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유해물질 내뿜는 인조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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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운동장 내 인조잔디 구장과 워킹트랙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강윤중 기자> ※ 사진은 기사에 언급한 특정 사실과 관련 없습니다.
과천 문원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려는 학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인조잔디가 각종 유해 화학물질의 비빔밥이고 피부 화상과 관절 손상 등 부상할 위험이 흙 운동장이나 천연잔디 운동장보다 높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발단은 정부가 2006년 ‘학교 잔디 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정부는 2010년까지 총 1800여 억 원을 투입해 전국 443개 초·중·고교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작년 7월까지 전국 180여 학교에 인조잔디를 시공했다.

원인 모를 두통과 아토피성 피부염 시달려

문제는 지난해 초부터 불거졌다.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한 학교의 어린이와 교사 들이 원인 모를 두통과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교육부가 2007년 4월 인조잔디 안전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이미 인조잔디가 내뿜는 화학물질 냄새가 워낙 독해 한여름에도 교실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수업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작년 7월 인조잔디 설치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경악할 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인조잔디용 재활용 고무 분말에 함유된 유해물질은 ㎏당 납 90㎎, 수은과 크롬 25㎎, 벤젠 1㎎을 넘기면 안 된다. 하지만 네 학교 중 한 학교꼴로 학교 인조 잔디 운동장들이 안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과 수준 또한 적게는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르렀지만, 정부는 문제가 된 제품은 정부가 안전기준을 설정하기 전에 시공된 것이므로 시공업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기준을 위배한 불량 인조잔디와 시공업체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렇게 홍역을 치르고 난 뒤 학교별로 잔디 선택의 자율권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올해 7월에는 운동장의 다양화를 주제로 공청회도 연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학교가 인조잔디 업계에는 황금시장으로 전락하는 일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가 인조잔디 위해성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해외 유명 제품을 수입하거나 나노기술을 적용해 고무칩과 분말의 화학적 위해성을 낮춘 제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제품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경화되고 마모되면서 인조잔디의 원자재인 폐타이어 속 화학물질이 날리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노 기술을 운운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나노 처리된 물질에 의해 2차 오염을 일으킬 소지마저 배제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화학오염물질에 의한 인체오염의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조잔디의 화학 조성이 인체가 반응하는 한계치 이하로 맞춰져 있다고 강변해봤자, 인조잔디 제품이 8~10년의 교체주기 동안 내뿜는 화학오염물질에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건 막을 수 없다. 반복적으로 그리고 누적적으로 오염물질에 노출된다면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 기준이란 것이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린이들의 안전 기준선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인조잔디 설치가 유행인 것은 운동장 관리가 편하고 관리비용도 싸다는 것에 현혹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운동장의 진짜 주인인 어린이와 청소년 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인조잔디를 까는 데 쓸 돈이 있다면 교정에 연못과 숲길을 만들고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흙 운동장은 아이들이 지구의 속살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마치 성형하듯 학교의 얼굴인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도배할 권리는 도대체 누가 준 것인가?


* 이 글은 10월 28일 위클리경향 79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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