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관련자료

한국 시민사회단체국제연대 교육연수 자료집 – 아시아지역의 빈곤과 발전문제

아시아지역의 빈곤과 발전

글 : 이시재(카톨릭대학교, 사회학) ejaelee@catholic.ac.kr

1. 서론: 코시안(Kosian)이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습니까

최근 일간신문에 코시안이란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였습니다. 한국인과 아시아인들 사이에 태어
난 자녀들을 코시안이라고 한 답니다. Korea와 Asia라는 글자는 붙여서 만든 단어입니다. 여기
에 일본인이나 중국인들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또 하나
으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명치유신때 脫亞을 주장할 때 일본은 스스로 아시아의
일원이 되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사람들 가운데는 ‘일본과 아시아’라는 표
현을 쓸 때, 일본은 아시아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대 그 코시안의 수는
약 5000-10000명정도이라고 합니다. 이들 코시안들은 대부분 불법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정식으
로 결혼수속을 밟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한때는 이 어린이들이 국적이 없는 상태이었습니
다. 지금은 국적법이 바뀌어 한국적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35만명정도라고 파악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약25
만 명은 이른바 불법체재자들입니다. 불법체재자들이 오히려 다수를 점하고 평균적인 외국인노동
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우 일요일 오후 혜화동 로타리에 가면 필리핀 노
동자들의 모임의 장소가 생기고 시장이 열립니다. 필리핀에서 가져온 생필품을 팔고 사기도 하
고 친구들도 만나며 서로 직장을 알선하기도 하는 장소입니다. 중국인노동자(조선족 포함)들은
가리봉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면 중국의 식품자료를 살 수도 있고, 중국적인 중국
음식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남아시아 노동자들은 부천의 석왕사에 모인다든지… 이태원
부근에는 아프리카의 노동자들의 모이는 장소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활은 이미 국제화의 물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화에 따라가려고 노력하
는 순간에도 국제화는 우리 주변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지요.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을까요. 이들은 대체로 고학력의 젊은 층들입
니다만, 왜 한국까지 와서 노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또 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이었을까요?
1980년대 초 우리나라는 해외에 노동자를 송출하는 나라이었습니다. 물론 그 뿌리는 베트남 전
쟁 때 한국의 노동자들이 월남에 가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었습니다. 월남전이 끝난 다
음, 노동자들은 다른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진출하였지요. 1973년의 석유파동으로 세계의 달
러가 중동으로 집결하자, 중동의 건설 붐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대거 중동에
진출하여 외화를 벌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건설회사들이 중동에 다수 진출하여 한국인 노동
자들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자, 한국기업들은 좀더 싼
노동력을 구하여, 태국인, 인도인, 방글라데시인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노동자들을 데려다
썼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중동에는 세계
의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필리핀 가정부, 인도인 정원사, 그리고 건설현장에는 여
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모여서 일하였습니다.
1990년의 페르시아전쟁—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공격하여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전쟁을 시작한
전쟁—이후 상황은 급변하였습니다. 모든 건설이 중단되고 외국인들이 철수하여야 했습니다.
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일부는 돌아갔겠지요.
한번 고향을 떠난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설 땅을 잃고 다시 노동자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습
니다. 이 노동자들이 찾은 곳이 동아시아이었습니다. 일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증한 것도 이
때이었습니다. 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타이완, 홍콩에도 많이 몰려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도 출입국관리가 비교적 허술한 한국에도 대량으로 들어 왔습니다. 영세한 중소제조업들이 고임
금, 노동쟁의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0년 초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였습
니다.
아시아 지역을 여행해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상은 극히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는 인상이 강
합니다. 임금의 격차가 있으며 노동의 이동은 언제나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노동자들의 한
국이나 일본에 나와있지만, 태국에는 미얀마나 라오스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말레이
시아에는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들이 야자농장에서 일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공장에는 태국여성들
이 일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IT관련노동자들은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
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는 이제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
다.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는 근본적으로는 자국에서 만족할 만한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에 일자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1970년대이래 각 국에서 추진한 녹색혁명(농업의 산업화)
과 공업화의 실패, 혹은 개발방식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농업경제의 상업화
에 의해 농촌이 붕괴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도시에 인구가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이 해외에 일
자를 찾아서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였습니다. 노동의 국제이동
의 비용이 적게 든 것도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항공료의 상대적인 저렴화가 그 요인입
니다. 또 1990년대이래 각 국의 개방정책으로 인해 해외이동이 가능하게 되었고, 소비문화가 침
투하여 소비욕구의 증대도 노동자의 해외이주에 기여하였습니다. 1990년대 이후 중국과 사회주의
경제권의 시장경제의 도입도 노동자들의 해외이주를 촉진하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노동자들
의 국내유입은 바로 이러한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2. 세계화의 한 측면으로서 노동의 이동

외국노동자들의 이주는 자본의 세계화, 시장경제의 세계화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자본의 세계화는 그 역사가 매우 길고 뿌리가 깊습니다 19세기에는 식민지경제
가 그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식민지경제는 본국의 군사력, 정치력의 바탕으로 토지, 농산물, 노
동력을 구하기 위해 자본이 해외진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이것을 자본
주의 발전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장메카니즘은 항상 이윤이 많은 곳에 투자
를 하고, 시장이 확대되면 반드시 이윤의 평준화를 가져와 새로운 시장을 찾지 않으면 안되게 되
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본국시장의 <이윤의 경향적 저하>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식민지를 찾아
나서게 된 것입니다. 본국의 군사력, 정치력을 배경으로 진출한 것이니까, 제1차 세계대전과 같
은 국민국가간의 전쟁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지요.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는 식민지지배에서 벗어나 무역을 매개로 하는 남북관계, 혹은 세계화가
전개되었습니다. 북쪽에서는 공업제품을 남쪽에서는 원료와 에너지, 그리고 농업제품을 생산하
는 국제분업구조가 한동안 정착되었습니다. 남북 간에는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치의 불평등교환에 의해 남쪽의 부가 북쪽으로 이전되어 갔습니다. 이러한
국제분업은 남쪽의 빈곤을 유지하고 또 악화시켜갔습니다. 종속이론을 제창한 간다 프랭크는 이
것을 ‘저개발의 개발(Development of Underdevelopment)’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저개발은 외적 강
제에 의해 추진되고 유지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이것이 1970년대의 종속이론의 배경이 되었
던 라틴 아메리카의 저개발에 대한 설명방식이었습니다. 저개발국가는 일단 식민지로부터 독립되
었기 때문에 국가의 존재방식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남북 간의 국제권력의 존재방식에 따라 국가
도 편제되었고, 잦은 쿠데타와 정치불안, 민주주의 의 저발전 등을 특징지어진 정치적인 종속,
사회적-문화적 종속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종속이 그 특징을 이루고있었습니다. 이것을 사람들
은 ‘신식민지주의’라고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형식적으로 독립국가이지만 모든 다른 면
에서는 식민지와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남북문제와 더불어 동서간의 갈등도 병존하였습니다. 동서간의 대립도 자원을 낭
비하는 요소이었지만, 동시에 원조경제가 제3세계의 권력과 경제를 지탱하는 경우도 있었습니
다.
저개발국가 가운데서는 공업제품의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수입대체공업화를 일으켰습니다. 자
본과 기술이 부족한 가운데 외국에서 이를 수입하여 공업화를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시장
이 적고 국제적인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래서 세계시
장을 대상으로 공업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한국,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의 여러 나라들에서 수
출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하였습니다. 각 나라에 따라 사정이 다릅니다만, 한국의 경우처럼, 값싼
노동력과 그것을 뒷받침한 낮은 식량가격이 국제경쟁력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한국의 경우처
럼, 노동집약적인 섬유제품,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하여 재수출하는 임가공업 등이 중심을 이
루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수출공업화에 비교적 성공나라들도 있습니다. 일본을 필두로 한국, 대만
이 그 선두에 서 있고, 동아시아에서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국가들
도 같은 모델을 취하여 비교적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도 같은 모델을 취하여 아시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출공
업화는 중요한 경제성장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따르지 않았던 경제는 붕괴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중국도 자력갱생은 내걸었지만, 1990년대에 세계시장에 참여하여 수출주도형 공업화
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걸었으나 외부로부터 자원의 유입이 되지 않자 붕
괴해 버린 것 같습니다.
1989년 구 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이 시장경제로 편입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제는 동서간의 원조경제의 변수를 없어졌습니다. 세계는 단일 시장경제에 통합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초국적 기업의 활동이 누구의 통제로 받지 않고 세계를 지배하는 양상이 생겨나고 있습니
다. 이제는 국민국가의 힘보다 시장의 세력이 더 강력하여 국민국가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간 것 같습니다. WTO와 같은 다자간 교역체제가 완성되어 각 국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주권행상
의 영역은 매우 좁아졌습니다. 초국적 기업의 이해, 강대국의 힘의 행사에 의해 세계의 질서를
재편되어가고 있습니다.
수출주도형 공업화는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의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습
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제에서는 대체로 농업의 붕괴와 농촌으로부터의 인구의 이출, 그리고 급
속하고 비대한 도시화를 가져왔습니다. 농업에 있어서 자급률의 급격한 저하, 농촌인구의 고령
화, 도시 실업률의 증대, 제3차 산업의 비대화 등 극히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결과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 의해 도시에는 거대한 쇼핑몰을 비롯하여 소비문화
를 조장하는 문화적 상징조작으로 문화침략의 현상도 심각합니다.
노동자들의 국제이동은 경제발전의 새로운 단계와 같은 것 같습니다. 필리핀의 어떤 학자를
만났더니 우리는 수출할 것이라고는 노동자밖에 없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
습니다. 농산물의 수출(식민지기), 공업제품의 수출(공업화기), 그리고 지금은 노동력의 수출(세
계시장화)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만 5-7백만 명의 노동자들
이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있으며, 중동지역에서만 7-8백만 아시아계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
습니다. 북미나, 유럽에 나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그야말로 수천만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벌어 들어오는 임금은 연간 약 780억불(2000년)에 이르고 있다고 합
니다. 이 만큼 많은 돈은 석유수출국의 수입 다음으로 많은 돈입니다. 그래서 해외진출 노동자들
이 벌어 들여오는 돈은 중요한 국가 수입이 되고,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자원이 되
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진출은 그런 의미에서 각 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산업’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노동자를 가장 많이 송출하는 나라로서 약100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약1/4은 선원들입니다. 필리핀 선원들은 전 세계의 선원의 20%에 달하
고 있습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1년 간 벌어들이는 송금은 약60-70억불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
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 노동자들은 1999년 한해동안 607명이 사망하였고, 2000년 3월
현재 1390명의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노동자의 해외이주의 움직임은 이상과 같은 자본의 국제화와 세계화의 결과로서 나타
난 제3세계의 빈곤이 그 원인이며, 또한 사회 문화적 세계화에 의해 촉진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
니다.

3. 경작지를 물리고 숲을 살리자(退耕還林)

1970년대의 종속이론은 ‘가치의 이전’이 중요한 문제이었습니다. 그 해결책은 물론 국제적인
교역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었으며, 그 기초는 자력갱생의 길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자력갱생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중국이나, 북한의 사례에서 자명해 졌습니다. 자력갱생의 길이든, 탈
종속의 길이든 모두가 생산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진자본주의의 가치이전이 개발의 문제였다면 탈종속도 역시 개발의 문제를 벗어나
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종속이론의 연속선상에서 타나난 것이라고 보지만, 생산력주의에 대한 의문은 전적으
로 새로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화와 종속의 결과, 경제만 파괴된 것이 아닙니다. 과
도한 개발은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생태계를 또한 파괴하였습니다. 경제를 나타내는 Economy와
생태계를 말하는 Ecology는 다같이 그리스어의 오이코스(oikos)에서 온 말입니다. 그 뿌리가 같
습니다.
북한의 자력갱생경제의 붕괴의 근원에는 생태계의 붕괴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북
한은 1970년대부터 강력한 생산력 증대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한 생산력의 증
대, 초지와 산을 개간하여 경작지의 확대, 서해의 간척사업 등을 통해서 생산의 강화와 확대를
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외화부족에 따른 에너지원의 수입이 급감하였고, 전력과 비
료생산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홍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높은 구릉지까지 밭
으로 만들었으니 초지와 산림이 파괴되었고, 에너지의 부족으로 나무를 베었습니다. 그래서 또
화학비료를 사용하여왔으니 지력을 읽게 되었습니다. 생산력주의의 강화에 의해 생태적 순환구조
가 파괴되었던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김정욱교수가 한반도에너지개발사업(KEDO)와 관련하여 북한
에 조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그가 찍은 북한의 산하는 그야말로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었
습니다. 생태계에 대한 과잉착취야말로 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생태계의 파괴라면 중국의 경우도 매우 심각합니다. 중국은 1950년대의 대약진시대이래 경작지
를 확대하여 왔습니다. 산지를 경작지로 만들뿐만 아니라, 양들을 방목하던 초지를 개간하여 농
토로 바꾸었습니다. 거기에는 민족 간의 헤게모니 쟁탈도 있었습니다. 목축은 몽골인 등 북방소
수민족의 생업이었으나 경작은 한족의 주요 생업이었습니다. 한족이 소수민족을 밀어내고 경작
을 하여 목초지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대신 소수민족은 보다 깊은 오지로 밀려났습니다. 소수
민족들도 그들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양의 수를 늘리고 산이든 초지이든 닥치는 데로 양을 풀어
놓아 초목이 사라져 갔습니다. 농업은 환경을 보전하는 수단이라고도 합니다만, 중국의 경우에
는 밭농사로서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토양이 노출되어 있어서 바람만 불면 토양이 날아가 버리
고 사막과 같이 변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중국에 광범위한 사막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중
국의 사막화는 우리나라에서 황사 때문에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만, 북경에서 70킬로 북방에
는 이미 사막화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사막화는 중국의 경제개발에 있어서 긴급한 문제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서부개발을 중요한 경제정책의 하나로 세워놓고 있지만, 사막화의 진행
으로 그 효과가 극히 미미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사람들이 살수 없고,
그래서 도로와 철도를 만들어 놓아도 이용할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숲과 초지를 파괴하면, 물
부족 현상도 동시에 진행되어, 사막화가 급속하게 전개됩니다. 중국의 황화는 일년에 몇 달 동
안 물이 말라 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사막화와 상류, 중류지역에서의 과도한 물의 사용에 따
른 결과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의 실질적인 의미를 중국의 정책당국자들을 알고 있
는 듯합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경제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중국에는 나무심기도 많이 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연료부족으로 인하여 심은 나
무들을 뽑아다가 다시 땔감으로 쓰기 때문이며, 토양이 맞지 않아 심어도 심어도 죽어가지만 관
료주의적 병폐로 인하여 매년 대량으로 심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최근 대대
적인 식림정책을 내 걸었습니다. 退耕還林이라고 하여 경작지를 되로 물리고 숲을 되살리자는 정
책입니다. 이 정책은 경작지에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금하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혹은 풀을
심어 숲을 살리자는 것입니다 또 양의 수를 제한하여 심을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하였으며,
소수민족을 대대적으로 이주를 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이나 중국, 모두가 빈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생태계의 파괴가 다시
빈곤을 가속시키는 사례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대량 발생하였습니다만, 이것
은 화전민들이 불을 질러 밭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대량의 열대 우림
이 파괴되었습니다. 생존의 기본인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난 것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의 파괴의 보다 근원적이고 광범위한 원인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기업에 의한 벌목과 수출이
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4. 빈곤과 인권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는 또한 인권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은 3D업종에 종사하
고 있어서 산재를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하고도 치료와 보상
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의 언론에서도 가끔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도록 방치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불법
체제자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들은 출입국관리법의 실정법에 따르면 불법체제자임에 틀림없지
만, 고용관계 그 자체가 불법일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법체제라는 사실 때문에 불리한 노동
조건, 노동현장에서의 폭행, 산업재해, 저임금 등의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빈곤문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동의 매매, 성의 매매춘의 문제를 야기하
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도 사고 파는 조직이 각국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에는 약 25만 명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불법 체제자로 들어와 있습니다. 이들을 방글라데시에서 끌
어내어 말레이시아에서 노동자로 팔아먹는 조직이 있습니다. 홍콩에는 중국인들로부터 돈을 받
고 일본이나 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조직 <蛇頭>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 조직은 하루 평균
한 척 이상의 배를 띄워 한국이나 일본의 해안에 불법이주노동자들을 상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정정이 불안한 미얀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웃의 태국이나 방글라데시로 밀려나오고 있습니
다. 2000년에는 25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밀려 왔다가 그 가운데 23만 명은 강제퇴거를 당했습니
다. 태국에는 약 35만 명의 미얀마의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몰려와 노동과 구걸을 하고 있습니
다 2000년에는 태국정부는 약20만병의 미얀마 인들을 체포하였습니다. 미얀마 인들의 해외이송
을 전담하는 폭력조직이 태국에 있습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는 2000년에 태국여성들이 어떻게 일본
의 성산업에 일하게 되었는가를 조사 발표하였다. 태국의 농촌여성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콕과 같은 도시에 몰려나와 있으면, 매춘여성들을 매매하는 조직에 걸려들어 일본으로 끌려온
다는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여성들이 이 조직에 걸려들면 그의 납치 당하다시피 일본
에 끌려오고, 일본에 도착하여 유흥업소에 도착하면 대체로 300-500만 엔의 빚을 진 것으로 되
어 있다 지금까지의 이동, 숙박, 보호, 에스코트 등의 모든 비용을 여성이 강제로 떠맡아야 하
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빚을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이 강제매춘에 들어간다는 보고서이다. 이러
한 현대판 노예매매는 여성노동, 어린이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어 태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광범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신매매반대NGO에 의하면 연간
25만 명의 어린이와 여성들이 강제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시아의 빈곤은 바로 인권문제입니다. 정당하게 노동력을 팔고 사는 것은 그 자체로서
는 인권문제가 아닙니다만, 사기와 폭력, 그리고 강제노동에 이르러서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
이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5. 개발국가와 토건국가

인도의 서북부에 나르마다 강이라고 있습니다. 인도정부는 이 강에 30개의 대형 댐을 건설하
고, 135개의 중형 댐을 그리고 3000개의 소형 댐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의 확보
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댐 건설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댐 건설에 있어서 비용/효과분석이 부풀려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하여 하
며, 거대한 인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물의 확보와 전력생산을 다른 방
식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복잡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 댐의
건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그들의 생계가 ‘국가이익’을 위해 희생된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댐의 건설에는 소수의 특권적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맞물려 있습니다. 인도
의 댐 건설과 관련하여, 국내의 테크노크래트, 정치가, 자본가, 건설업자, 그리고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와 다국적 기업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인도의 운동단체들이 보고하고 있습니
다. 물 부족과 전력의 건설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전문가, 정치가, 건설업자(다국적 기업까지 포
함하여), 국제금융기구가 거대한 개발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사회를 연구하고 있는 개번 맥고맥교수는 공공사업을 둘러싼 현상을 ‘토건국가’로 표현하
고 있습니다. 공공투자 건설이라는 것이 정작 필요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토건업자와 정치
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공사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산업계와 군부가 결탁하
여 무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체제는 군산복합체제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대형개
발사업은 많은 경우에 진정한 필요한 것이라기보다, 돌출물(하부구조infrastructure가 아니라
extrastructure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면 더욱 명백하지요. 새만금간척
사업은 6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들 투입하여 건설하고 있습니다만, 그 목적은 농지조성, 식량생
산이라고 합니다. 금년 여름에도 400만석의 쌀을 사료로 처분하여야만 하고, 점차 벼농사를 줄여
가야 하는 처지에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새만금간척사업을 해야합니까? 농림부, 농
업기반공사와 같은 사업체가 있는 한 이러한 사업을 지속될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이익을 얻
는 건설업자들, 정치자금을 받아먹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이러한 사업이 진행될 것
입니다.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는 사업들에 대해서 그것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
지 검토해 봐야 합니다. 1980년대 이후 아시아는 개발의 붐이 일어났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
아 공업국들은 이제 세계의 공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농촌은 피폐해지고, 농
촌으로부터 노동력이 도시로, 그리고 해외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신매매
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6.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1997년 여름 태국에서 시작한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아시아의 빈곤층에게 큰 타격을 주었습니
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시적인 경제지표는 빠르게 회복하였지만, IMF이전과 지금의 상태를 비교
해 보면 빈부의 격차가 훨씬 심해졌고, 사람들은 고용 면에서 더욱 불안정하게 되었습니다. 기
업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이른바 벤처와 같은 기업풍토가 팽배하여 노력하여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얼마간의 아이디어와 사람들의 요행심을 이용하여, 또 정치적인 관계를 이용하여 돈을 벌
겠다는 풍조가 만연하였습니다. IMF기간 중 잘 사는 사람들은 더욱 돈을 벌 수 있었고,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IMF는 우리의 경제를 바꾸고, 사회적 분위기
를 바꾸었습니다. 교육기관과 공공서비스는 그 자체로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지만, 경
쟁적인 체제를 도입하여 사람들 사이의 연대의식이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잠재적으로는 적
대적인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로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의 경제가 IMF의 관리 하에 들어갔고, 한국과
태국은 그런 대로 IMF의 관리에서 벗어났으나 인도네시아는 정치적 부패와 맞물려 정변으로 이어
졌다. IMF의 관리에서 벗어났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노동자들의 사정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
1999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WTO각료회의가 열리게 되어 있었으나, 전 세계의 농민운동, 노동운
동, 환경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가들이 모여서 이 집회를 무산시킨 바 있다. 전 세계의 민중들이
그들의 불행의 원인이 WTO의 신자유주의적 무역질서와 IMF와 같은 금융기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워싱턴에서 열린 IMF-World Bank 회의,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린 세
계경제포럼 등에 대한 시위가 이어졌다.
WTO, IMF, World Bank와 같은 것은 모두가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통용되어 왔지만 지금은 모
두 이것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2월 브라질의 포르토알레그레에서는 세계사회포럼이 열렸다. 이것은 뉴욕에서 열린 세
계경제포럼에 대항하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서 전 세계에서 약 50000명의 사회운동가들이 노동자
정당이 여당으로 되어 있는 포르토알레그레에 모였다. 이 모임은 부분적으로는 회의, 부분적으로
는 축제, 부분적으로는 시위의 형태를 띠었으며, 제3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세계은행, IMF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대항해서 싸우고 위한, 국제적인 연대운동이었다. 브라질의 토지없는
농민단체(Movimento Sem Terra:MST), 근본주의에 대항해서 싸우는 여성단체들(아프칸, 알제리아
등), 인도의 나르마다 댐건설반대운동집단들, 그리고 아프리카와 브라질 등의 흑인민권운동 등
이 여기에 참여한 주요한 운동단체들이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없더라도, 세계은행이나 IMF
가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언하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세상은
협력, 연대, 정의, 참여적 자기관리, 인권과 인간의 욕구의 우선, 인간의 다양성의 진정한 축복
과 같은 것들이었다.

7. 평화와 연대

오늘 우리나라는 남은 쌀 400만석을 사료로 처분하려고 하고 있다. 쌀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
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단순히 경제재의 하나가 되어 이것의 이념과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쌀을 보내려고 하니, 서해전쟁이후 국내의 여론이 나빠져 보낼 수도 없게 되었
다. 그렇다고 아프칸니스탄이나, 다른 어려운 나라에 보내자는 여론도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쌀
을 경제재이상으로 다루어 왔고, ‘안보미’이 농민의 생명이니 하면서 잔뜩 의미 부여해 놓고는
이것을 사료로 사용한다고 하니 난처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쌀 이외에 모든 곡물을 상당한 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서 먹고 있다. 고기, 잡곡, 채소, 과일, 생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급할 수 있
는 영역이 거의 없다. 혹시 전쟁이라도 나서 해상봉쇄라도 당한다면 우리는 한 달 이내에 경제
가 붕괴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라는 국민경제의 단위로 본다면 우리는 전혀 ‘지
속가능성’이 없는 경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교역하고 상호협력하지 않
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교류와 평화는 이제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고 필수적인 영역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쌀이 남아 돌아가면, 세계도처에 필요한 사람들이 살펴보아야 하며, 우리
가 그들로부터 에너지와 원료를 갖다 쓸 때에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는 상상
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 나누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 남기 위해 없어서
는 안될 삶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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