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기고] 신고리 공론화 결과 ‘존중’과 ‘맹신’은 구분돼야 한다

신고리 공론화 결과 ‘존중’과 ‘맹신’은 구분돼야 한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자중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가 끝났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평가도 있다. 승부라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심하는 사람도 있고, 아쉬워하거나 억울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양각색의 반응 속에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시민평가단의 권고안에 대한 수용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론화 위원회의 발표가 나오고 나서, 정부 관계자들이나 위원장이 국민이나 민주주의 등의 이름으로 자화자찬하는 듯한 장면들은 보기 민망하다. 그들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밀양 주민 등 삶의 터전을 빼앗긴 피해 주민들의 피눈물과 원전 밀집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밀양의 눈물

밀양의 눈물 ⓒ민중의소리

정부와 공론화 위원회는 자중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에서 인터뷰하며 희희낙락할 정도의 수준은 결코 아니다. 항상 과유불급이다.

임종석

 

이번 공론화의 문제점과 한계

많은 국민과 시민사회가 이번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노고와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민주주의 성숙을 향한 한 걸음으로 나름의 긍정적 성과를 인정한다고 해서, 이번 공론화와 관련해서 정부와 공론화 위원회의 수많은 실수와 잘못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신중하게 이번 공론화에서 자기들이 저지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며 보완할 생각을 해야 한다. 공론화 위원회가 많은 고생을 한 것은 고맙지만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기방어를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요구 때문에 불가피했던 한계 등 부족한 점을 분명히 제시해서 공론화가 다음에는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

놀랍다거나 경건해진다는 등의 자기도취성 발언이나 태도는 삼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더구나 이번 같은 공론화를 앞으로 다른 갈등 사안에도 적용하겠다는 일부 관계자의 발언은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어리석기까지 하다.

이번 공론화 결과는 마치 갈등을 해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분석해보면 엄청나게 위험한 요소와 잘못을 확인할 수 있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잘못된 공론화, 그리고 미숙한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공론화는 오히려 민주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공론화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주제와 형식, 그리고 참여 주체 등에서 저지른 다양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글에서는 이번 공론화 결과 자체가 갖고 있는 신뢰성과 효용성에 대한 문제부터 검토해보고자 한다.

환한 미소의 공론화 위원장과 국무총리 @newsis.com

환한 미소의 공론화위원장과 국무총리@newsis.com

 

신뢰하기 어려운 시민참여단 구성 비율

이번 공론화에 어울리는 시민참여단은 어떤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지만 그것도 다음에 다루고자 한다. 백보를 양보해서 공론화 위원회가 주장하는 국민대표성을 갖는 시민참여단 구성이라도 제대로 된 것인가만 짚고자 한다.

공론화의 핵심이 되는 시민참여단은 공론화 위원회도 자기들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당연히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동일한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 공론화 위원회가 지난 8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는 건설 재개가 36.6%으로 건설 중단 27.6%보다 오차 범위를 훨씬 벗어나서 무려 9%나 높았다. 판단 유보는 35.8%였다. 공론화 위원회는 이 여론조사 비율대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모든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매우 박빙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공론화 위원회는 애초부터 국민 여론에 비해서는 건설 재개 의견이 높았던 집단으로 구성했다는 뜻이다.

물론 여론조사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기관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공론화 위원회가 의도적으로 국민 여론을 조작하려는 결과를 유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론화 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기 위해 실시한 자기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와 달리 유독 공사 재개 찬성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거나 검토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입장을 바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모든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고집하지 않고, 여러 여론조사의 결과를 종합한 수치에 맞춰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을 것이다. 당연히 찬반 같은 비율로 했을 것이다. 이번 시민참여단처럼 한쪽이 9%나 높은 식으로는 절대로 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공론화 위원회 여론조사 결과는 다른 모든 여론조사 결과와 달랐을까? 공론화 위원회 전화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와 달리 접촉 성공률이 48%, 응답률이 50%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았다. 공론화 위원회는 자신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결과가 과연 국민 여론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크게 왜곡한 것인지 누가 판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사할 때마다 공사 재개 찬성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 정도의 차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이 일반 국민들의 여론 비율과 같이 비슷한 구성이 아니고 숫자로 172명대 130명으로 현격한 차이로 만든 구성이 토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별 토론을 조율하는 팀장들의 구성도 차이가 났을 것이고, 적극적인 토론을 이끌었다는 뉴스를 보면 그런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다.

공론화 최종 합숙 토론을 마치고 난 설문에서 공사 재개 찬성이 오차 범위를 훨씬 벗어나서 큰 차이로 높았다. 또한 공론화 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도 여전히 박빙인 여론조사도 많았지만, 공사 재개 비율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 높아진 조사 결과도 일부 있었다. 따라서 공사 중단 측이 시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은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위원회가 공론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시민참여단 구성에 대해 사려 깊은 문제 인식 없이 독선적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한 것은, 공론화 결과의 신뢰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는 공격에 대해 설득력 있는 또는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반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합숙토론에 임하고 있는 시민참여단ⓒ연합뉴스

합숙토론에 임하고 있는 시민참여단ⓒ연합뉴스

 

다수결 공론화의 결론은 60대 이상의 의견이 결정한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공론화는 결코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의 오판과 고집으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의 어이가 없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공론화 결과는 40대만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에서 공사 재개가 높았고 그 비율도 토론이 진행될수록 높아졌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결과라는 식으로 발표됐다. 반복하지만 그 결과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고, 시민참여단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설사 반대로 건설 중단 측이 설득을 아주 잘해서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층의 의견이 이번과 정반대로 났으면 최종 결과는 뒤집어졌을까?

공론화 위원회 최종 보고서는 불친절해서 모든 결과가 비율로만 나와 있고, 더구나 기본 정보로 제공해야 하는 최종 471인에 대해서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수치조차 제시되어 있지 않다.

결과를 토대로 실제 숫자를 산출해 보니 20대는 건설 재개가 41명으로 중단 31명보다 10명 많았고, 30대는 건설 재개가 42명으로 중단 38명으로 4명 많았으며, 40대는 반대로 건설 재개 47명보다 중단이 57명으로 10명 많았다. 50대는 건설 재개가 64명으로 중단 42명보다 22명이나 많았고, 60대는 건설 재개가 85명으로 중단 25명보다 무려 60명이 많았다.

시민참여단 연령별 결과. 설사 20대, 30대, 그리고 50대 의견이 정반대로 바뀌어도 60대 이상의 의견이 바뀌지 않으면 합계는 건설 재개가 여전히 15명 많다.

시민참여단 연령별 결과. 설사 20대, 30대, 그리고 50대 의견이 정반대로 바뀌어도 60대 이상의 의견이 바뀌지 않으면 합계는 건설 재개가 여전히 15명 많다.

따라서 설사 아무리 설득을 잘해서 이번에 중단 여론이 많았던 40대만이 아니라 다른 연령층에서 중단 여론이 훨씬 높아도 60대에서의 차이 60명을 뒤집을 수가 없다. 60대 다음으로 건설 재개 의견이 높은 50대에서 지금과 정반대로 중단 지지가 22명이 많아도 안될 정도로 60대의 의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더구나 상식적이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기 의견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고, 인구 숫자는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공론화 결론을 다수결로 하면, 특히 정치적인 것과 조금이라도 연결이 되는 주제일 경우 다른 모든 연령층의 의견과 상관없이 60대의 의견대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의견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대부분 배치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된다.

그래도 앞으로 정부나 민주당이 희희낙락하면서 이런 방식의 공론화를 확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니 정치적 이해를 떠나서 한 연령층이 모든 국가적인 중대 사안을 결정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한다고 할 때, 지난 6월에 포스팅한 글에서 밝혔듯이 유리한 측은 엄살과 항의를 하고 있고, 절대 불리한 측은 찬성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싶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숙의 민주주의와 공론화, 확대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다수결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권고하는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서면 입장문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권고하는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서면 입장문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숙의 민주주의, 얼마나 이뤄졌을까?

단순 여론조사에 비해 숙의 민주주의의 장점으로 정보의 제공과 토론 등 학습을 통한 의견의 조율이나 변화 등을 꼽는다. 이번 공론화는 그런 장점이 제대로 발휘됐을까?

언뜻 들리는 보도에 자기 의견을 변경한 비율이 무려 40% 이상이라고 해서 대단한 성과가 있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결과를 보니 판단을 유보했던 집단이 재개나 중단으로 변경한 경우가 대부분이지, 건설 재개나 중단의 의견을 갖고 있었던 집단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의견을 바꾼 숫자는 매우 낮았다.

건설 중단 의견을 갖고 있던 130명 중에 재개 찬성으로 바꾼 숫자가 25명, 건설 재개 의견을 갖고 있었던 172명 중 중단으로 의견을 바꾼 숫자는 10명이었다. 애초에 공론화 위원회가 시민참여단 구성을 공사 재개 찬성자가 9%, 즉 46명이나 많게 구성한 것과 비교해서 과연 숙의의 효과를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 난감하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기대한 숙의 과정에서의 의견 변화는 자기 입장이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미했고, 단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던 169명이 재개(93명)와 중단(76명)으로 최종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는 판단 유보층만 갖고 공론화를 해야 공정하다는 주장도 나올만하다. 제대로 된 토론과 숙의 때문이 아니라 공사 재개 찬성자가 훨씬 많은 환경이 판단 유보층이 찬성 쪽으로 더 많이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숙의 과정을 통한 변화

숙의 과정을 통한 변화

 

공론화 결과의 1차 평가와 보완책

처음 실시하다시피 하는 공론화여서 미숙한 점도 많았고, 시민 참여의 확대라는 측면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자기들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 덕분에 자기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파기할 명분을 만들었다는 평가 역시 피하기 어려울 듯싶다.

잘 된 것일까? 잘못된 것일까? 이제라도 하기 나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빠른 시간 안에 밀양 등 피해 주민과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에게 그리고 자기들 책임을 떠맡기고 뒤통수까지 때린 시민사회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함께 시민참여단도 권유한 원전 축소의 실질적이고 성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제안이 ‘공사 재개’만이 아니라 ‘원전 축소’까지 동시에 제안했기 때문에 지혜로운 결론이라고 사회적 존중을 받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최악의 공론화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디어홍보팀 은 숙 C

미디어홍보팀 은 숙 C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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