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생태체험] 재두루미 가족을 만나고 왔어요

재두루미 가족을 만나고 왔어요

이성실(환경운동연합 회원, 어린이책 작가)

가을은 어디에서 올까요?

새를 보는 사람들은 저 멀리 시베리아와 몽골, 우수리, 중국 동북부, 일본 북해도에서 가을이 온다고 생각해요. 재두루미 같은 겨울철새들이 그곳에서 새끼를 기른 뒤 우리나라로 날아오니까요.

가을이 왔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0월 하순 즈음 재두루미가 하늘을 두루두루 날아오면 가을이 온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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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은 ‘생물다양성 인식증진 활동’의 하나로 시민, 회원들과 <두루미가족 탐조캠프>를 다녀왔어요.

민통선 지역의 추수를 끝낸 넓은 논과 하구에서 두루미 가족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떠났지요. 날씨는 맑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기뻤어요.

가족이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답게 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을 보고 참여한 가족이 다섯 가족 정도 되었고 선생님을 따라 나선 5학년 어린이들, 편집자와 화가, 시민, 회원들, 생태 안내를 위해 함께한 선생님들이 여러 명 함께 갔어요.

“독수리는 언제 보나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어린이들이 물어왔어요. 어린이들은 사람보다 크고 어린아이 하나쯤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찍어 둥지까지 가져가 잡아먹는 신화 속 독수리를 떠올렸나 봐요. 그런 독수리를 보게 된다니 가슴이 두근두근 기대가 되었겠지요?

“재두루미는 열 한마리가 왔다고 해요. 독수리도 왔는데 민간인 통제구역에서도 특히 가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라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을 거에요”

탐조캠프를 이끄는 박평수선생님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출발한 버스가 자유로를 타고 장항습지를 지나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한강 하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철교이름이나 다리이름도 알려주고, ‘경인운하’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까지 쉴 새 없이 설명이 이어졌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어떻게 다른가?’ 였어요. 직접 우는 소리를 들려줘서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특히 수원청개구리가 네 다리로 벼를 잡은 채 우는 모습도 사진으로 보여주었거든요.

생태해설사 김은영선생님도 사진 자료와 함께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습지는 물의 영향을 받는 땅이며 우리가 곧 가보게 될 임진강 하구의 습지는 기수의 영향을 받는 특별한 습지’라고 습지에 대해 개념을 정리해 주었어요.

장어가 한강 기수역에서 6년 동안 성어로 자라는데, 기수역은 바다로 나아가 알을 낳고 죽을 장어가 염도 조절을 연습하는 곳이라는 사실, 습지는 지구상에 4% 정도 존재하지만 인간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습지에 의존하는 정도는 90%라는 사실, 우리가 오늘 많은 새를 본다면 그것은 습지가 건강하다는 의미라는 설명도 뒤따랐지요.

생물다양성을 생각하는 탐조 캠프

사실 나는 두루미를 만나게 될 순간을 떠올리며 두루미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어요. 지난 해에 환경운동연합과 포스코가 생물다양성에 대한 홍보사업으로 <두루미, 하늘길을 두루두루>(환경운동연합 기획/들녘)라는 책을 냈거든요. 탐조캠프도 생물다양성 인식증진을 위해 발행될 <탐조일기> 책과 관련해서 떠나는 거였고요.

박평수선생님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어서 책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요리에 비해 ‘전채요리’가 너무 센데!’하고 생각했어요. 함께 온 선생님이 “일교시가 너무 빡세네요.”하고 말해서 웃었지요.

한 분 한 분 여쭤보니 대개 환경운동연합 페이스 북에서 ‘두루미가족탐조캠프’ 소식을 보고 참여했다고 하는데, 자연으로 나가 바람을 쐬러 온 분들이 일요일 내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네 하면서 웃었어요.

시암리습지를 지나고, 개리가 오는 성동습지를 지나는 동안 한강하구에는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갈매기 종류가 멀리에 수두룩하게 보였어요. 햇살이 내리쬐는 뻘에서 잠자고 쉬고 동물성먹이도 먹는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어요.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도라산역에서 통일을 상상하다

우리는 통일전망대에서 멀리 북한을 바라보기도 했어요. 누가 더 높이 국기를 다는지 남한과 북한이 경쟁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개성공단이 어디쯤인지, 송악산이랑 ‘두문불출’이란 말의 유래가 된 두문동이 어디쯤인지 멀리 멀리 바라보았지요.

박평수선생님이 고려 말 조선 초의 역사, 통일, 지리, 환경, 생태 이야기를 전방위로 늘어놓았기 때문에 어른들은 공부에 열심이었고 1학년 아이들은 새는 언제 보냐며 투덜거리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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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머리 위로 독수리가 날고 있다. 아이들 대흥분!!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통일전망대 앞마당에 나오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우리 머리 위로, 하늘 높이 높이 독수리 무리가 날아다니는 거예요.

아이들은 드디어 새를 보았어요. 아마도 처음 보는 독수리였겠지요? 우리나라에 오는 독수리는 직접 사냥을 해서 먹이를 먹는 게 아니라 죽은 동물을 먹기 때문에 머리 쪽에는 깃털이 없다는 이야기, 까치나 까마귀에게 상처를 입을 정도로 싸우는 기술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독수리의 모습은 탐조에 참가한 사람들의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었지요.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공들여 찍고 우리는 전망대를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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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도라산역에서는 손기정선수가 독일로 올림픽에 출전하러 갈 때 기차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면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라산역을 지나 신의주, 중국,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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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함께 간 어린이들은 철로를 보며 어떤 상상을 했을까요? 도라산역에서 나올 때 한 어린이가 말했어요.

“이제 이 신발을 버리지 않을 거에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북한 땅을 밟은 신발이라 그렇다고 했어요. 어린이들도 ‘북한’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어린이들은 도라산 역에서 스탬프를 찍으며 사진도 찍고 평화롭게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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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에서 스탬프 찍고 놀고 있는 아이들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도라산역에서 가까운 곳에 통일촌 부녀회 식당이 있어요. 쌀밥에 된장국, 생선구이, 깍두기, 계란찜, 나물반찬이 어찌나 맛난지 어린이들도 한 그릇을 거뜬하게 비웠어요. 토박이음식이 맛있어서 그런가, 점심시간이 너무 늦어 배고파 맛있는 것인가 따지며 또 한번 하하 호호 웃었지요.

초평도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저무는 가을 들녘에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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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먹이 먹는 재두루미 가족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자 논에서 기러기류 500마리 정도를 보았어요.

그리고 곧 논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을 만났지요. 버스가 서면 그대로 날아오른다고 했어요. 슬금슬금 꽁지를 보인 채 먹이 먹으며 가는 세 마리 재두루미 가족을 우리도 슬금슬금 버스를 타고 가며 보았어요. 초평도 전망대까지 가는 동안 재두루미를 약 열 두 마리 정도 만난 것 같아요.

초평도는 습지의 풍경을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버들군락이 물과 뭍 사이에 퍼져있어 습지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었지요.

재두루미들이 26마리 정도 이곳에서 먹이를 먹고 있었어요. 간간이 청둥오리 무리, 청다리도요, 비오리, 가마우지 몇 마리가 나타나 우리를 기쁘게 했어요. 어린이들은 망원경으로 새를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시끌벅적 놀기 시작했어요.

오전에는 처음 만나 데면데면하던 1학년 2학년 어린이들이 갑자기 친해져서 “친구야”소리를 연신 하며 뛰어 놀았지요. 내달려 뛰고 발돋움하며 펄쩍 뛰어오르고 언덕진 곳에서는 뛰어 내려 보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어른들은 “어허! 아이들도 자연과 하나가 되었네!”하며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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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나는 조금은 욕심스런 생각으로 아이들, 가족들이 함께하는 탐조여행에 참여했어요. 사람들이 ‘자연이 새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 생물이 다양해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아이들이 멈추어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성장하기를 바랐어요. 아마도 이런 저런 바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스며들 듯이 이뤄질 것 같아요.

워낙 멀리 있는 재두루미들을 스코프로 보다 보니 “깜짝이야!”하는 느낌, “정말 감동이에요”하는 찬사는 덜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우리는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습지로 재두루미를 보러 갔다 온 것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누군가에겐 처음으로 새를 보러 탐조여행을 간 날, 재두루미와 독수리를 처음 본 날로 기억되겠지요.

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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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개와 함께 신났다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하고 묻자 한 아이가 “북한에 다녀온 거요!”하고 대답했어요.

나는 모두들 밥을 맛나게 먹은 게 재미있었어요. 통일촌 부녀회 식당이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차려낸 밥상이 소박하면서도 참 맛나고 풍요로웠거든요.

아이들이 친해져서 떠들썩하니 뛰놀고, 박평수선생님의 이야기에도 크게 반응하며 즐거워 한 것은 아마도 밥을 먹고 난 뒤가 아니었나 싶어요. 동네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천방지축 함께 뛰어 놀았던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맛나게 먹은 밥 덕택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길 수 있기를, 자연이 주는 풍요를 고마워하며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그래서 아이들이 또 그 다음세대 아이들에게도 같은 기쁨을 전해주기 바라요.

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는 것은 아마 미래세대에게 오늘 우리가 누린 풍요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는 의미가 있겠죠?

아빠와 함께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아빠와 함께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가을빛으로 물든 산길을 걷기도 하고, 두 갈래로 갈라져 흐르는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사진도 찍었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사진을 볼 때 마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이었다고 기억하게 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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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박평수, 한명숙, 이은경

참여방법: 환경연합 홈페이지나 페이스 북에서 ‘탐조캠프’를 검색하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두루미가족 탐조캠프>는 환경운동연합과 포스코가 함께 하는 ‘생물다양성 인식증진 사업’, <철따라 새보기>의 첫 번째 캠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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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보전팀 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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