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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의반환과활용방안토론회 – 한미동맹 재조정, 자주국방 아닌 종속심화 가져온다

한미동맹 재조정,
자주국방 아닌 종속심화 가져온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노무현 정부가 미래의 안보전략에 대한 철학과 비전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희망적 사고’에 기초해 동맹 관계의 종속을 심화시킬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
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주국방의 필요성
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그 동안 기피하거나 보류해 왔지만 이제는 여러 이유로
검토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즉,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동맹관계 재조정을 자주국방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은 군축 논의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피력하고
있다. 지금은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해야할 때이지, 군축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
한 정부의 인식으로 향후 국방비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방 배치 미국 군사력을 대체하는 것
이나, 미군 기지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것 모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야

현재 논의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 재조정은, 우선 의제 설정의 편향성을 드
러내고 있다.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SOFA 개정 및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
차 하지 못한 반면에, 미국이 추진해온 전방배치 미군의 후방 이전은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
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일부 감축 및 후방 배치 논의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부시 행정부’의 의도
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예전의 주한미군 재배치는 탈냉전과 남북화해협력의 진전
이 반영돼 추진된 반면에, 이번에는 남북,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강행되고 있다는 점
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여전히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전방배
치 미군의 후방이동과 해공군력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관철되면,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
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방배치된 주한미군의 대단히 복잡한 ‘억제력’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으로 주한미
군은 북한의 남침 억제력으로 설명되어 왔으나, 때로는 남한의 북침 억제력으로, 탈냉전 이후 가
장 중요하게는 미국의 북폭 결정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북미간의 첨예
한 대결 상태에서 미국이 북폭을 추진하려고 할 경우,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야
포 사정거리에 놓인 전방배치 미군 지상군의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폭을 검토했을 때, 역설적으로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에 대해 반대했
던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미군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개전 3개월 이내
에 5-10만명의 미군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이후에 미국은 주한미군
지상군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적인 한반도 전략으로 삼아왔다. 클린턴 행정부 때 주한미군이 적극
적으로 소요 제기를 해,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구축의 최우선 지역으로 한반도를 삼은 것이
나, 북한의 야포에 대응한 다양한 전략과 무기체계의 개발 및 배치에 박차를 가해온 것도 이러
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방배치된 주한미군 지상군의
후방 이동이나 감축이 추진되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미국의 계획처럼, 지
상군의 비중은 줄이고, 해공군력을 강화할 경우, 미국의 대북한 공격 능력은 강화되는 반면에 유
사시 미군의 피해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한반도 군비경쟁의 격화 가능성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한의
군사적 대결 상태가 획기적으로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 2사단이 후방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철수한다면, 그 공백은 한국군이 메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남한은 다연장로켓(MLRS)과 아파
치 헬기 등을 구매해 대북억제력 강화에 나설 것이다.

또한 주요 미 군사력이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밖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북한의 야포 전력의 가
치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은 후방 배치된 미군에 대한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스커드 등 미사일 전력 강화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한편으로는 사업이 연
기된 사업 규모 2조원대 규모의 SAM-X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야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주
한미군 재배치가 가져올 한반도 군비경쟁의 함정이다.

항구적인 종속의 길로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자주국방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지만, 중장
기적으로는 미국으로의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
맹 재조정의 근본적인 방향은 대북억제력 차원에서는 한국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반면에, 주한미
군은 지역 안보 차원으로 그 기능을 확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육군
비중을 줄이는 반면, 해공군력은 강화시키고, 한국군은 미육군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우선적인
임무가 될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 무엇보다도 한국군의 기형적인 군사력 구조가 고착
화될 우려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육군은 대단히 비대한 반면
에, 해공군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 한국의 군구조 차원에서 육해공군의 균형발전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에의 의존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구상중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이 재조정되면, 대중국 억제 및 동북
아 패권강화를 골자로 한 미국의 세계전략의 하위 도구로 한미동맹이 악용될 소지가 더욱 커진다
는 점이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도 명확히 밝힌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안보전
략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기 전에 이를 억제하는 것이다.

글 :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자료출처 :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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