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관련자료

‘리우 회의’ 이후 10년의 평가와 WSSD

1. 던져야 할 질문들

올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게 되어 있는 유엔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
회의(UN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WSSD)에서는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지속 가능 발전’의 의제들이 10년간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는지를 점검하게 될 것이다. 리
우 회의 이후 10년 간의 이행 상황의 점검이란 뜻으로 ‘리우(Rio)+10’ 정상 회담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회의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될 것이다. 리우 회의 이후 지
난 10년간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가? 참가국들은 ‘의제 21’을 어떻게 수행해 왔는가? 추진에 있어
서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수행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새롭게 부상된 이슈들은 무엇인
가? 향후의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등이 그것이다. 성과를 묻는 총론적 질문에 대한 답
은 일단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리우 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선언
했던 거창한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지난 10년간 변화를 찾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리우 회의 이후 지난 10년을 점검하기에 앞서 우선 1992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
서 개최된 환경정상회담의 합의 사항들을 상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리우 회의의 정식 명칭
은 유엔환경개발회의(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로서, 1972년 스톡
홀름의 유엔인간환경회의(UN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에서 환경 문제가 국제 정치
의 의제로 부각된 이후 20년만에 선진국과 개도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기
본 원칙과 행동 계획을 채택하기 위해 개최된 것이다. 이 회의는 ‘지속 가능 발전’이라는 주제
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개념은 유엔 총회에서 설립한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즉 브룬
트란트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가 1987년에 보고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제시한 것으로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 세
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개발)”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지속성·형평성·효율성을 토대로
현 세대의 과도한 자원 사용과 개발이 후 세대의 복지를 위협하지 않도록 고려하는 발전을 의미
하며, 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의 정책 수립시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중심 개념으로 제시
된 것이다. 리우 회의에서 채택된 리우 선언은 지속 가능 발전의 철학적 원칙을 밝히고 있고 의
제 21은 그 실천 선언으로서, 양자 모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만 국제 사회가 환
경과 개발의 조화를 추구해 나가는 데 있어서 향후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2. 리우 선언과 의제 21의 내용 및 이행에 대한 평가

우선 리우 선언은 초기에 ‘지구 헌장(Earth Charter)’으로 지칭되기도 하였으나, 최종적으
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데 자네이루 선언’으로 부르기로 합의되었다. 전문 및 27개 항의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비 회담 때부터 개도국의 개발 관련 필요성의 강조로 인해 결과적
으로 환경 원칙과 개발 필요성이 타협한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개도국의 입장이 반영된 부
분은 자원 개발에 있어 주권 존중의 원칙, 개발의 권리, 개도국 특수 사정의 고려, 환경 보호의
무역 규제 수단 불가, 능력에 따른 예방 접근 등이다. 선진국의 입장이 반영된 조항은 개발권의
미래 세대 환경권의 충족, 환경과 개발에 관한 행위의 세계적 이익의 반영, 예방 조치 및 오염
자 부담 원칙, 환경 영향 평가, 초국경적 환경 파괴 예상시 사전 통고 등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큰 이견이 없이 합의된 원칙들은 환경 보호와 개발의 종합적 고려, 빈곤 퇴치와 환경 보전
의 상관성,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생산 및 소비의 억제,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국가별 능력의 형
성,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 환경 입법 추진, 개방된 국제 경제 체제의 지지, 관계국 통고, 평화
·개발·환경 보호의 상관성 인정 등이다.
의제 21은 21세기를 향한 실천 계획이라 할 수 있는데, 개념적으로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환경과 개발에 관련된 문제들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 가능 발전을 실천
하기 위한 정부 및 비정부 분야의 능력 제고에 관한 목표들이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38개 의제
로 제시되어 있는데, 두 범주가 각각 두 분야로 다시 나누어져 전체는 네 분야로 구성되어 있
다. 즉 ①지구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되는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 방안, ②자원의 보전·
관리 및 환경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 ③사회 각 부문의 역할 강화, ④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이
행 체계의 규정 등이 그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사회·경제 부문에서는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
하기 위한 국제 협력, 빈곤 퇴치, 소비 패턴의 변화, 인구 변화와 지속 가능성, 보건의 증진, 지
속 가능한 인간 정주, 의사 결정에 있어서 환경과 개발의 통합 등에 관한 이행을 논의하고 있
다. 둘째, 환경 및 자원 보호에 관한 이슈들은 대기 보전, 토지 자원의 계획 및 관리, 산림 황폐
화 방지, 사막화 및 가뭄에 대한 대처, 지속 가능한 산지 개발, 농업 및 농촌 개발 문제, 생물
다양성의 보전, 생물공학의 환경 친화적 관리, 해양 자원 보호, 담수 자원 보호, 유해 화학 물질
의 안전한 사용, 유해 폐기물의 안전 관리, 고형 및 하수 폐기물 관리, 방사능 폐기물 관리 등
의 문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셋째, 사회 주요 그룹의 역할에 관해서는 여성·청소년·원주민·
NGO·지방 정부·노동조합·산업계·과학기술계·농민 등의 역할 강화를 다루고 있다. 넷째, 이
행 수단에 관해서는 재원 및 재정 체계, 기술 이전,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과학, 교육·홍보
및 훈련, 개도국의 능력 배양, 국제 제도, 국제법, 정보 격차의 해소 등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의제 21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제 21은 각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 목표들의 목록이라 할
수 있다. 몇몇 나라들에 있어서는 분명 정책 변화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 얼마나 의
제 21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UNCED 직후 2년 내에 참석국 178
개국 중 103개국이 정부 내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가장 가시적으로 개선된 것으
로 보고된 과제는 납 오염의 감소와 수자원의 청정화 등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의제 21의 기능은 NGO 등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집단들이 지
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자국 정부에 촉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왔다는 점이다. 자국 정부가
의제 21에 서명을 하고도 그 이행을 게을리 하는 경우 환경 단체 등에 의해 격렬히 비난을 받게
된다. 즉 의제 21은 각국이 구체적 정책을 펴도록 압박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던 것이
다.
끝으로 의제 21은 경제 발전을 둘러싼 담론의 변화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제 21
이 과연 의도한 대로 세계 경제의 주요 의제들을 변화시켰는지, 즉 경제 성장·무역·기타 국제
관계에 관한 우리의 사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혁시켰는지에 대해 자문해 볼 때, 이 질문에 대해
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무역기구의 운용, 기타 무역 협정이나 다자간 투
자 협정 등의 작성에 있어서 의제 21의 기본 철학이 핵심적 고려 사항으로 다루어졌다고 볼 수
는 없다.

3. 기후 변화 협약의 전개 과정과 평가

이밖에 리우 회의에서 합의된 두 개의 협약은 기후 변화 기본 협약(The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FCCC)과 생물 다양성 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다. 우선
기후 변화 협약은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방지 혹은 완화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인데, 지구 온난
화 이슈는 그 원인·피해 범위·처방의 범위에 있어서 진정한 지구 환경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이슈는 또한 국제적 합의 형성 과정이 가장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우선 인간의 활동과 지구 온
난화 현상의 인과 관계를 과학적으로 인정하는 과정도 100년 이상에 걸쳐 발전되어 왔을 뿐 아니
라,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 가스의 배출 감축이 주요 산업체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시키기 때문
에 배출국 정부들이 손쉽게 의무 감축에 동의할 수 없었다.
어쨌든 1988년에 와서 인간의 활동과 기후 변화의 상관 관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과학적 합의에
도달하여, 지구 온난화 문제를 국제 환경 정치의 주요 의제로 삼아 수년 간의 준비 회의를 거쳐
온실 가스 감축에 관한 기본 협약을 향후 작성하기로 합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1988년에 유엔환
경프로그램(UNEP)과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라는 학자
들의 공동체가 구성되어 장차 기후 변화 협상에 필요한 지식 기반을 제공하도록 되었다. 이 기구
가 발표한 제1차 보고서는 온난화가 지난 100년간 진행되어 지구의 온도가 0.3에서 최대 0.6도
상승하였으며, 이로 인해 물 공급 감소, 저지대 도서국(島嶼國)의 침수, 강우 유형의 변화, 유행
병 장소 및 작물 재배지의 이동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1차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온난화의 직접적 원인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결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온난화
가 진행되고 나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밝힘으로써, 일단 불확실성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행동이 긴급하다는 메시지는 전달하였다.
1992년 리우에서 작성된 기후 변화 기본 협약은 154개국이 서명하였고, OECD 가입국들 및 동구
권 국가들은 온실 가스 배출을 200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도국에
는 협약 이행을 위한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선진국과 개도국 공
통의 의무 사항으로서 국가별로 온실 가스 배출·흡수 현황을 보고하고 감축 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시행·공개·보고할 의무를 약속하였다. 이 중 국가별 보고는 구속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온실 가스의 구체적 감축 목표와 일정은 합의하지 못하여 리우 회의에서
는 실효성을 지니지 못한 기본 협약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리우 회의에서 그와 같이 출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협약 작성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주요국
들 간에 감축 목표와 일정에 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데, 유럽은 보다 확실한 감축 목
표 작성을 주장했고 미국은 계량화한 구체적 감축 의무의 약속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으며 대부
분의 개도국들은 선진국 책임론에 입각해 선진국들의 우선적 행동을 요구해 왔다. 반대하는 국가
들은 온실 가스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최소의 합의에서 출발한 기본 협약은 1994년 3월, 서명국 50개국이 비
준함으로써 발효되었다. 그 후 기본 협약의 최고 의결 기구로서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Parties)가 기본 협약의 효율성을 점검하였다. 1995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제1차 당사국 총회에
서 이미 기본 협약 방식은 실효성이 약하므로 2000년 이후 온실 가스의 구체적 감축 목표에 관
한 의정서 작성을 97년까지 마련하기로 약속하였다. 1996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2차 당사국 회
담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온실 가스의 의무적 감축을 법적
구속력을 지닌 문서로 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것은 권위 있는 과학자 약 2500명으로 구성된
기후 변화 정부간 패널(IPCC)이 1995년 말 발표한 2차 보고서의 핵심적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이
다. 이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에 확실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97년 일본 쿄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 38개국이 규제 대
상 온실 가스를 6가지로 확정짓고, 3차의 기간으로 나누어 온실 가스 저감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
였으며, 1차 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평균 5.2% 감축할 것을 합의하였
다. 각국은 국가별 여건에 맞게 미국 7%, 일본 6%, 유럽연합 8% 등 차별적 목표를 부여받았다.
또한 이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실 가스 감축량을 상품처
럼 사고 팔 수 있게 한 교토 메커니즘(배출권 거래제·공동 이행제·청정 개발 체제 등)을 도입
하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으로 쿄토의 3차 당사국 총회에서 마련된 의정서(Kyoto Protocol)는 최초로 온실
가스 배출 규제를 법적으로 구속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의정서가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가지
려면 각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즉 55개국 이상의 협약 당사국 비준서가 기탁되고, 비준
서를 기탁한 선진국들의 1990년도 배출량이 전체 약정 국가의 1990년도 총 배출량의 55%를 초과
하면 90일 경과 후에 발효된다. 또한 무엇보다도 미국(36.1%), 러시아(17.4%), 일본(8.5%)의 비
준이 중요하다. 결국 개도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문제와 미국 정부가 의회의 비준을 얻어내는 문
제가 이 레짐의 실효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2001년 출범한 미국의 새로
운 부시 행정부는 2001년 3월 국제적 환경 협조에 관한 첫 정책적 입장으로서 쿄토 의정서를 이
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실효성에 근본적 타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4. 생물 다양성 협약의 전개 과정과 평가

기후 변화 기본협약 이외에 리우 회의에서 합의된 또 다른 하나의 협정은 생물 다양성 협약이
다. 이 협약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사용의 원칙을 포괄적이고 국제적으로 처음 확
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역시 실효성을 지닌 협약으로 출발하지는 못했다. 1980년대 초
에 학자들은 생물종의 멸종 속도가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를 하였고 생물 다양성
의 감소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의 하나로 인식되긴 하였으나, 품종 개량 등의 지
적 재산권을 주장하는 선진국들과 ‘인류 공유 자산’ 개념을 개량된 종에도 적용시키길 원하는 개
도국들의 입장 차이로 이렇다 할 협약을 작성하지 못해 왔다. 그러나 리우 회의에서 유엔환경프
로그램(UNEP)의 톨바(Mostafa Tolba) 사무국장의 적극적 역할로 기본적 협약이 마련되어, 150개
국 이상의 국가가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에서는 자원 보유국의 자원 주권을 확인했고, 자
원 이용을 원하는 측에서는 상호 합의된 조건에 의해 접근할 수 있다는 원칙이 삽입되었다. 그
결과 유전 자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체들은 보유국 당국과 이용료 지불 등 이용 조건을 협상
해야 하게 되었다.
생물 다양성 협약은 전문(preamble)과 42개 조항의 본문 및 2개의 부속서(Annex)로 구성되어 있
으며, 주요 내용은 크게 가입국의 생물 다양성 보전 의무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가입국간
협력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협약 제2조는 “생물 다양성이란 육상·해상 및 수중 생태계
와 이들 생태계가 이루는 복합 생태계를 포함하는 모든 분야의 생물체 간의 변이성을 말하고,
종 내의 다양성, 종 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생물 다
양성이란 생물종의 다양성, 생물 서식 생태계의 다양성, 생물 유전자의 다양성을 포괄적으로 지
칭하는 개념이다. 협약의 의무 사항으로 합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서명국들은 생물 다양성의 보
존 및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한 국가별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각 국가의 경제 개발 정책은 생
물 다양성의 보존 및 지속 가능한 사용과 통합되어 수행되어야 하며, 생물 다양성 자원의 목록
을 작성하고 감시하며, 토착적 보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가입국간 협력 사항으로는 타국 보유 유전 자원에 접근할 때 해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PIC: Prior Informed Consent)의 도입, 생명공학 기술 등 생물 다양성 보전 기술의 다른 가
입국으로의 이전 촉진,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s: Living Modified Organisms)의 안전한 국가간
이동 및 관리를 위한 의정서 채택 검토, 개도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재정 지원 조항 등이 있다.
그러나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기술 이전 및 재정 지원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미국
은 리우 회의에서는 이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가 1993년 클린턴 행정부에 와서야 서명하게 된
다. 그리고 1993년 12월 30개국의 비준을 얻은 뒤 협약은 발효되었고 2000년도까지 176개국이 협
약을 비준하였다.
리우 회의 이후 협약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우
선 협약의 핵심적 조항들인 7조에서 11조까지의 내용에서 법적 의무의 모호성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즉 이 조항들은 생물 다양성 구성 요소의 조사 및 감시, 보호 지역의 설정 등 현
지 내(in-situ) 보전 조치와 종자 은행 설립 등 현지 외(ex-situ) 보전 조치의 시행, 지속 가능
한 사용, 유인책 수립 등에 관한 것들인데, 이것들은 “가능하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행하도
록 규정되어 있어서 당사국들이 얼마든지 이행을 게을리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었다. 이러
한 규정들의 구체적 기준이라든가 국가별 전략의 일정 및 목표 등도 구체화하지 못했다. 또한 의
정서 작성 단계로 가려면 생물 다양성을 가장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는 열대 우림과 해양 생태계
등을 우선 보호 분야로 설정해 국제적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데, 이 분야들도 이행의 강제성과 구
체성을 지닌 기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즉 보호 지역 체제를 설정해서 구체적 보호 의무
를 규정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함에도, 현재의 명목상 ‘보호 지역’으로는 생물 자원의 남용을 막
지 못할 뿐 아니라, 그나마 많은 보호 지역은 너무 협소하고 분산적으로 설정되어 있고 재정이
나 인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실질적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다.
그러나 당사국들이 의정서 작성을 성공시킨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생물 안전성(biosafety)에
관한 것이다. 즉 생물공학에 의해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안전한 이전·취급·사용·처분
을 위해 사전 경고 등의 절차를 법적으로 규정하게 된 것이다. 생물 안전성 문제가 협약 당사국
들의 주요 의제로 대두하자 미국의 제약업계는 국제적 규제를 마련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로비를
벌였으나, 1년 간에 걸쳐 환경 NGO, 그리고 국제 및 국내 여론이 미국 정부 및 생명공학 관련 업
계를 압박하여 결국 미국은 2000년 1월 카르타헤나 의정서(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 채
택에 지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생물 안전성 분야 이외의 삼림과 해양의 생물 다양성의
보다 적극적인 보호, 국가별 이행을 강제하는 문제들에 관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협약을
마련해서 생물 다양성 협약을 강화시키려면 역시 더욱 적극적인 선진국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호주·뉴질랜드·독일 등은 비교적 앞장을 서 왔으나, 이 문제에 관해서도
역시 미국의 전향적 지도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생물 다양성 협약에 서명
은 했으나, 기후 변화에 관한 쿄토 의정서의 경우와 같이 미 상원에서 이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
는 실정이다.

5. WSSD와 국제 환경 정치의 과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8월 말 개최 예정인 유엔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에서는 지속 가
능 발전의 의제들이 10년간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는지를 점검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준비 회담
이 4차에 걸쳐 진행되어 요하네스버그 회담에서 다룰 내용을 예상케 한다. 특히 2002년 5월 27일
부터 6월 7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WSSD에 대비한 마지막 회의인 제4차 각료급 준비 회의가
열렸다. 에밀 살림(Emil Salim) 지속발전위원회(CSD) 의장은 ‘의장 협상 문안’에서, 요하네스버
그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의 기본 방향과 의제를 제시하였다. 그 문안에 따르면, WSSD에서는 다음
과 같은 5가지의 기본적 정책 방향을 선언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리우 회의에서 선언된 원칙들을 다시 강력히 지지할 것이다. 따라서 의제 21도 지속적으
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둘째, 살림 의장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공통의 그러나 차등적인 책임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경제 성장·사회 발전·환경 보호가 지속 가능 발전에 있어서 상호 보완적
인 목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 해소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패턴의 변화가
환경 보호의 핵심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 발전의 이행으로 인한 혜택이
여성·어린이·기타 취약 집단에도 돌아가야 하며, 그와 같은 이행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정
부들, 정부들과 비정부 주체들 간의 협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적 수준과 국제적 수준 양 측면의 적절한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국내 차원에서는
건전한 환경·사회·경제 정책, 민주주의적 제도, 법의 지배, 부패 방지 장치, 성 평등, 투자 확
대 등이 그 토대가 된다. 아울러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제적 차원도 똑같이 중요한데, 금융, 기
술 이전, 외채, 무역, 개도국의 세계적 의사 결정에의 참여 확대 등에서 국제 협조가 가능한 환
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속 가능 발전을 향한 진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다섯째, 평화·안보·
안정은 지속 가능 발전을 성취하고 그 혜택이 고루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의제들 중 빈곤 퇴치 문제가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
에 각국의 의견이 모아졌고, 그것은 이미 이전의 3차례의 준비 회담에서도 강조되었던 내용이
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4차 회담에서도 빈곤 퇴치를 위한 기금 조성과 공적 개발 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확대 등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는 점이다. 4차 회담에서 비록 살림 의장은 자신이 마련한 문안의 80%는 합의가 되었다고 밝혔으
나, ‘정치 선언문(the Political Declaration)’도 합의해 내지 못했으며 재정과 관련된 주요 이
슈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요하네스버그 정상 회의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생활하는 전 세계 12억 명의 빈곤층을
2015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목표에는 합의가 되었으나, 이를 위해 선진국이 마련하는 빈
곤 퇴치 기금의 신설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개도국들의 기금 신설 요구에 대해 유럽연합 등 선진
국들은 자발적 추진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주장했으며, 이와 관련해 인권·부패 방지·법치주의
·의사 결정의 투명성 등 국내 문제 개선을 개도국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주장했다. 한편 개도국
들은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주장을 내정 간섭의 문제로 규정하여 반발하고 있다. 또한 개도국들
은 공적 개발 원조의 비율을 GNP의 0.7%로 하여 2010년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선진국
들은 이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4차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도 있는데, 화학 물질 관련 협약의 발
효 시기를 2004년 이내로 하기로 약속하였으며, 2012년까지 어류 산란 장소 등을 보호하기 위하
여 해양 보호 구역을 설정하고 불법 과잉 조업에 기여하는 정부 보조금은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리우 회의 이후 10년이 경과한 현재 환경 관련 협약은 500개 이상 존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행 목표와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국제 환경 협조의 중심적 역할
을 담당해야 할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나 기타 환경 관련 기구들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며 국제 원조의 액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는 지속 가능 발
전과는 거리가 먼 철학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들은 주권국들의 상이한 입장과 이해 관계가 항상 부딪히고 조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 관계의 속
성상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리우 회의의 사무총장 모리스 스트롱
(Maurice Strong)은 당시 개회 연설에서 리우 회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공동의 미래를 위
한 첫걸음이다. (···)리우 이후의 길은 멀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이미 예견한 바
있다.
리우 회의 이후 10년만에 개최되는 요하네스버그 환경정상회담에서는 리우 회의의 정신을 재확인
하고 지속 가능 발전으로 세계적 추세를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요하네스버
그 회담이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국제 기구·NGO·기업 등 국제 환
경 정치의 모든 주체들 간의 진정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택: 1959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정치학 박사. 현 전남
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논문 「지구 온난화 레짐 형성에 관한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 연구: 환
경 운동 단체와 업계의 역할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생태 안보와 한반도」, 「지구 환경
정치와 세계 시민 사회 형성의 과제」, 「국제 환경 협조의 이론적 검토」, 「글로벌 거버넌스
에 있어서 유엔과 NGO의 파트너십 연구」 등.

글 : 오 경 택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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