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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의 섬이야기] 인도네시아 롬복의 화이트 비치와 블랙 비치, 문화제국주의는 아닐까?

인도네시아 롬복의 화이트 비치와 블랙 비치, 문화제국주의는 아닐까?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롬복 남부의 신관광지 개발지역 ⓒ홍선기

롬복 남부의 신관광지 개발지역 ⓒ홍선기

문화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자국의 문화를 우월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시키는 것을 말한다. 2차대전을 겪으면서 아시아에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식민지를 잃은 강대국들은 독립국을 정치적 지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방법으로 새로운 지배체계를 찾게 되었다.

문화제국주의의 특성은, 독립국이 자립을 갖추기도 전에 다국적 기업, 관광산업, 미디어(영화) 등 강대국의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문화적 종속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물론 보편적인 인류문화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대부분 문화 정체성 상실, 전통문화의 파괴, 토착 언어의 소멸, 그리고 고유한 생태계의 파괴 등 부정적 영향이 따르게 된다.

한때 유럽 열대강국의 식민지였던 태평양 도서 국가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독립국이 되었으나, 아직도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영향을 원래의 제국에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광개발지 선호도 또한 마찬가지라 본다.

롬복(Pulau Lombok)은 인도네시아 발리섬 동쪽에 위치하는 휴양지이다. 발리와 비교하여 아직까지는 개발이 안 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신혼여행지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섬이다.

롬복은 영국 박물학자인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말레이 군도를 조사하면서 남긴 생물지리적 경계, 즉 Wallace Line을 설정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발리와 롬복 사이의 롬복해협을 지나 보르네오와 술라웨시섬 사이의 마카사르해협을 따라서 나누는 Wallace Line은 생물지리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학설이다. 롬복에는 해발 3,726m 높이의 활화산 린자니산(Gunung Rinjani)이 있고, 번화가인 승기기(Senggigi) 주변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 찾는다.

롬복 북부쪽 검은모래 해변 ⓒ홍선기

롬복 북부쪽 검은모래 해변 ⓒ홍선기

롬복 서쪽에 있는 발리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였을 때부터 외국인 휴양지로서 개발된 섬이다. 발리힌두의 독특한 문양으로 장식되는 사원과 의상이 인상 깊고, 아름다운 해양, 농촌경관이 어우러지면서 20세기에 세계적 관광지로서 떠오르게 되었다.

최근 조용하던 발리는 10여년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리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덴파사르나 꾸따 등 전통마을에 국한하여 관광산업이 발달하였지만, 최근 중국의 대량 관광객이 몰리면서 대규모 쇼핑센터와 면세점이 생겨나고 있다. 갑자기 서구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하지 않는 풍경이 되어 버린 발리.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발리의 대안으로서 롬복을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롬복 섬의 해변과 농촌을 일주하면서 다양한 관광자원을 확인하였다. 북쪽해변은 상대적으로 모래가 검은색이고, 남쪽은 흰색이다. 아마도 북쪽 해안은 활화산인 린자니산과 관련된 지질 특성 때문이겠지만, 필자에겐 양쪽 모두 아름답고, 훌륭한 천연의 해변이었다.

관광지 개발에 대해 현지 주민들에게 들은 결과,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유난히도 흰모래 해변에만 사업 투자를 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왜 검은모래 해변에는 투자하지 않은가를 문의한 결과, 의외로 답은 간단하였다. 서양인들은 흰색모래 해변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롬복섬에서 둘러본 해변과 작은 섬(Gili)에서 이뤄지는 관광개발은 전부 흰색모래 해변이었다.

서북부 작은섬(gili)의 흰모래해변 ⓒ홍선기

서북부 작은섬(gili)의 흰모래해변 ⓒ홍선기

너무 과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인에 의해 습득된 서구인들 선호 관광지를 아직도 인도네시아에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검은모래 해변에 비하여 흰모래 해변이 더 귀중한 관광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해안관광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회색빛 갯벌바다 보다는 투명한 동해바다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식. 이러한 인식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최근까지 제주도에 밀려든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버린 상황에 과연 지금까지의 제주 섬 관광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새삼 고민해볼 시간이 온 것 같다. 발리와 롬복을 보면서 서구인 중심의 관광과 동양인들의 관광 유형이 사뭇 다르고, 관광객이 요구하는 자원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우리나라 섬 관광 인프라 개발과 관광객 다변화 정책에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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