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관련자료

우리의 세상은 판매대상이 아니다-WSSD참관기

지속가능발전 정상회담 참관기

우리의 세상은 판매대상이 아니다.

김춘이 환경연합 국제연대팀장
2002년 10월 20일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지속가능발전 정상회담(WSSD: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흘간 개최되었다. 한국 NGO는 2002년 3월
6일부터 44개단체로 이루어진 ‘리우+10 한국민간위’를 구성해 지속가능발전정상회담을 준비해왔
다. 이 회의는 보통 정부간 회의와 NGO 회의로 이루어지는데 정부간회의는 8월 26일부터 9월 4일
까지 샌톤 회의장에서(Sandton Convention Center), NGO 회의는 8월 19일부터 9월4일까지 나스렉
(NASREC) 엑스포전시장에서 세계시민사회포럼(Global Civil Society Forum)이라는 이름으로 개최
되었다. 유엔회의의 슬로건은 ‘사람, 지구, 번영(People, Planet and Prosperity)’이었으며 NGO
회의 주제는 ‘지속가능발전은 가능하다(Sustainable Development is possible)’였다. 이 회의에
서는 각국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이행해야 할 이행계획과 정치적의지를 담은 요하네스버
그 선언문(정치적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대부분의 자원을 세계 시민의 10%가 장악하고 있는 지구. 그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각국 비정부기
구 활동가와 정부 대표단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모여들었다. ‘지속 가능 발전
세계정상회의’(WSSD·정상회의)가 열리기 바로 직전인 8월21일, 남아공의 ‘땅 없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Landless People’s Movement)’ 활동가 72명이 경찰에 구속되었다. 남아공 정부가 공
식 주거지가 아닌 곳으로 빈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요하네스버그 도서관 광
장에 모인 그들의 티셔츠에는 ‘가난을 끝내자, 땅과 음식과 직업을 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
다.

8월 21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하여 간단한 수속을 한 한국 NGO 대표단이 숙소에 도
착한 것은 현지자원봉사자의 안내로 버스를 탄지 5시간이 지나서였다. 함께 탄 서유럽 대표단 숙
소를 찾는데 3시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대표단은 기진맥진한 가운데서도
남아공의 인프라 실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정상회
담의 의제인 빈곤퇴치(poverty eradication)과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를 위해 세계정치지
도자들이 중요한 결단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2년 8월 22일 사전정상회담이 열리는 NGO
행사장으로 향했다. 남아공깃발모양이 그려진 자원활동가들이 우리가 들어서자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말 표지판을 들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등록하러 들어가니
큰 광장에 등록대를 설치해두고 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들. 그러나 한
사람이 등록하는데 꼭 1시간이 걸렸다. 지금껏 보아온 어느 NGO 행사나 유엔 등록 절차보다도
더 까다롭고 복잡했다. 등록장 곳곳에는 흑인들이 NGO 행사 담당자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는데 이들은 남아프리카 독립국인 레소토에서 온 지역주민들로서 등록비 70달러에 대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등록비를 못내 결국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지역주민들에게 70달러의 등록비는 실로 엄청난 금액이었으리라. 그런데 또 한가지 이
상한 것은 등록비 지급과 동시에 받게 되는 회의 패키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직 제작
이 안되어 8월 27일에나 나온다는 것이었다. 일정도 아무것도 알수 없고 안내서도 없는 상황에
서 우리는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었다. 인종차별주의정책이 남긴 상처이니 아직 역량강화가 안
된 남아공 NGO 준비 단위를 이해하자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계시민사회포럼의 진행방식에 회
의가 들었다. 그러나 그 회의는 곧 다시 정상회담 의제인 빈곤과 인종차별로 귀결되었다. 흑인
이 정권을 잡았지만 여전히 남아공에서의 흑인은 백인의 부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고 오가면
서 본 흑인의 삶은 ‘삶’이란 단어를 붙이기조자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우리가
무엇인가 좀 정돈되고 구색을 갖춘 회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남아공에 대한 우리의 아직도 부족
한 현실인식의 결과였다.

말로만 파트너쉽을 외치는 유엔과 남아공 정부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8월 26일에 샌톤회의장을 향했다. 이미 받은 유엔 출입증을 들고 초호화판
쇼핑몰아래의 긴 검색대를 통과하여 막상 UN 회의장 입구에 다다르니 유엔경찰들이 NGO참가자들
의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유엔샌톤회의장의 수용인원한도가 6,000명 이어서 NGO들은
정식 패스외에 다시 보조패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보조패스가 없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가 없
다는 것이었다. 8월 26일 회의장 접근을 위해 8월 25일 이미 1,500장의 패스가 NGO들에게 배분되
었고 8월 26일 1시부터 8월 27일자 회의장 접근을 위해 패스가 배분된다는 것이었다. 유엔으로부
터 정식 패스를 부여받고도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다수의 NGO들은 남아공정부
와 유엔에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안될 경우이를 행동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UN이 대화를 중시하고 NGO와 파트너쉽을 구축한다고 하면서도 NGO 참여에 몇겹의 제
한을 두는 것은 옳지 않으며 또한 국제단위에서의 효과적인 내용결집을 위해 지방단위, 국가단위
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여 한국 NGO는 그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고 그 결과물을 가지
고 남아공까지 왔다”고 한국 NGO의 목소리를 대변하였다. 8월 26일 오후 UN NGO 담당자가 NGO 참
가를 위한 보조패스제도가 무명화되고 8월 27일부터는 정부, NGO 대표단 상관없이 6,000명까지
선착순으로 입장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다소 개선된 조치였지만 NGO들은 남아공정부가 모든 나
라의 정부와 NGO들에게 지속가능발전정상회담 참가를 홍보하여 65,000명의 참여를 예상했으면서
도 고작 6,000명의 대표단만 참여할수 있는 장소를 회의장으로 잡은 것은 넌센스이며 또한 의도
가 뻔히 보이는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다. UN 회의장내 제한된 인원의 참여는 사실 회의기간동
안 내내 NGO들의 활동에 장애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현지에서 인정받은 한국 NGO들의 다양한 활동
2002년 3월 6일 공식출범한 ‘리우+10 한국민간위원회’는 17개의 이슈별(물, 에너지, 산림, 종다
양성 등)분과위원회와 6개의 주요그룹(여성, 노동, 청소년, 장애인 등) 분과위원회를 통해 각 주
요그룹별, 이슈별 의제 21의 이행사항을 평가하였다. 8월 28일 한국 민간위원회가 개최한 심포지
움에서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은 리우회의 이후 지난 10년동안 초국적 거대기
업이 지구 공공재인 바다, 물, 공기등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책임
을 강력히 요구하는 세계시민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역시 그날 오후 지속가능한 지
구 ! 평화로운 한국 ! (Sustainable Planet! Peaceful Korea!)을 주제로 개최된 한국의 날 행사
는 그동안 NGO 행사장 나스렉에서 진행되어 온 모든 행사의 총 결정판이 될 정도로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50년간 국가분단으로 인한 한국민중의 평화염원을 전세계에 전달하
고 또한 헐리우드 문화로 대표되는 현시대의 문화를 거부하고 국민의 땀과 숨이 살아숨쉬는 문화
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지구를 위해 마련된 장사익 공연은 NGO 행사장의 아프리카 대중은 물론 세
계시민들에게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리우+10 여성환경위원회는 ‘동북아에서의 지속가
능발전과 젠더’를 주제로 동북아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성주류화를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개최하여 한국 중
국 일본 여성 환경단체들간 각국 정부의 여성정책 모니터링, 실질적 여성주류화를 위한 활발한
동아시아 여성 연대를 결의했다. 매일 점심시간에는 나스렉광장에서 ‘지속가능한 지구와 평화를
위한 여성의 행진’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해 다른나라의 여성단체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
를 받기도 하였다.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는 역시 8월 27일 국제반소각연맹(Global
Anti Incinerator Alliance)과 공동주최한 ‘쓰레기 Zero화 및 소각로 반대 (Waste, Not
Incinerator)’ 포럼을 통해 소각의 유해성 및 소각의 대안방법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
였으며 소각장을 반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는 것과 같다고 천명하였다. 또한
이 포럼에서는 9월 27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세계은행회의에서 세계은행의 개발도상국 소각장
건설 자금지원에 대한 국제적인 항의활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하였다.
환경운동연합은 8월 27일 나스렉 NGO 행사장에서 세계 인구의 5%이면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내뿜는 세계최악의 오염국 ‘미국’을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다. STOP BUSH!!! 라는 주제로
전세계의 평화와 환경보호에 아랑곳없는 미국의 행태를 비난했다. 세계 시민들은 1992년 리우회
의 이후 지속가능발전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지구환경파괴자로 미국정부와 부시를 선정하는데 이
견이 없다.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을 해치는 101가지 사례를 조사하여 1,2,3위를 지구의 벗과 함
께 공동 선정하였는데 1위는 부시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2위는 다국적 기업의 대규모 환경파괴
및 인권유린, 3위는 유전자조작식품의 확대였다. 여기에 세기적인 갯벌파괴사업 새만금갯벌간척
사업은 특별상을 부여, 한국정부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 주도에 경종을 울렸다. 이외에도 녹
색연합은 일본, 이태리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전세계 86개국에 주둔하는 미군기지를 포함한 미
국의 군사활동이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이슈
를 국제화시키기 위한 연대를 모색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이태리의 경우 이태리에 26개의 미군
기지가 있고 사격장, 포탄연습 등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발표되었고 필리
핀 클라크 기지에서도 이미 철수한 미군이 연습을 재개함으로써 심각한 상황이 예측된다고 하였
다. 한국 NGO는 에너지시민연대, 쓰레기시민운동협의회,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환
경정의시민연대,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등이 각 단위별로 총 9개의 심포지움을 주관하였고 4개
의 캠페인을 주관하였다.

샌톤 회의장의 말잔치 그러나 빈약한 행동
9월 1일 코피아난은 요하네스버그 스턱폰테인에 있는 ‘인류의 요람(cradle of humanity)’을 방문
한 자리에서 “수백만년전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던 인류의 조상이 지금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우리에게 현세대의 환경파괴 발자욱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게 커지고 있다라는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의 메리 로빈슨경은 나스
렉 NGO 행사장에서 개최된 워크셥에서 인권운동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하는
발표를 해 운동가들끼리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력했다. 9월 2일부터 시작된 정상회담 개
막연설에서 코피아난 사무총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이 자리에서 해결하지 않
으면 민주주의는 이룩되지 않을 것”라고 연설했다. 토니블레어는 “정치지도자들이 지구상의 문제
점도 알고 해결책도 알고 있지만 그들은 단지 정치적인 의지가 부족하다”고 다소 솔직한 연설을
하였다. 독일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독일은 풍력과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더욱 확보할 것이라
고 약속했다. 백인농장주들을 내쫒고 그들의 땅을 흑인에게 환수조치를 취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무가베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의 자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정
의할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9월 3일 중국총리, 러시아수상, 캐나다 총리의 교토기후변화협
약 비준 연설에 NGO들은 이들 세 국가가 미국의 음모에 말려들지 않고 협약을 비준하기로 한 것
에 환영을 표하고 이는 미국과 호주에 강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산화탄소 17.4%
를 방출하는 러시아가 교토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한다는 소식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빈
센트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교토협약을 비준하는 국가가
될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멕시코는 지구를 파괴하면서까지 경제발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
다. 그리고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인권이며 기본적인 권리”라고 했다.

합의된 내용의 분석
정상회담 결과는 명백한 빈자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특별하다고 할 것 없이 기존의 내용들이 재
확인되고, 당초의 내용이 약화되고 혹은 많은 목표와 목표연도가 휴지통에 버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기초위생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들을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고(문항
7), 2012년까지 해양보호네트웤을 설치(문항 31 c)정도이다. 에너지이슈(문항 19 e) 관련해서는
청정 화석연료의 촉진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었고(화석연료는 결코 청정하지 않음), 물과 위생 관
련해서는 음용수와 위생시설에 접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있
긴 하지만 물이 공공재이고 그런만큼 물의 자유화 사유화 금지 내용과 수자원 보호대책에 대해서
는 언급이 없었다. 문항 22에서는 2020년까지 화학물질이 인체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생산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로 합의되었다(부정적영향 최소화가 아닌
아예 중단하는 방법으로, 목표로 한다가 아니라 생산한다로 합의되었어야 함). 문항 42에서는 종
다양성의 현재손실율을 중요하게 감소시킨다는 내용으로 하향조정되었는데 원인제거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내용이 6개월전의 종다양성협약 결과보다 훨씬 후퇴하였다. 기후변화협약관련
하여, 기비준한 국가들이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기후변화협약 비준을 촉구하다는 합의문도
당초 ‘모든 국가들은 교토의정서에 비준한다’는 문구에서 상당히 퇴보한 문구이다. 다자간환경협
약이 WTO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위한 NGO의 노력은 부분적인 승리를 가져오긴 했으나 여전히 많
은 결함들이 있는 가운데 NGO들은 내년 9월 10-14일까지 멕시코 캔쿤에서 열리는 WTO각료회담에
서 다시한번 목소리를 높일것이 예상된다. 제4차 WTO 각료회의(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WTO 회원국들은 다자간환경협약의 무역조항과 WTO 무역규칙들의 관계에 대한 협상을 하기로 결정
한 바 있다. 약 20개에 이르는 다자간 환경협약의 무역조항과 WTO 무역규칙이 상충되고 이들이
상충될때마다 다자간환경협약에 있는 무역조항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속가능발전정상회담
동안 NGO들은 WTO에 우선하는 다자간환경협약, 다자간환경협약의 권위와 자주성을 요구하는 서명
작업을 벌여 50개국 175개국의 NGO들이 이에 참여하였다.

현실을 직시하라
회의는 초반부터 NGO와 정부간의 갈등으로 점철되었고 중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행계획의 타협
문안은 세계시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었다. 8월 26일 제3세계 네트워크, 그린피스, 지구의 벗
국제본부는 미국과 EU의 공동 협상전략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는 정상회담 프로세스
를 하이잭할것과 지속가능발전회담을 무역정상회담으로 전환할 것을 담은 내용이었다. NGO들은
리우+10 회의가 도하+10개월회담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는 8월 26일자 보
도자료를 통해 미국 호주, 캐나다를 환경악의 축(axis of environmental evil)이라고 규정했다.
회의가 중반에 다다르자 샌톤회의장 주변에는 많은 단체들이 각각 정상회담을 비난하는 집회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8월 31일 남아공의 땅없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이 주최한 NGO 행진은 남아공
빈곤의 현장(알렉산드리아지역)을 직접 통과하면서 진행되었다. 헐벗고 굶주림에 지친 어린이들
도 참여하여 가난과 질병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지도자들을 비난하였다. 그들은 “우리의 세상
은 판매대상이 아니다(Our world is not for sale)”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환경연합은 9
월 1일 유럽과 중국의 홍수, 남부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미국의 가뭄 등은 선진국들이 환경과 사
회적 관점이 아닌 상업적 관심으로 인한 정책결정자들의 실패에 기인한다는 ‘WSSD 죽다(WSSD is
Dead)’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날 또 5개대륙을 대표한 청소년들이 ‘우리는 무슨 세계를 물려받
을 것인가 ?(What world we will Inherit ?)’ 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청
소년들은 “우리들은 정상회담이 합의되어야 할 내용을 합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한
다. 당신들로부터 이 지구를 물려받을 우리는 WSSD 과정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
는 정치지도자들이 오늘 그들의 행동을 책임성있게 해줄 것을 바라며 또한 우리도 우리 후손들
을 위해 책임성 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고 발표하였다. 9월 2일 그린피스는 30명의 활동가들이
끝까지 싸우리라(fight till the end), 눈을 떠라(open your eyes)라는 구호가 새긴 티셔츠를 입
고 손에는 시계를 들고서 지금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표현했다. 이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석유수출산업국(OPEC)들이 9월 2일 최종협상을 통해 에너지와 기후변
화정책에 대한 목표치를 무력화한 행위를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그린피스는 또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유럽의 세 지도자 슈뢰더, 토니블레어, 시라크에게 달려있다고 하고 이들이 자국유권자들
의 희망을 도외시한다면 환경보호와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투쟁이 다시한번 기업의 탐욕에 의해
희생될 것이라고 하였다. 9월 3일엔 여성그룹이 유엔샌톤회의장앞에서 의료시스템과 인권에 관
한 문항 47이 정상회담 의제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피켓팅 시위를 조직했다. 여성그
룹은 의료시스템의 기능이 국내법과 문화 종교적 가치 외에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따라 강화되
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최종적으로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11시 30분경, 샌톤 광장에
각국의 활동가들이 모여들었다. 호주 녹색당 상원의원 밥브라운, 인도의 반다나시바가 참석한 가
운데 열린 이회의는 9월 4일 아침 NGO 행동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콜린파월이 연설하는 날이
기 때문에 경비가 강화되어 행동을 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의견에서부터 그래도 해야한다는 강경
론까지 모든 의견이 제시되었고 결국 9월 4일 아침 8시 정부대표단들이 지나는 건물 주변에서 까
만 복장으로 침묵시위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슬로건은 부끄러운 정상회담(Shamful WSSD!!!)과
WWW.MW$$D.ORG였다. MW$$D에서 M은 morgue라는 시체에 해당하는 영어단어이고 미국 $가 포함된
이유는 미국이 지구를 대상으로 도박하고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9월 4일 날이 밝자
NGO들이 샌톤 광장에 모여들었고 하나같이 검정옷에 슬로건이 쓰인 스티커를 부착하고 침묵시위
를 단행했다. 한편 유엔회의장 내부에서는 콜린파월연설시 미국 NGO들의 액션에 대한 논의가 시
작되고 있었다. 콜린파월 국무장관의 연설이 다가오자 총회장안은 정부 및 NGO 활동가들로 가득
찼다. 그의 연설순서는 14번째였는데 콜린파월은 17번째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드디어 18번
째 콜린파월은 “무역은 지속가능발전의 엔진이다”라는 조시부지 대통령의 글을 대독하고 있었고
그때 NGO 방청석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여러 활동가의 분노에 찬 외침이 울렸
다. 콜린파월의 연설도중 방청석의 많은 NGO 활동가들이 그의 연설을 조롱하는 가운데 그는 연설
을 마치고 빠져나갔다.

정부를 능가하는 초국적 기업의 힘,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인 장치마련 필수
이번에 NGO들은 빈곤퇴치와 함께 정부의 힘을 초월하여 지역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다국적
기업의 활동 규제를 위한 활동에 집중했다. 즉 다국적기업을 규제하고 감시할 국제협약 창설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활동이었는데 정상회담은 각국 NGO들의 노력으로 다국적기업의 책임성을
높이는 내용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시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는 2003
년 말까지 기업책임성에 관한 유엔국제회의(UN conference on Corporate Accountability) 체결
을 위해 노력하고 이와 더불어 공정한 무역행위, 환경보호, 사회연대에 관한 캠페인을 시작할 예
정이다. 기업의 책임성 활동 관련 그린피스는 정상회담 기간동안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다국적
기업의 실상을 알렸는 데 ‘기업범죄행위의 초상화(Portrait of a Corporate Crime)’란 제목 아
래 ‘보팔사진전’을 개최하였다. 보팔사건은 1984년 12월 인도 보팔시 유니온카바이드사의 화학공
장이 폭발하여 가스가 유출되었고 당시 20,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산업
재앙이다. 150,000명의 생존자들은 만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은 물로 지역사회는 아직도 오염
된 물을 식용수로 사용하고 있고 사고 후 1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카바이드 공장에는 유해쓰레
기와 폐제초제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고 한다. 2001년 다우케미칼이 유니온 카바이드사와 합
병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회사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보팔사건에 책임지지 않고 있
다. 정상회담현장에서 그린피스와 보팔사건생존자연합은 다우 케미칼이 공장지대를 말끔히 청소
하고 미국은 장기간의 의료처치는 물론 경제적인 보상, 깨끗한 음용수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것
을 주장했다. 더불어 다우, 바이엘(Bayer), ICI, 쉘(Shell), Solvay, 몬산토 아벤티스
(Aventis), 엑손(Exxon), 토탈피나(Total Fina) 등과 같은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에 지역주민, 시
민들의 끊임없는 감시행동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큰 아쉬움 그러나 우리의 준비
8월 28일 한국의 날 행사를 마치는데 남아공 흑인 몇 명이 필자를 찾아왔다. 공연중 제공한 붉
은 악마 티셔츠를 들고 와서는 태극기가 있는 셔츠로 바꿔달라고 애원했다. 뛰어난 한국 NGO들
의 활동에 고무받아 그들은 태극기마저도 사랑하는 남아공사람이 되어있었다. 정상회담이 끝난 9
월 4일에는 샌톤회의장에서 한 무리의 자원활동가들을 만났는데 한국 NGO라고 소개하자 그들은
장사익 공연과 한국 NGO의 부시 및 선진국 규탄집회를 보았다고 하면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한국
말로 기념할만한 인사말을 써달라고 하였다. 수많은 NGO가 나스렉과 샌톤에 집결했지만 한국NGO
처럼 활동한 NGO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돌아올때에는 남아공 NGO 대
표자가 공항에 직접나와 “준비가 잘 안된 세계시민사회포럼에서 한국 NGO가 없었다면 전체적으
로 세계시민사회포럼의 활동이 위축되었을것이라고 하면서 한국 NGO의 강한 역동성을 배우고 싶
다”고 말했다. 일본 NGO의 언론팀으로 행사를 참가한 미국인 제프리 기자는 월드컵을 공동개최할
때도 한국은 역동성, 준비 등에서 일본을 앞섰는데 이번 WSSD에서의 양국 NGO들의 활동은 비교
도 할 수 없이 한국이 뛰어났다고 했다.

정상회담은 끝났지만 우리의 준비, 남아공 NGO의 준비, 국제 NGO의 준비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
는다. 특히 국제 NGO의 경우, 미국 부시행정부의 전략을 미리 파악했으면서도 단순히 보도자료만
으로 미국정부를 압박하는 방법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전체 참가 NGO들과 의견을 모아 대규모 집
회와 시위를 가졌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세계 NGO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또 NGO들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너무 안일한 대응을 했다. 1992년 유엔은 시민사회의 참여라는 기치아래
정상회담에 9개의 주요그룹(청소년, 농민, 여성, NGO, 노동자, 과학기술자, 기업, 지방정부, 원
주민)에 문호를 개방하여 대화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9개 주요그룹의 틀로 나누어진 시민
사회는 동일이슈에 대해 주요그룹간 의견이 상충되고 전략이 다르게 구사됨으로써 전반적으로
NGO 전략의 분열을 초래했다. 우리의 의도한 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내부전략(로비)과 외부전략
(공동행동)이 적절히 구사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로비만을 중심으로 전략이 구현되었던 것이
다. 이는 UN이 제시한 ‘대화’라는 덫에 너무 쉽게 빠져 공동의 외부전략에 대해서 미리 대처하
지 못한 것이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진행되는 세계사회포럼에서 다양하지만 통일된 NGO
의 목소리가 진행되는 것과 달리 WSSD NGO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부족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써 각 그룹의 다양한 의견 그러나 각국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
를 해야한다는 NGO의 통일된 목표를 성취하는 데는 상당히 부족한 결과를 초래했다. 각국 정부들
의 태도로 인해 결과가 다소 예상된 측면이 없쟎아 있었지만 미리 진단한 이런 결과에 대해 우리
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낼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한국 NGO에도 그대
로 적용되는 데 한국 NGO의 경우 빈약한 국제연대의 경험으로 인해 국제 국내의 효과적인 전략
을 마련하기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일천한 국제연대운동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방
법으로 현상황에서 활동가들을 위한 국제연대 교육이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볼때 이번 한국 NGO들
의 WSSD 참가는 현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와 상관없이 참가자 각자가 한국 NGO의 현수준과
향후 역할에 대한 깊이있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보여진다. 이런 것을 계기로 향후 우리
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활동가 각자의, 시민사회단위에서의 지속적인 논의와 프로그
램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NGO의 국제역량은 충분히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상황에
서 그리고 남아공 현장의 조건이 대단히 열악한 가운데서도 한국 NGO가 나스렉과 유엔회의장(샌
톤)에서 한 활동들을 면면히 분석해보면 우리의 잠재력은 다른 어느 나라의 NGO와 비교해도 손색
이 없다. 다만 이번을 계기로 우리가 어떻게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잘 정리된 내용으로 접근할
지를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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