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현장소식] 전북 최대 산란계 농가 밀집지역, 조류독감 늑장대처에 생명 쓰레기 처분하듯

과도한 살처분은 정부의 늑장 대처, 차단 방역 실패를 덮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

토착화 된 조류독감(AI) 인정하고 상시적 차단 방역에 집중해야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처장(leekfem@kfem.or.kr)

23일, 진눈깨비가 날리는 스산한 날씨만큼 김제시 용지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했다. 한센인 정착촌이기도 한 김제시 용지면 일대는 우리나라 대표 산란계 사육지역이다. 육계(고기용), 종계(병아리 생산) 등 모두 122농가에서 455만4천450수를 기르는 대규모 단지다.

김제시 용지면 산란계 농가 ⓒ이정현

김제시 용지면 산란계 농가 ⓒ이정현

절반이 넘는 66농가에서 143만 마리를 살 처분 한다는 소식에 도(道) 가축방역 상황실에 들러 현 상황을 체크하고 방역복으로 완전무장하고 급하게 해당 농장을 다녀왔다.

조류독감(AI)이 발생한 농장은 용지면 마다리, 마을 입구 표지석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 이었다. 아, 7년 동안 사무실 벽에 걸려 있던 지역 작가의 그림 “마다리의 봄”이었다. 개나리가 환하게 핀 시골집 뒤란에서 놀고 있는 소녀는 없고, 방역복을 입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만 보였다. 14만 마리를 사육하는 AI 발생 대형 농장 주변엔 계란 포장상자와 소모품을 태우는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고, 차단 줄이 쳐 있는 정문 안으로 굴삭기가 공사용 톤 백에 담긴 닭을 옮기고 있었다.

 

차단 방역은 없고 살 처분만

“ 저희도 못할 일이에요. 닭이 있는 케이지가 무려 4단이라 계사 안에서 가스 주입을 통한 인도적 살 처분은 할 수가 없어요. 작업자가 그냥 마대에 담아 와서 톤 백에 담은 가스를 주입한 후 살 처분 합니다.”

ⓒ이정현

ⓒ이정현

사흘째 살 처분 작업을 하고 있는 가축방역관의 말이다. 하지만 이미 대형 백에 담긴 닭은 압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SOP(AI 긴급행동지침) 상의 인도적 살처분 지침은 무용지물이었다.

매몰은 어떻게 하는 지 물었다. 전라북도는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5톤 PVC 정화조를 사용한다고 했는데 대규모 농장에서는 작업 시간이나 살처분 양이 너무 많아서 이 농장은 부지 내에 매몰을 한다고 밝혔다. SOP가 잘 지켜지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가는 길, 먹이라도 먹여서 보내야

조류독감(AI)발생 농장인지라 방역복은 벗어 두고  소독제 사례를 듬뿍 받고 나오는 길, 막상 농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무방비 상태였다. 농장 앞만 가축방역본부 직원이 분주히 소독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차단 방역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한가운데 축사가 있는 동네다보니 주변 통제가 불가능했다.

예방적 살 처분을 진행하는 인근 작은 농장, 낡은 하우스로 지은 계사는 공간이 작아서 가스 주입 살 처분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통제를 하고 일용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 그런데 살 처분이 진행되고 있는 계사 옆 다른 사동에선 백열등 아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었다. 주인이 마지막 가는 길 먹이라도 실컷 먹고 가라고 사료를 주었으리라. 사람도 닭들도… ‘아, 어쩌란 말이냐’ 가슴 한켠이 무너져내렸다.

ⓒ이정현

ⓒ이정현

 

2년간 조류독감(AI) 최대 피해를 한 달 만에 훌쩍 뛰어 넘다

지난 11월16일 발생한 조류독감이 경남북과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살처분•매몰은 336농가 1,911만수에 이르고 있다.(19일자 농림축산식품부 발표 기준).

이러한 살처분 조치는 2014년 1월16일부터 2015년 11월15일까지 669일 동안 809호 농가에서 1,937만 2천수가 살처분 된 역대 AI 최대 피해를 한 달 만에 훌쩍 뛰어 넘어선 것이다. 이 재난이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라니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다. 재앙도 보통 재앙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끝이 어딘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처분 된 가축 보상금은 지금까지 1,500억원 가량이다. 이 역시 2014년과 2015년 살처분 보상금1,392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국민 세금이다. 하지만 가금류의 90% 이상이 대기업의 계열화 축사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계약 관계인 농민에게 돌아갈 보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재 입식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상과 관계없이 농민의 피해는 막심하다.

ⓒ이정현

ⓒ이정현

 

농림부, 선제적 대응이라는 말로 용지면 축산 농가를 희생양으로

이처럼 과도한 살 처분은 정부의 늑장 대처와 차단 방역의 실패를 덮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보인다. 2014년 전북환경운동연합과 민주당 AI특위와 공동 토론회 이후 과도한 살 처분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예방적 살처분 보다는 차단 방역에 집중하는 하는 것으로 SOP가 개정되었다.

원래 살처분 범위는 시장·군수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장관이 주재한 영상회의에서 내려졌다. 사실상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침을 내린 것이다. 지역의 상황과 조건을 따진 판단보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용지면 일대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김제 용지에서 66호 농가, 143만수 살 처분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산란계 밀집지역 김제 용지면 AI 발생으로 하룻새 50만마리 살처분,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 김제시 용지면은 지난 2008년을 비롯해 2014과 2015년에도 AI가 발생해 대량 살처분이 이뤄진 적이 있다.ⓒ노컷뉴스

산란계 밀집지역 김제 용지면 AI 발생으로 하룻새 50만마리 살처분,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 김제시 용지면은 지난 2008년을 비롯해 2014과 2015년에도 AI가 발생해 대량 살처분이 이뤄진 적이 있다.ⓒ노컷뉴스

 

2천만 마리 살 처분 하고서야 심각 단계 발령

같은 시기에 조류독감(AI)이 발생한 일본은 초기 단계에서 바로 심각 단계로 대응한 결과 5개 농가 78만 마리 살 처분에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한 달 만에 2천만마리를 살처분 했다. 그런데 정부는 AI가 발생한지 한 달 만인 16일에서야 위기단계별 발령 기준을 ‘경계’ 에서 ‘심각’ 으로 격상시켰다. 늑장도 이런 늑장이 있을 수 없다. 심각 수준의 방역 대책 강화도 살처분 강화에만 집중되어 있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은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아프게 보여준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역학조사에 의한 전파 경로를 보면 농가 유입은 사람, 차량, 야생 조수류 등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농가 차단 방역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쓰레기 처분하듯 싹쓸이 하겠다는 것은 생명윤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AI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차단 등 방역의 실효성도 높지 않다.

 

토착화 된 조류독감(AI) 인정하고 상시적 차단 방역에 집중해야

효과적인 방역 조치는 AI가 토착화된 가축전염병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AI가 발생한 농장에서 재발율은 26%에 이른다. 2003년 처음 발생한 이후, 2004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2014년, 2015년, 2016년까지 거의 매년 AI가 발생했다. 최근에 20도가 넘으면 사멸한다는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여름철에도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살처분한 가금류는 무려 6,400여만 마리에 이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역학조사는 철새를 유입원으로 지목한다. 야생 조류는 AI바이러스의 숙주다. 자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철새를 다 없애지 않는다면 AI바이러스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정현

ⓒ이정현

근본적인 해결책은 농가차단 방역이다. 차단방역은 AI가 발생한 농장에서 다른 농장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공기 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으나 대부분 농장 출입과 방문, 배설물 등 분비물의 이동, 농장으로 유입, 유출되는 물과 공기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가금류가 접촉하는 물이나 사료에 AI에 오염된 야생동물이 접근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사육환경 개선해야

과도한 살처분은 생명 윤리적인 측면과 농가 피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AI를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예방적 살처분은 관리지역(500m 이내) 범위 내에서 가축방역협의회가 판단해서 조정하면 된다.

또한 근본적으로 가금류의 사육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AI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동물이 가진 습성을 억압하고, 세균과 바이러스로 오염된 밀집사육 환경은 동물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저병원성이 고병원성으로 쉽게 변이되고 확산된다. 재난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게 하려면 동물들의 생태적 습성을 보존하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진정한 복지축산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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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홍보팀 은 숙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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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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