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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의반환과활용방안토론회 –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1. 용산 미군기지 문제

2003년 2월 말, 주한 미군은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생각해 보면, 용
산 미군기지는 참으로 불행한 땅이다. 멀리 700년 전에 몽고군의 주둔지로 사용된 이래 지금까
지 외국군의 주둔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용산 미군기지는 직접적으로는 일제군의
주둔지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방 뒤에 이 땅은 새롭게 태어났어야 옳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벌
어졌고, 이 땅은 미군의 주둔지가 되고 말았다.

용산 미군기지는 본래 서울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70년대의 강남개발을 계
기로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의 배꼽에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한 나라의 수도 한복판
에 외국군의 대부대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용산 미군기지는 이 나라의 군사적 식민상
태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주겠다는 주한 미군의 결정은 평
등한 한미관계를 열어 가는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문제들만 보더라도, 2000년 봄에
는 ‘불법 호텔건축’ 사건이 일어났고, 2001년에는 아파트 신축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맥팔랜드
라는 미 군속은 포름알데히드라는 발암물질을 한강으로 불법방류했고, 용산 미군기지의 곳곳은
기름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기도 하다. 돌려주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지금 이 시간에도 용산 미
군기지에서는 아파트 신축공사와 고가도로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이 정말로 용산 미군기지를 되돌려주고자 한다면, 우선 고가도로 신축공사부터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름오염사건에서 잘 드러났듯이 이 땅의 생태적 상태에 대한 면밀
한 조사를 바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군 기지의 오염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땅을 돌
려 받기 전에 이 땅의 오염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책임을 따지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시
민단체가 참여한 ‘용산 미군기지 생태조사단’을 꾸려서 용산 미군기지의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하
고 정확하게 책임을 가려야 한다.

2.

2003년 1월 26일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용산 미군기지를 되돌려 받으면 이곳에 서울시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이곳을 모두 숲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곳을 자연이 살아있는 숲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곳을 가장 공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길
이며, 극심한 생태적 파괴에 시달리는 서울의 생태적 재생을 이루어 서울을 생명이 살아있는 도
시로 바꿀 수 있는 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2002년 3월에 세계 21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살펴본 한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순위는 93위로 나타나 서울의 ‘삶의 질’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환경의 질을 고려한 순위는 더욱 낮아서 고작 157위에 머물렀다. 경제
력은 세계 10위 권에 육박했으나, 우리의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다. 그 중요한 이유가 개발의 이
름으로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데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연을 되살리지 않
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은 없다.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 받아 이곳을 ‘자연의 숲’으로 바꾸게 된다면, 시멘트 도시 서울의 척박
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 숲은 우리가 지나온 파괴적 개발의 시대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
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시민들은 자연을 호흡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가슴깊
이 느끼게 될 것이다. 서울은 격렬한 생존투쟁의 도시에서 자연을 느끼고 살아가는 진정한 삶의
도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까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는 도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진정한 세계적 도시가 되기 위해서 서울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자연이다.
지금 서울은 회색 시멘트 도시이다. 그러므로 숲을 늘려가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아주 올바
른 것이다. 뚝섬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이어 용산 미군기지를 모두 숲으로 만들겠다는 구
상이 발표된 것은 서울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0
여 년 동안에 서울에서는 지속적으로 숲이 파괴되고 녹지가 사라졌다. 이제 이런 파괴적 개발은
끝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파괴된 숲은 되살리고 사라진 녹지를 되찾아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규모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들이 있다. 조명래 교수는 105만평이라고 했고
(1996년에 열린 전국연합 주최 용산 미군기지 반환 토론회), 주한 미군 쪽의 자료로는 78만평 정
도라고 하며, 서울시나 용산구의 자료로는 80만평 정도라고 한다. 강홍빈 전 서울시 부시장은 이
곳을 남산공원의 1.2배, 서울대공원의 3배, 어린이 공원의 6배, 서울의 고궁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넓고,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공원보다는 조금 작지만,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크기이고, 영국의 하이드파크보다는 무려 2.4배나 큰 드넓은 땅이라고 했다(1998년, {주간동아}
에 연재한 글에서).
아무튼 용산 미군기지를 숲으로 바꾸면 서울의 한복판에 커다란 ‘생명의 숲’이 생기는 것이
다. 생태적으로 죽은 상태인 서울을 되살릴 수 있는 ‘자연의 허파’가 서울의 한복판에 생기는 것
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크기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면에서도 서울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중요하다.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의 남북녹지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녹지축은 북한산에서 남산
을 거쳐 한강을 지나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을 가리킨다. 용산 미군기지를 숲으로 바꾸게
되면, 서울을 생태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 축을 중심으로 서울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산들을 이어서 녹지그물을 만들게 되고,
이와 함께 복개된 개천들을 되살려서 서울을 자연의 활력이 넘치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로 만들
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3.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자연이 살아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곧 도시의 생태적 전환은 너무
나 당연한 과제이다.
서구 선진국의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개발도상국의 도시들 중에서도 서울처럼 자연을 마구
잡이로 파괴한 도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숲을 파괴하고 산을 파헤치고 개천을 복개해 없애는 것
은 ‘문명의 야만’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 시
민들은 이 계획이 실현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늘 맑은 하늘과 푸른 숲을 보고 싶어한
다. 시민들은 언제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한다. 앞으로 우리는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반대로 한강에서 남산을 거쳐 북한산으로 하이킹을 즐기게 될 것이다.

‘생명의 숲’은 오염된 서울의 공기를 정화해 줄 것이다. 그리고 ‘생명의 숲’은 도시를 보는 우
리의 눈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바꾸는 것은 서울의 자연을 되살리려는 계획이며, 도시를 보
고 만드는 우리의 관점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계획이며, 개발의 이름으로 파괴를 정당화하는 시대
를 마감하는 계획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의 남북녹지축을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대규모 공유지이다. 남북녹지축
을 되살려서 서울의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것은 서울의 생태적 조건을 개선해서 모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역사적 과제이다.
이 점에서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바꾸는 것은 용산 미군기지라는 공유지를 가장 정
의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중의 일부는 이곳에 서울시의 새청사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
게 해서는 서울의 자연을 살릴 수 있는 이 소중한 땅을 결국 크게 망가뜨리고 말 것이다. 이곳
은 서울시의 새청사가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서울시에 새청사가 꼭 필요한가? 우리는 이런 질
문을 던져야 한다. 서울시는 새청사를 짓는 것과 같은 새로운 개발계획을 최대한 억제해서 다른
지방자치체의 개발계획의 억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생명의 숲’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이 과제를 위해서도 당장 이
곳의 이용실태와 오염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곳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우선 필요한 정보를 모두 망라하고 확보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한 미군은 물론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확보한 자료
를 이용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야 한다.
정부는 시민단체의 요청에 충실히 임해서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의 소지를 애초에 없애야 할 것
이다.

‘생명의 숲’을 위해 삼각지에서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
렇게 해서 찻길로 동강나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하나의 땅으로 이어진 ‘생명의 숲’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막사나 시설들은 모두 철거하고 입구 근처에 최소한의 건물만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곳은 우리가 즐기고 이용하는 ‘유락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

많은 돈이 들 것이다. 크게 보아 이전비용, 복원비용, 공원조성비용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
서 이전비용과 복원비용에 대해서는 주한 미군 쪽에서도 상당한 정도로 부담해야 할 것이다. 특
히 복원비용에 대한 주한 미군 쪽의 책임은 대단히 크다. 공원조성비용은 우리 자신과 우리 후손
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방비를 전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돈은 분명히 모자라지 않는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모
자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보는 눈, 낡은 삶의 방식을 뜯어고치려는 의지이다.

용산 미군기지를 ‘생명의 숲’으로! 서울을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자. 용산 미군기지에
서 서울의 생태적 전환을 시작하자.

글 : 홍성태 (상지대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
자료출처 :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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