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파로호가 도는 아름다운 마을 비수구미


봄맞이 여행은 시작부터 삐거덕 거렷다.
떠나기 2주전에 예약했던 모든 캠핑장비가 완비된 모험여행 소속의 봉고 승합차가 경상도 산골의
한 계곡에 빠져 정비소로 수리에 들어갔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그것도 떠나기 이틀 전에…
부랴부랴 다른 곳의 승합차를 알아보았지만 이미 모든 승합차가 예약 완료된 상태란다.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떠나야할지, 말아야 할지…갈등은 생기고…
난감했지만 이미 떠나기로 결정된 사항이라 걸어서라도 가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
벚꽃이 만발한 사월의 한낮은 떠나는 일행을 더욱 설레게 했다.
강원도 화천의 비수구미로 향하는 경춘 국도에 진입하고 나서야 “가긴 가는구나”
여행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서울과 멀어질수록 경춘 국도의 막힘 현상은 사라지고 강변을 따라 시원하게 달리는 차안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일순간에 사라진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탄 차안의 모두가 여유 있고 행복한 얼굴들이다.
정확히 비수구미 가는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표지판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호반의 도시 춘천을 지나 강원도의 한 작은 읍내를 만났다.
화천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모두가 용서해 줄 것만 같은 지역 주민들의 선한 얼굴에 풋풋한 인간의 냄새가
절로 난다.
이렇듯 시골 동네는 왠지 모르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준다.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가는 수하리까지 화천에서 40여분 걸린다는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와의 전화통화에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서울에서 일찍 출발하지 못한 탓에 이미 어둠은 짖게 깔려 있다.
더군다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초행길에 어둠을 동반한 길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꼬불꼬불한 전형적인 강원도 산길을 달려 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 하여간 긴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가는 수하리에 도착했다.
어둠 깔린 파로호는 일행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방향감각도 잊어버리고 사람의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는 어둠의 한 가운데에서 제대로 찾아오긴 했는지
나 자신에게 의심해 본다.
보트를 가지고 기다리겠다던 아저씨는 보이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아저씨”.”아저씨” 서너 번을 어둠 저편으로
외쳐댔다.
갑자기 없던 불빛이 생겨났다.
민박집 아저씨다. 보트가 있는 강가로 차를 몰았다.
군용 야상을 걸친 민박집 아저씨가 보였다. 반가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손전등 하나로 보트를 운전하는 아저씨에게 반하고 난생 처음 타보는 보트에
반하고…
그것도 이 어둠 속에서 머리카락이 뽑힐 것만 같은 강한 바람을 맞으며 5분 여 동안을 짜릿한
쾌감 속에서 깨어나지 못했다.(일행 모두가 이 순간을 가장 기억에 오래 간직 할 것 같다)

이미 민박집의 넓은 거실에는 산나물로 정렬된 반찬들로 가뜩 이나 배고픈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했다.
밥 먹는데 정신이 팔려 얘기하는 사람들도 없다.(방금 휴전선을 넘어온 굶주린 북한 병사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녁식사를 대충 소화시킨 다음 마당에 장작불을 지피고 화천 읍내에서 사온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한 두 잔씩 걸친 술에 모두가 얼굴이 빨개지고 기분이 너무 좋았던지 평소 보다 오버하는 사람도
나온다.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높이를 짐작할 수 없는 높은 하늘로 치솟는다.
힘의 여력이 남은 사람들은 남자들 방에서 과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새벽2~3시가 되서야
잠자리에 든다.
짙은 어둠으로 산의 윤곽만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아쉽다. 빨리 이곳의 산세를 감상하고 싶은데…
나는 아마 내일 아침 내 눈에 펼쳐질 비수구미의 아름다움에 기절할지도 모른다.

[둘째날]
방문을 나서니 약간 쌀쌀한 새벽 공기가 몸을 감싼다.
마당 한귀퉁에서 주인 아주머니는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콩국을 젓고 계신다.
우리를 위해 순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무작정 시골의 작은 오솔길을 걸었다. 아침 공기가 싸늘했지만 나의 산책길에 이런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작은 웅덩이에 예비군 복장의 개구리들이 떼지어 둥둥 떠다닌다. 또 수많은 개구리 알이 작은
웅덩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강원도의 봄은 늦다.
남쪽지방은 벚꽃이 만발한데 이곳은 이제서 철쭉이 피기 시작했다.
혼자서 아침부터 왕복 2시간은 걸은 것 같다.
민박집에 돌아오니 몇몇 사람들은 일어나 바쁘게 아침을 맞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주위 경관에 모두가 감탄사 연발이다.
아주머니께서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만든 순두부로 아침을 먹은 후 일행 모두가 비수구미 산책에
나섰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드문드문 핀 철쭉과 이름 모를 나무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게 무슨 나무지”하고 물어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을 온 김에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평화의 댐을 가기로 한 일정 때문에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다.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잠깐 쉰 다음 민박집으로 되돌아 왔다.
어젯밤에
탔던 보트를 오늘은 밝은 대낮에 넓디넓은 파로호를 바라보며 사방으로 둘러 쌓인 산 사이로 거침없이
달리는 이 기분은 타 보지 않은 사람 아니고는 모른다.

자동차로 15분 여를 달리니 아름다운 주위 경관과는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회색 빛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타난다.
그 난리법석을 떨며 지어진 평화의 댐이었다.
지금은 아무 쓸모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다.
안보 교육용이라는 명목 하에 찾아오는 많지 않은 관광객이 그 나마 이곳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경 길에 올랐다.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경춘 국도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차들이 우리의 발길을 묶었다.
어둠이 짖게 깔리고 나서야 구리를 거쳐 서울의 광장동에 모두가 도착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모양이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 일행 모두가 자리를 함께 하고 오늘 여행의 여운을 음미하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차분한 시간을 가졌다.

대화를 마치고 하나둘씩 흩어지는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내게 또 하나의 멋진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 하니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배낭여행자네트워크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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