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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서] 동해안 산불피해지, 산림청의 산림’생태계’의 복원방향에 문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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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_청원서.hwp

날짜: 2000. 5. 1
보내는 사람: 정연숙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부교수)
수신: …
제목: 동해안 산불피해지, 산림청의 산림’생태계’의 복원방향에 문제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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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 귀하,

저는 강원대학교에 재직중인 부교수 정연숙입니다. 근래 큰 피해가 발생한
동해안 지역의 산불로 인하여 피해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여러분께서도 심려
가 크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불탄 산림생태계를 ‘자연복원 해
야’한다고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입니다. 이를 시발로 최근 산림생태
계의 복원방법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를 ‘신중
히 검토한 후 결정하라’고 강원도지사에게 말씀하신 것을 신문지면에서 읽었
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 산림청이 주최한 협의회에 참석하여, 산림청이 계획
한 {산림복구방향}과 그 회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산림정책을 이끌
고 있는 산림당국자들의 기본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였기에
이렇게 청원 드리게 되었습니다.

과거 30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노력과 강력한 정부의 지원 하에, 황폐한 벌
거숭이산을 푸르게 녹화해 온 산림청의 기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산림이
울창해지고 있는 현재에도 산림청은 조림의 신화에만 매몰되어, 나무만 보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 상태로라면
이제는 그 역기능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또한 말씀드리
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산림면적 43%가 조림지이고, 50년생 이하의 2차림이
55%입니다. 즉, 여기서 2차림은 여러 가지 역사적 요인(땔감, 화전, 목재이
용, 전쟁, 일제수탈)에 의하여, 1차림인 원시림이 벌목과 산불로 파괴된
후,
다시 ‘자연복원 된’ 숲을 의미합니다.

2차림 중 35%는 20년생 이하의 숲으로써, 도시와 인가 주변의 숲들이 대
부분 이에 해당합니다. 이를 볼 때, 옛날보다 숲이 훨씬 울창해진 지금은 산
불이 났다하더라도 자연복원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자
여러 차례 밝혀 온 주장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첨부한 저의 연구결과와, 99년 12월 1일 방영된 KBS 1TV의 ‘고성
산불 그후’를 보시면 ‘자연 스스로의 복원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숲과 숲 속의 생물들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진화의 역사를
거친 결과로써, 산불이나 병충해 같은 재난에 대해 스스로의 저항력과 복원
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오랜 세월 재난의 역사를 겪고 진화된 자연의 원
리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동해안 피해산림을 ‘병행복구’하겠
다고 합니다. 이것이 ‘조림’을 위한 눈가림이란 것은 그 내용에서 드러나는
데, 비옥한 곳은 ‘조림복구’, 경사가 심하거나 암석지여서 조림할 수 없는

은 ‘자연복구’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는 100% 조림
을 하겠다는 의지로써, 산림을 ‘생태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조림할

있는 땅’으로 생각하는 산림청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내 목재수요의 95%를 수입하여 외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우
리나라는, 조림으로 임업자급률을 높여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의 총 조림면적은 산림면적의 43%나 되므로 결코 조림면적이 적은 것은 아
닙니다. 문제는 조림면적의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림만 할뿐 관리를
하지 않고 방기하는 것이 보다 큰 문제라 하겠습니다. 특히 조림지의 80%
이상이 30년생 이하의 어린 숲이므로 철저한 육림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유림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소유구
조상 임업생산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산주인들이, 산림당국의 각종 지원정책
에도 불구하고 영림에 별 뜻이 없고, 과거 국가에서 무상으로 심어준 조림지
마저 방치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산
림청은 조림지에 대한 육림에 더욱 주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고 생각합니다.
산림청의 올해 사업예산현황을 보면 직접적인 산림관리비용인 산림자원육
성예산은 총 예산의 2.6%에 불과하고, 임업경영기반확충(임업가의 양성, 기
계화, 임도건설 등) 예산은 78%입니다. 이는 농사는 게을리 하면서 ‘수확할
것’을 계획하는 것과 같습니다.

산림생태계는 인간의 ‘경제적 가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을 누려야 하는 무수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
물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한 종 또는 몇 종만을 심는 조림지는 이처럼 다양
한 생물들의 동거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조림으로 이루어진 넓은 낙엽송과 잣나무림 속에 들어가 보십시오. 나무는
있을지언정 숲 속은 텅 비어 있습니다.
자연림은 큰키나무층 밑에 작은키나무층, 떨기나무층, 풀층의 4층이 공간
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어서 이들을 먹이로 하는 초식곤충과 먹이사슬로 연
결되어 있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및 포유류가 모두 ‘공존.상생’할 수 있

터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요 ‘공익적 가치’입니다. 인간은 아직 생태
계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적습니다. 그러므로 자연림의 가치를 조림지의 화
폐환산가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피해 주민의 자립과 지역적인 경제기반 조성을 위해서 송이생산을 위한
소나무숲을 일부면적에 조성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많은 일반 국민
들이 산불 피해를 입은 산에는 조림해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막대한 국민세금의 투입 없이도, ‘숲은 스스로 자연복원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국민들이 인공조림을 지지
할것인가에 대하여는 큰 의문이 남습니다.

산림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전국민과 산주들에게 알려 이해를 구해야 함에
도 불구하고 오히려 산주인들을 ‘조림’을 위한 방패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육림할 의사는 없지만 국가에서 나무를 심어준다는 것을 마다할 산주인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조림지와 같이 막대한 예산만 투입하고
또 다시 방치하여 예산만 낭비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자연복원능력이 입증된 지금, 산불피해 산림
생태계를 ‘어떤 방법으로’ 복원하는 것이 더 좋으냐 하는 것이 더 이상의 쟁
점은 아니며, 오히려 ‘무슨 목적으로’ 복원할 것인가 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복원림의 공익적 가치와 화폐환산가치인 경제적 가치를
달리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관행적으로 조림만 고집하고 있는 산
림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련부처와 학계 그리고 국민들의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뒷받침 할 자료와 참고자료를 아래에 첨부합
니다. 국정 운영에 바쁘시겠지만 부디 세심하게 살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또한 기대하겠습니다.

저의 설명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5월 1일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정 연 숙 드림
(0361) 250-8529
011-370-8529
yschoung@kangwon.ac.kr

첨부서류
1. 산림청의 ‘생태계’ 복원방향과 조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2. 한겨레 신문 논단. 2000/4/28. ‘불탄 숲, 자연복원을’ (정연숙)
3. 한국과학재단 연구결과보고서(정연숙)의 요약자료

참고하실 자료 (미첨부)
1. KBS 1TV. 99/12/1 방영. ‘고성산불 그후’.
2. 산림청. 2000/4/27.『동해안 산불 산림피해 조사결과 및 산림복구방향』

기타사항: 동일 내용이 …에도 전송되었음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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