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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제안 심포지엄 – 백두대간이 교과서에 수록되어야 하는 이유

백두대간이 교과서에 수록되어야 하는 이유

조석필(「태백산맥은 없다」 저자)

[산경표]의 산줄기 분류 체계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원칙에 의해 작성
되었다. 그것은 객관적으로 확보하고 제시할 수 있는 원칙이므로,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고 보편
성과 복원성을 확보한다. 다시 말해 원칙만 지켜진다면 누가 작업을 하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대표되는 지형학적 산줄기 체계는 이 점에서 산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
월성을 지닌다. 있는 그대로 그렸기 때문에, 다시 말해 실제로 존재하는 선을 나타냈기 때문에,
이땅의 자연 지리와 인문 지리를 이해하는 데 정확하고 유용한 도구가 된다.
산맥은 땅 속의 지질 구조를 따라 분류한 체계이다. 지질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연구자들
은 지표면의 암석 표본을 통해 땅속의 구조를 추정한다. ‘추정’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있다. 조사자의 기술, 방법, 의지 및 조사 시간 등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결과의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다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
에 산맥 체계에는 표준이 존재하기 어려우며, 교과서마다 다른 그림이 실리더라도 통제할 장치
가 마땅치 않다. 또한 산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선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땅에 실재
하는 지형을 이해하는 도구로는 불완전하다.
구구단은 그것을 바탕으로 곱셈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산수 교과서에 실린다. 주기율표는 그것
을 바탕으로 물질의 화학 구조 및 반응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학 교과서에 실린다. 같은 논
리로, 산맥이 지리 교과서에 실리는 이유는 그것을 바탕으로 이땅의 지리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
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가능한가?
애초부터 산맥은 지형을 설명할 수 없는 체계이다.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설명하려 해서도 안된
다. 그것은 인체의 세포학적 배열을 근거로 해서 해부학적 형태를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
가지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 교과서는 산맥을 통해 지형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계
속해 왔다. 태백산맥으로 유역변경식 발전소를, 소백산맥으로 도로와 고개를, 차령산맥으로 기후
구분을 설명해 보려는 노력들이 그런 예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거짓말이거나, 불완전하거나,
혹은 실패한 논리들이었다. 보다 심각한 일은 저자들이 그런 오류를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산맥
을 통해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전화번호로 집을 찾을 수 있다”
고 믿고 있다. 그러한 오류는 지리가 자연과학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서 발생하며, 현장을 무
시한 채 추정된 논리를 연구실에서 단순 반복하는 과정에서 굳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차령산맥을 기준으로 말씨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지리서가 있다. 그렇지만
그 책의 저자에게 “차령산맥은 어디에 있나요?” 하고 물으면 쉬 대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차
령산맥의 주행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은 지리서는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차령산
맥의 유일한 존재 근거는 지리부도의 그림 - 그나마 출판사마다 각각 다르게 그려놓은 - 뿐이
다. 그 그림을 믿고 산맥을 답사하는 일이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산맥이라는
실체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차령산맥을 기준으로 말씨가 달라진다”고 주장
하는 것은 “나는 차령산맥 답사는커녕,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얘기
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이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백두대간은 200만 번에 걸
쳐 검증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대간의 주행에 관해 다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누가 마루금을 작성하더라도 백두대간의 주행은 정확하게 한 가지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눈
에 보이는 지형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에 의해 작성했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백두대간은 이처럼 작성 과정이 분명하다. 일관된 원리에 의해 작동하므로 논리를 통해 가르치
고 배우기 쉽다. 그에 반해 산맥은 작성 과정이 분명하지 않다. 자의적 추정에 의한 결과만 나열
되어 있으므로 주입식 교육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
백두대간은 또한 산줄기와 물줄기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지형을 사실 그대로 반영한다. 지형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후, 역사, 풍습, 방언, 음악, 건축, 지역 감정 등 모든 인문지리학적 사
실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산맥 체계로는 물론 위의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다.
외국의 예를 통해, 그러니까 효용성이나 정확성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산맥을 옹호하는 의견
이 있다. 세계적으로 산맥 개념만 통용되고 있으며, [산경표] 방식의 분류 체계를 사용하는 나라
는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사실 이것은 논점 이탈의 오류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논점 이탈 말고도, 비교의 기본 원칙을 무
시한 처사도 눈에 띈다. 즉 위와 같은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론 대상인 두 개의 산맥 -
세계적으로 쓰이는 ‘산맥’과 우리나라의 ‘산맥’ - 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 용어라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산맥과 달리 히말라야 산맥은 거대한 산
군의 개념이며, 상당히 느슨하고 광범위한 지질학적 공통성을 하나의 산맥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와 같은 분류 기준을 우리나라의 지형에 적용한다면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산맥이라고 보는 것
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애초부터 히말라야와 태백산맥은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이다.
역으로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우리나라 산맥 분류의 근원이 되는 ‘지질과 지체구조’ 그림의 기
준을 히말라야에 반영시키기로 한다면, 다시 말해 히말라야의 지질을 제3계, 제4계, 경상계, 대
동계, 평안계, 조선계, 옥천계, 선캠브리아계 등으로 구분해 각 경계선마다 “산맥”을 부여하기
로 한다면, 히말라야는 수백 개의 산맥으로 나뉘어 그물처럼 얽히는 처지가 될 것이다.
히말라야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와 지형이나 면적이 비슷한 일본이나 유고 등에서도 여전히 산
맥 체계를 사용하고 있지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
다. 그들에게 [산경표]식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자가 없는 나라들이 알파벳을 빌어 문자로
삼듯, 지리인식 체계가 발달하지 않았던 나라들이 대략적인 지형을 표현하기 위해 산맥을 빌어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산경표]를 쓰지 않으므
로 우리도 써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문자 없는 나라들을 본받아 우리도 한글 사용을 자제해
야 한다”는 주장처럼 터무니없이 들린다.
우리나라가 지도의 선진국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동여지도와 함께 누대에 걸쳐 축적
되어왔던 과학적 지리인식의 결정체인 [산경표]는 사실 한국학의 축복이라 할 수 있는 성과물이
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나라들을 따라가자는 주장보다는, 오히려 그런 나라
에 [산경표]식 지리인식 체계를 보급하자는 발상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야산지대가 많고 골짜기가 발달한 특징을 보인다. 그 발달한 골짜기 구석구석
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줄기와 물줄기를 따라가는 세밀한 지형 구분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경우에는 그런 방식의 분류가 별 도
움이 되지 않는다. 지형의 특성상 세밀한 분류가 곤란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지도 않는 빙하
지역을 자잘하게 구분해본들 인문지리적으로 쓸모가 없는 것이다. 네델란드처럼 산이 없는 나라
에서 산맥 논란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듯, 한 나라의 지리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상황에 따르는 것이 가장 타당한 것이다.
1900년대 초 고토 분지로가 당시의 신학문을 도입해 우리나라의 지질을 연구한 자체는 일정한 학
문적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 즉 우리나라 지형의 특징과 규모에 어울리
지 않는 그 지질학 체계를 나라의 지리 인식의 표준으로 삼은 것에 있다. 비유하자면, 국가 예산
을 처리하는 수퍼컴퓨터용 회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우리집 가계부의 표준 프로그램으로 삼은 꼴
이다.
교과서 표준 논쟁과는 별개로, 현행 산맥 체계가 자체로 타당한가를 검증받을 필요도 있다. 산
맥 분류의 근간이 되는 ‘지질과 지체구조’ 그림이 나라의 표준이 될 만큼 충분한 자료를 바탕
으로 작성된 것인지 살펴봐야 하고 (과문인지 몰라도 고토 분지로의 작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질조사가 없었다), 그 그림의 어떤 특징을 기준으로 현행 산맥을 분류
해냈는가 하는 점도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사실 문외한의 눈으로 보면, 태맥산맥이 지질구조도
상의 어떤 공통점을 배경으로 작성된 선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백두대간을 교과서에 올려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단, 이때의 교과서란 초, 중
고등학교의 지리교과서를 말한다. 대학의 지리 전공자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장하거나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렇지만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아야 할 지식
으로서의 지리가 백두대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산맥이 교과서에 실려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 산맥
은 나라의 지형을 설명하지 못하며, 여타의 인문지리학적 사실의 근거가 되지도 못한다. 하다 못
해 지하 자원 분포와의 연관성 하나 입증된 예도 없다. 사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라는 지
극히 타성적인 관성말고는, 산맥이 교과서에 존재해야하는 어떤 이유도 생각나는 게 없다.
정리하는 의미에서 몇가지 문답을 작성했다. 우선, 산림청에서 차령산맥을 그려놓고 산림을 관리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에서 광주산맥을 담벼락으로 댐을 건설할 수 있는
가? 아니다. 환경청에서 태백산맥을 따라다니며 오염원 통제를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기상청에
서 소백산맥을 말하면서 이땅의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 산림청에서 백두대간을 그려놓고 산림을 관리할 수 있는가? 그
렇다. 수자원공사에서 백두대간을 담벼락으로 댐을 건설할 수 있는가? 그렇다. 환경청에서 백두
대간을 따라다니며 오염원 통제를 할 수 있는가? 그렇다. 기상청에서 백두대간을 말하면서 이땅
의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가? 그렇다. 결론은 자명하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져야 하는 것은 백두
대간이다.

자료출처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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