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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지리산은 생명을 노래한다 – 평화컨텐츠의 보고, 지리산

평화컨텐츠의 보고, 지리산
– 지리산은 나를 상상하게 한다 –

글 : 임옥상(임옥상미술연구소장)
김인수(그륌바우 소장)

지리산은 나를 꿈꾸게 한다. 끝없는 꿈나라로 인도한다. 지리산은 나를 상상케 한다. 상념에 상
념의 꼬리를 물게 한다. 시간도 공간도 없는 무중력을 유영하는 기분이다.
지리산은 나를 부른다. 돌려 세운다. 눈을 뜨게 한다. 부끄럽게 한다.
지리산은 나를 품어 안는다.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숨을 멎게 한다. 바람만이 흐른다.

지리산에 손을 대는 일은 숭고한 일이다. 지리산에 성격을 주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
니다. 영성을 감촉하지 못하는 자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 지리산은 결코 수단이 될 수 없
다. 지리산은 목적이다. 명령이다. 숙명이다.

우리의 역사는 질곡에 갇혀있다. 우리의 역사는 늘 덧칠되고 덧붙여 군더더기로 너덜너덜하고 지
우고 덮어 본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왜곡되고 굴절되고 변질되고 망실되었다.
우리의 역사를 되찾는 일이 오늘 우리의 과제다. 역사를 해방 시키자.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복
원하자. 승자/패자, 흑/백의 단순논리로 피를 부르던 상처 투성의 역사를 바로 찾자.

지리산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요, 희생이요, 절망이다.
그러나 지리산은 여전히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살아있다. 지리산은 우리의 모든 꿈을 하나도 손
상치 않은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은 생명이요, 희망이요, 절대다.

지리산에 올라 보라. 노고단 칠성계곡 피아골 정령치, 천왕봉, 뱀사골….. 지리산은 영원하다.

지리산은 모두의 것이다. 전라도 경상도의 땅이 아니다. 지리산은 세계다. 소유물이 될 수 없
다. 그저 빌려 쓰는 것, 머물다 가는 것, 신세지고 있을 따름이다.
소유병에 절대 악따구리 할 거라면 아예 손도 대지 말라. 주도권 운을 하면 죄받는다. 지역, 연
고를 찾으려거든 언강생심 꿈도 꾸지 마라.
진정 마음을 비우지 않는다면 이 일을 안하느니만 못하다. 무념무상의 무소유, 무욕의 마음 다스
림 없이는 이 일은 실패한다. 성소에 생채기만 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 좌우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자. 삶을 있는 그대로 보자. 왜곡된 역사를 바
로 잡아야 한다. 승자의 한 노래만을 들어 왔음을 상기하자.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이
제 약하고 힘없는 자와, 죽은 자들의 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그들을 해원 시켜야 한다. 한판의
씻김굿판을 벌리자.
그러나 지리산은 인간 역사이기 이전에 자연이다. 아니 인간 역사까지도 자연의 역사인지도 모른
다. 분별지, 분석지, 차별지로는 자연은 대답하지 않는다. 자연은 침묵한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저 그건 돌덩이요, 차가운 흙덩어리일 뿐이다.

통합시키고 통일시켜 총체적으로 드러내야한다.
철학, 역사, 자연, 생태환경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리산의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
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모든 이익집단들이 무장해제부터 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이 휴전을 선언하지 않으면 손대
지 말자.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나서 전문가 일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자. 그의 모든
것을 쏟도록 내버려 두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기다리고 용기를 주자. 일인의 전문가가 총괄 진
두지휘하게 하자. 공무원은 빠져라. 돈만 대고 행정적 지원만 하라. 그것도 요청하는 것만. 참견
치 마라. 기웃거리지도 마라. 괜히 옆에 와서 부지런 떨지 마라. 딴 일이나 잘하자. 지역 연고
를 말하는 자가 있으면 왕따 하자. 그러면 동네 잔치판이 되고 만다. 다 만들어 놓고 파리 날린
다. 욕만 먹는다. 대대손손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다.

그 한사람을 잘 찾자. 인문, 사회 모든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어야 할 것이며 탁 터진 인물
이어야 할 것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 예술 전반에 걸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 분야에는 실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사람, 사람마다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지만 귀가 여리지 않으며 소신과 뚝심을 겸비하고 있으며 측은지심이 발달하였으며
세계를 두루두루 밟아 보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조국산천을 사랑하고 발바닥이 빵꾸날 정도로 흝
고 다녔으며, 우리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요, 우리가 곧 세계요, 우리는 우리대로 인류에 가치
가 있다고 믿는 사람, 자연의 명령에 따르고 배워온 사람, 한 풀에서도 영원을 감촉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찾아내자.

이 한사람이 전역량을 발휘하여 설계하고, 시공하고, 감독하고, 자르고, 쓸고, 닦게 하자. 그가
사람도 찾고, 판도 짜고, 총력을 다 탕진할 수 있게 하자. 전권을 주자.

넉넉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
50만평은 되어야겠다. 산도 있고, 들도 있으며, 물도 큰물, 작은 물 흐르는 물, 정지된 물, 샘등
을 골고루 갖추고 언덕, 둔덕, 절벽, 바위, 자갈, 모래, 흙도 다양하고 식생도 건강하고 조화를
이룬 때묻지 않은 곳이어야겠다. 박물관이 중심이 아니라 박물관은 그저 하나의 요소일 뿐인 주
제가 있는 큰 공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리산의 모든 것이지만 또 지리산의 부분인 일즉다, 다
즉일, 부분이 곧 중심이고 중심이 곧 부분인, 세상으로 쌍방이 교통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야겠다.

그 한사람이 하겠지만 50만평은 또 각각의 주제를 갖는 작은 중심(부분)들의 집합이 되었으면 한
다. 그 작은 덩어리들은 또 한사람의 탁월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맡겨질 것이다. 주제는
마스터와 상의 할 것이며, 모든 작은 덩어리는 전체와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진행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초청될 것이다. 물론 창의력을 발휘하는 직업적인 전문
가들이 대부분이겠다. 미술가(조각, 회화, 설치, 영상),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문학인, 벤처
사업가, 여성, 교사, 환경생태전문가……….

개인을 브랜드화해야 승산이 있다. 집단은 결국 하향평준화로 합의하고 안배로 만족하고 떡고물
이나 나누면서 분말이 전도되는 사태로 번지기 십상이다. 기존의 조각공원등을 보면 선명해질 것
이다. 어중이떠중이 너도 나도 모두 모여 잡동산이 조각무덤, 조각의 공동묘지가 아니고 무엇인
가.
창의력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특혜 운운하는 것은 무식의 소리다.
완성을 향해가는 미완의 상상의 박물관을 만들자.
토목 공사하듯이 시작과 끝이 명확한 시간에 쫓기는 기공, 착공, 준공의 노예에서 해방하자. 시
공이 시작과 끝이 없듯 인간도 시작과 끝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행위하고 뜻을 모을 뿐이
다.

모든 사람들이 손수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장대한 구상의 작품이 있어야겠다. 그것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낼 때 모두가 환호할 수 있는 큰 프로젝트가 구상되었으면 한다. 이는 통일된 정신
과 믿음, 열정, 인내 그리고 창의력이 없으면 안 된다. 전문가와 주민 그리고 행정가가 일심동체
가 될 때 가능하다.

우리의 공원은 너무나 공허하다.
공원은 물론 쉼터다. 느림이요, 공백이요, 멈춤이요, 휴식이요, 여유다. 그러나 이 모두에도 창
의력이 필요하다. 하나같이 어딜 가나 똑같은 공원은 짜증난다. 조달청에서 조달된 똑같은 가로
등, 미끄럼틀, 그네 등의 어린이 공원, 벤치도 만찬가지고 나무도 꽃도 거의 같은 일색의 공원
은 공해다. 특화시켜야 한다.

공원은 놀고 마시는 공간만은 아니다. 채우기 위한 공벽이요, 도약하기 위한 멈춤이요, 숨고르기
다. 따라서 공원은 사색을 위한 곳이요,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곳이다. 공원은 교육의 장이
요, 문화의 장일 수 있어야 한다.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창의성을 샘솟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아
름답고, 품위 있고, 격조가 있고, 역사가 있고, 비전이 있어야겠다.

지리산 역사박물관은 아날로그화 디지털의 통일이었으면 좋겠다.
신기술 하이테크로만으로 세상을 보고 디지털이 곧 미래의 전부라고 믿을 수만은 없다. 몸이 없
고 실체가 없이 이미지만으로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만 있고 육체가 없는 사람이 없듯
아날로그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한계가 자명한 만큼 이 둘은 서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
다.

지리산의 고고학, 사회학, 생태학 그리고 역사학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생으로 새로 탄생될
것이다. 특히 근현대의 역사는 이데올로기의 폭탄세례로 유실되고 조작되어 실체가 거의 남겨져
있지 못하다. 마지막 남은 분들이 가시면 흔적도 없어질지 모른다. 역사를 해방시킨다는 관점에
서 이들을 영상으로 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여 실제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
면 이인모님과 악수도 하고, 대화도 하고, 놀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하늘로 솟은 나무가 있고 땅을 기는 칡넝쿨이 있는가 하면 이끼도 있고 흰 꽃, 노란 꽃, 붉은 꽃
이 서로 평화롭게 피고 지는, 불과 물, 바람과 대지가 끝없는 조화와 통일을 만드는 것처럼 지리
산 역사박물관은 온갖 이념과 생각이 백화난방하고 역사와 철학,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장소에
서 만나 자연과 인간이 다투지 않는 평정과 평온을 찾는 어머니 품과 같은 곳이 되어야겠다.

글 : 임옥상(임옥상미술연구소장)
김인수(그륌바우 소장)
자료출처 : 한겨레통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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