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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녹지정책의 허상과 새로운 가능성 모색

“ 죽음의 도시에서 살림의 도시로”
부산시 녹지정책의 허상과
새로운 가능성 모색
 
글 : 장병윤(국제신문 생활과학부장)

 <회색도시의 숨구멍, 지친 삶의 희망 숲>
 
 숲이 없는 도시는 삭막하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시다.
 부산을 찾는 많은 외지인들은 바다를 품은 도시에 대한 낭만 어린 기대를 갖는다. 그러나 이
들 중 상당수는 부산의 이미지가 예상 밖으로 거칠뿐 아니라 살벌한 느낌까지 주었다고 한다.

 숲은 우리 삶에서 어떤 존재인가.
 생태학자 유진 오덤은 일찍이 숲을 `생명유지의 체계’라고 갈파했다. 숲은 물과 함께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 주는 삶의 바탕이다. 아울러 숲은 자원 환경 생태계 등 물질적
의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인간의 심성에 영향을 끼쳐온 정신적 지주로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숲은 뜀박질하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련한 그리움’이다.
시간에 쫓기는 일상 속에서 언뜻 언뜻 가슴을 치며 다가오는 유년시절 숲의 잔영들. 여름 한
낮 매미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리던 청량한 솔바람, 마을 제방에 늘어선 미루나무 잎사귀를 흔들
며 무수한 손짓으로 다가오던 강바람….

 내가 지금까지 찾았던 도시들, 마을들은 기억의 저편에서 숲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회상된다.
우리가 스쳐갔던 무수한 도시와 마을에 대한 기억은 스카이 라인이나 자동차의 행렬, 거대한
빌딩 등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기를 제공하던 숲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온다.

 <쫓겨나는 도심의 숲, 녹지정책은 없었다>
 
 쾌적함의 척도이자 문화 수준의 가늠자인 숲, 부산의 숲 사정은 어떤가.
 부산은 도시 주변에 좋은 숲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활 공간인, 도심에서 숲을 찾아보
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가로수는 헐벗은 채 먼지에 덮여 있고, 일부 지역에선 아예 눈에 띄지
도 않는다. 특히 부산의 관문인 김해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공항로 주변에서는 마치 사막에
도 온 듯 제대로 자란 나무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다.

 대구의 경우 동대구역에서 도시 중심으로 진입하는 대로 한복판과 편도의 가운데, 도로변에 3
중으로 심겨진 히말리야 시다와 플라타너스의 행렬, 청주의 경우 경부고속도로에서 시내로 들어
오는 5㎞에 달하는 진입로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숲길과 비교해 볼 때 부산은 그 첫인상부터 삭
막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신주의는 개발이란 미명으로 도시의 숲을 학살하고 있다.
`편리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탐욕’이 산허리를 깎아 관통도로를 내고 산꼭대기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거침 없는 임도를 낸다. 어디 그뿐인가 산 언저리를 파헤쳐 고층 아파트를 짓고
야산을 밀어 골프 연습장을 만든다.
 
 모든 문제의 출발은 녹지정책의 부재다.
부산에서 지난 87년부터 개발로 인하여 산림 논밭 초지 등 녹지대가 무려 46.5㎢나 사라졌다.
그 결과 현재 부산의 1인당 공원면적은 5.1㎡으로 서울 10.2㎡ 대구 22.3㎡ 등에 비해 크게 부족
하고 실제 생활권역의 공원면적은 1인당 1㎡에도 못미친다.

 예산의 경우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의 경우 녹지예산이 138억원(추경 제외)으로 서울의 13분의 1, 대구의 5분의 1 수준으로
부산시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그 동안 마구잡이로 숲을 밀어낸 곳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대형 전시센터를 짓
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형 다리까지 건설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무분별한 건축허가로 도심 외곽을 싸고 있는 금정산 백양산 장산 허리에 고층
아파트군들을 마치 병풍처럼 펼쳐 우리의 시선을 녹색으로부터 추방시켰다.

 이렇듯 무자비한 개발은 결국 이 도시에서 자연의 순환기능을 거세시켰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사용한 에너지 물은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오염을 완충시켜 줄 식물
과 분해자인 미생물이 뿌리 내릴 공간마저 시멘트로 꽉 틀어막아 버렸다. 단언컨데 자연은 결국
탐욕스러운 도시인들의 삶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의 뒤통수를 치면서 안정적인 삶을 파괴할
것이다.
과도한 개발의 결과는 도시의 생태순환의 고리를 잘라 죽음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
 
 숲을 조성하는 것은 생태계의 순환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되어야 한다. 부산시가 쾌적한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녹지정책을 펼지고 있으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 회의가 앞선다. 오히
려 무자비한 개발의 들러리 역할, 눈가림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는가는 판단은 지나친 기
우인가.

 부산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지금 전국 최악이란 삶의
환경이 되었다.
바로 오늘의 이 도시 환경지표가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근년 들어 도시열섬 현상으로 인한
여름철 평균기온의 급상승, 대기오염으로 인한 전국 최고 수준의 오존농도 등은 자연이 심술을
부린 것이 아니라 녹지정책의 부재가 자초한 결과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 `푸른 부산 만들기’에 나섰으나 그도 아시안게임용으로 급조
된 단견적인 땜질식 행정이 될 공산이 크다.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를 내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철학이 없는 녹지정책을 반증할 뿐이다.

 <학교와 군부대 부지에서 대안 찾아야>

 녹지정책 역시 교육과 같은 백년지대계의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숲을 조성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한 번 파괴된 숲은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녹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견과 인식 부족의 도시 최고 경영자들의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
하다.

 부산의 녹지정책은 장기적인 계획과 기존의 개발 위주의 행정에서 과감하게 탈피할 때, 생태
적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부산에서 푸른 도심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은 생태적 도시를 가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여력이 남으면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을 가꾼다는 급선무로서의 녹지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부산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도심의 녹지를 조성할 수 있는 부지 확
보다.
`부산에 숲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나’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국의 경우도 마
찬가지다. 나무심기 운동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골머리를 앓는다. 심을 공간이 없
다고 포기할 것인가.
광안대로를 포기하고 지사공단 명지주거단지를 포기해서라도 살려내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이 부
산의 숲이다.

 해답은 학교와 군부대 이전 부지등에서 찾을 수 있다.
 나무를 심을 여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부산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학교부지가 가장 먼저 대안
으로 떠오른다.
 학교는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그 면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부산시의 경우 학교부지 총면적은 633개교 11.4㎢로 용두산공원 면적(6만9천㎡)의 180배에 이
른다. 이 공간에 숲을 조성하게 되면 도시림의 증대 효과가 있어 심각한 도시 환경문제를 개선하
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학교숲 가꾸기는 도시림의 증대라는 점뿐만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미래세대들의 주체적인 참여와 체험학습을 통해 친환경적인 삶의 자세를 기르고, 삭막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면서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 여기에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연스런 참여를 통해 지
역사회와 학교 공동체의 형성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학교숲 가꾸기는 단순히 도시림을 증대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미래세대를 함께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숲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하는 유대감과 순수한 감성을
배우고 이웃을 배려할 줄 하는 인간다운 품격을 배울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숲체험 교육을 해오고 있고, 국내서
도 최근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숲에서 나무의 심장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며 자
연친와적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은 숲에서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군부대 이전부지를 녹지로 조성해야 한다. 물론 수천 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부터 상당한 걸림돌이 되겠지만 예산의 우선 순위를 바꿔서라도 그공간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
다.
특히 도심의 군부대는 최악의 숲 사정 속에서 그래도 좋은 녹지 역할을 했다. 따라서 그 자리
가 주거지 등으로 재개발 될 때는 `최후의 녹지’마저 없애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군부대시설을 공원으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의 용산공원을 꼽을 수 있다. 미8군의 옛 부
지 8만8천㎡에 잔디광장, 4만여그루의 나무, 연못, 운동시설 등을 조성 하루에 5천명 정도의 시
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그뿐만 아니라 전매청 창고부지, 민간업체의 공장부지, 심지어는 아파트건립 허가가
난 택지까지 허가를 취소하고 사들여 자연학습공원 등 도심녹지 확보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군부대가 떠난 자리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개금동 일대 14만㎡ 규모
의 육군야전공단 자리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됐다.
 앞으로 55만여㎡ 규모의 하얄리아부대와 7만5천㎡에 달하는 국군통합병원이 이전하면, 그 자리
에는 반드시 녹지가 조성돼야 한다.

 <내집 옥상부터 푸르게, 시민들도 함께 나서야>

 당국의 녹지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적인 합의다. 시민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는 충분한 설
득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그러한 설득작업을 해줄 것인가. 개과천선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기대
난이다.

 따라서 시민운동 차원의 숲 가꾸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에는 환경운
동 단체를 비롯한 상당히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역할
을 해왔지만, 부산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해 시민들의 요구
와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아파트단지를 건립하려던 대구시가 시민들의 끈질긴 요구에 굴복해 대구 중심부에 있는 중앙초
등학교 부지를 시민들에 헌납한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또 시민단체가 앞장 다양한 도시녹화 운동을 펼쳐야 한다.
내집 옥상 녹화운동을 추진해 보라. 옥상녹화 모델도 개발하고, 흙과 종자 묘목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 어디 그뿐인가. 개인집 담장허물기 운동도 하고, 마을 안길을 흙길로 되
돌리는 운동도 하고, 자투리땅을 소공원으로 만드는 운동 전개해 보자.

 이러한 운동을 통해 도시에서의 숲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득하고, 시민들과 함께 당국에 녹지정
책의 예산을 늘이고, 우선 배정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생태도시 만들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유럽의 독일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정책적 차원을 넘어 시민운동
의 주요한 화두로서 도시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세기 급속도로 발전한 문명과 과학이 가져온 편리한 삶의 추구가 빚은 역기능에 대한 자기반성에
서 출발하고 있다.
 
  한 주간의 도시생활에 지친 삶에 활력을 위해 주말이면 자가용을 이용 멀리 떨어진 자연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교통 체증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삶터인 도
시 안에서의 생활을 쾌적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동네의 작은 숲을 가꾸
어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빚어낸 이 우화에서 우리들의 어리석은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궁
극적으로 숲가꾸기 운동은 이렇듯 어리석은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운동으로 승화되어
야 한다.

 숲 가꾸기 운동을 통하여 우리의 전도된 가치관을 바르게 세우고 본연의 삶의 자세를 찾는 계
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시민들 삶 속에서 생명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도시 공동체를 회복하는 성스러운 작업이 될 것이다.

자료출처 : 환경과 자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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