾼들의 선동에 유인되었고 댐이 건설되어 고향을 떠나야할 경우,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 사과와 배, 포도 등의 유실수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가 동강 살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동강댐 건설 반대에
동참하자 주민 일부는 댐 건설 찬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동강 가에는 도로공사용 골재들이 잔뜩
쌓여있다.
도로를 내기 위해 동강변의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위),동강 유역의 생태계와 주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주민들(아래)

결국,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되었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의해 십여년 동안 각종 규제만 받으며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었던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생존권 피해보상이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뿐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빚을 가지고 있어, 한해 농사 지어봤자 이자 갚기에도 허덕이고 있습니다.강원도가
생색내기식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민지원사업도 주민들이 동강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길과 다리 건설 등에 치중되었으며,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일부 주민만 이익을 보도록 편중되게 시행되고 있어 다시 한번 동강 지역 공동체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강원도와 영월·평창·정선 3개군은 동강 일대를 자연휴식지로 지정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일 생각만 하고 있지, 주민들의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농가부채를 해결해주거나, 앞으로의 생활대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강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는
래프팅객. 이러한 행위가 동강의 야생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신경쓰지도 않는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동강이 생태계보전지역이 아닌 자연휴식지로만
지정될 경우 강원도의 난개발은 계속될 것이고 이어 무분별하게 몰려들 관광객들로 동강은 주차장과 쓰레기장이
되고 싸구려 유원지로 전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지의 관광업자들만 이득을 챙기게 될 것이고
주민들은 땀 흘리며 일할 때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게 될 것 또한 뻔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태어나서 자랐던 고향을 잘 가꾸며 동강과 주민의 생존권을 함께 지키고 싶어합니다. 친환경농업과
생태관광을 도입해 자연과 주민의 삶을 조화시키며 공존하는 길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길을 찾은 예가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강에서는 이 길을 꼭 찾기를 바랍니다.

글 : 마용운 (생태보전팀 야생동식물 담당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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