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구가여행 첫! 고객, 개념 대학생 “전에 알던 제주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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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너무 바빠 제주 강정마을에 다녀온 지 열흘째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4월 2,3,4일에 걸쳐 내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음으로 제주에 갔었다는 사실이 문득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난 휴학생이지만 일상이 점점 바빠진다. 난 강정마을을 아직도 잘 모르는데 다녀온 추억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이 정말 의미있고 멋있게 느껴졌지만 정작 대학생이 된 후 환경운동 비슷하게 한 활동은 학교에서 텃밭을 짓는 일 뿐이었다. 같이 갔던 환경연합 활동가인 혜란언니는 ‘이건 시위도 아니여~’ 했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사회적 이슈를 향해 행동해본 날들이었다.


4월 2일 저녁에 지끈지끈 아픈 머리를 누르며 강정마을회관에 도착하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도 몇 명 되지 않을 마을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마을 종교인들이 모여있었다. 작은 인원이지만 비옷을 입고 밤길로 촛불행렬하는 모습이 아른히 남는다.


4월 3일 4·3항쟁일을 맞아 기념관을 찾았다. 정말 매서운 바람이 불던 날이어서 위령제 행사는 내부에서만 이루어졌다. 4·3항쟁 희생자 명단이 빼곡이 돔 벽면에 제주의 각 마을별로 적혀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던 방문객들은 각자 자신의 마을이름을 찾고 또 그 속에서 당신들의 가족이름을 찾았다. 손을 뻗어가며 이름을 찾고 난 다음에는 잠시 생각에 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행사를 대충 다 보고 난 다음에 강정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실제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에 가게 되었는데, 여기서의 기억이 참 강렬하다. 모르겠다. 아침보다 더 강해진 바람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차들이 해안가에 배치되어 있고, 노랑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뽑혀 날라갈듯 굉음을 내며 펄럭이고 있었다. 공사현장을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물쪽으로 걸어가는 걸음걸음조차 힘들어 4·3항쟁의 영들이 화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안가에 걸쳐진 포크레인은 정말 그곳에 어울리지 않았고 바위들은 매우예뻤다. 그저 구럼비를 보기 위해 온 것인데도 경찰들이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댔다는 것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구럼비는 이런 상황인거구나.







마을입구쪽에 돌아와서 경찰차들을 또 볼 수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는 마을주민들 앞에 무장을 하고 방패를 들고 선 경찰들은 뭔 일이라도 터지길 기다리듯 대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에 평화활동가들이 노래를 틀고 해군기지반대 운동을 즐겁게 한다. 그냥 동네 잔치처럼. 신나는 노래에 외국인이 궁뎅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하자 마을주민들도 춤추고 쭈삣하던 나도 어느새 따라 춘다. 하루종일 건설현장을 지키는 경찰들은 눈이라도 즐거웠겠다 싶었다.





출출해져 삼거리식당에 갔다. 지친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를 위해 작고 소소하게 만든 이 천막 식당에서 라면과 커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알록달록 마을 사랑이 느껴지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걸쳐 있었고 사연이 있는 김중덕은 굳건히 2012년 대통령 후보 딱지를 집에 걸고 있다. 조금있으면 바람에 곧 쓰러지고 날아가버릴 것 같던 그 삼거리 식당은 아, 너무나도 소중하다.






강풍으로 김포행 비행기가 자꾸 지연되어 일행들은 공항으로 우선 가자는 결론이 나서 제주시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날씨는 고역이었지만 난 사람운이 좋았는지 혜란언니 말고도 황평우 선생님, 해녀사진가 이성은 선생님, 2명의 강정을 사랑하는 회사원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이참에 우리는 황평우 선생님의 구석구석 문화재탐방, 해안가 풍경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밤이 되어서는 혜란언니와 나만 남아 제주시청앞에서 촛불집회를 하였다. 누가봐도 소규모의 인원이었지만 서로 바람에 자꾸 꺼지는 촛불을 다시 키우며 노래하고 염원했다.


내 비행기는 4일 첫차라서 혜란언니와 찜질방에 묵었다. 날씨 스트레스와 잦은 이동 때문에 혜란언니는 온탕에 잠시 들어갔다오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나는 식도염 때문에 잠이 쉽게 오지 않아서 찜질방 마루에 앉아 눈을 붙였다. 아, 참 정신없는 하루였다. 뭔가 여행을 한 느낌이면서도 오점 하나가 계속 캥기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 위령제단에서 희생자 명단 중 강정동 명단이 그 수많은 이름들 중 작은 한 부분이었다는것, 오늘 아름다운 해안가와 숨겨진 문화재들을 많이 봤는데 강정마을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였다는것. 그런데 강정마을이 해군기지가 된다는 것.. 제주는 해녀대신 해군기지를 품게 된다는 사실이 예쁜 그림에 먹물을 찍 뿌려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가까스로 식도염 통증이 가라앉아 누워잘수 있었다. 4일에 도착해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아르바이트를 하러갔다.





제주는 그저 우리나라의 관광명소이고 아름다운 섬이며 마냥 좋은 섬이었다. 기후가 변하듯 제주도 변해야 겠지만 제주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요소 하나하나를 파괴시키면서까지 해군기지를 건설해야하나 싶다. 난 강정마을을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구럼비가 뭐라고, 많은 제주의 마을 중에 강정마을이 뭐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 요소 하나하나가 사람들이 제주를 한번가면 사랑하게 되버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어차피 미군기지 역할이 되는 것이며 지금의 찬성 또는 반대는 의미가 없고 건설해야하는 좋은 이유가 있고 반대해야하는 좋은 이유가 있다 그러니 그게 그거다. 라고 하지만 그런 현실보다 이미 저편에는 파란 바닷물에 부딪히는 구럼비의 아름다움, 그곳에 사람이 사는 강정마을의 아름다움이 있고 제주의 아름다움이 우뚝 서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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