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활동소식

[탈핵] 우리는 왜 전문가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원전과 지진을 통해 드러난 전문가의 민낯

 전문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거짓과 왜곡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

과학자가 과학적이지 못하고 특정세력의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것 부끄러워해야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yangwy@kfem.or.kr)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용환 위원장과 최종배 사무처장을 비롯하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용환 위원장과 최종배 사무처장을 비롯하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경주지진과 이번 국정감사로 인해 원전 관련 전문가들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경주지진이 발생한 이후에 지진 및 지질학자들의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정부 기구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과제 수탁하면 문제? 자료공개되지 않아서 문제!

박재호 의원실의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전·현직 전문위원 총 32명 중 20명이 원자력 진흥기관으로부터 1인당 평균 28억5,911만원을 받아 4.2건의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호 의원은 “원안위 전문위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원전 건설 및 운영 등에 관한 각종 심사 서류에 대해 사전 검토 뿐 아니라, 원안위원들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적 자문도 언제든 할 수 있는 자리”라며 “원전 안전성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규제대상 기관으로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의 돈을 받고 있으니 규제가 제대로 되겠냐. 이래서 원자력 진흥은 물론 규제기관까지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진흥기관이라는 곳이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한국수력원자력(주) 등 원전 사업자이거나 원전 정책 관련 행정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년 이내에 원자력사업자나 이용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하거나 사업에 관련해서는 안된다는 법적 조항이 있지만 원자력안전전문위원들은 해당사항이 없으니까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원전과 관련된 것은 모두 영업비밀(비공개), 비밀에 부쳐진 곳은 썩기 마련

한수원은 원전 사업자이니까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치더라도 행정부로부터 연구용역과제를 수탁받으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행정부 자체가 신뢰를 받는 집단이지 못하고 행정부가 원전 진흥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전문가들을 들러리로 삼고 있는 사례가 계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업자의 연구과제를 수탁하는 것도 전문가가 객관성을 지킨다면 문제될 게 없다.

연구 과정과 자료를 공개하고 누구든지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면 정부든 사업자든 그 연구과제를 수탁한 이들의 객관성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나 사업자나 연구과제를 하는 이들의 보고서 중 특히 원전과 관련된 것은 모두 비공개로 처리된다. 소위 ‘영업비밀’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과학자, 공학자, 전문가가 아니면 원전 안전성이나 최대지진평가, 활성단층에 대한 평가 자료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들만의 밀실공간에서 평가된 결과만이 세상에 ‘안전하다’라는 단순 정보로 전달된다. 그런데 비밀에 부쳐진 곳은 썩기 마련이다.

똑같은 상황에 다른 결과, 발주자에 따라 달라져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1년반 전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가동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승인되었고 석달 전에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승인되었다.

모두 부지 안전성이 핵심 이슈 중에 하나였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 당시에 필자는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 위원으로 있으면서 소방방재청에서 지질자연원연구원에 의뢰해서 작성한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보고서(2012.10)를 입수했다.

한반도 동남부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월성원전 인근에 예상가능한 최대지반 가속도는 0.4g(지, 중력가속도: 1만년 빈도)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는 0.28g(1만년 빈도)에 불과했다.

양쪽 연구를 한 전문가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토록 차이를 보인 것은 월성 1호기 부지 평가에서는 원자력안전법에서 원전 설계에 참고하라는 단층으로 미국 기준인 ‘활동성 단층’만을 대상으로 했고 소방방재청은 원전과 상관없는 정부기관이었으므로 지질학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을 대상으로 평가를 했기 때문이었다.

활동성 단층이 활성단층 중에 젊은 단층인데 그렇다고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단층은 아니다. 이번 경주지진도 활동성단층이 아니라 활성단층에서 일어났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도 활성단층 분포도 인구분포도 다르다.

월성과 고리원전 주변에는 확인된 것만 60여개의 활성단층이 8개의 활성단층대를 따라 분포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고 활성단층도 찾기 어려운 동부에서는 원전의 내진설계가 0.2g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활성단층이 분포된 서부에 위치한 원전의 내진설계는 0.75g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은 미국기준을 바꾸지는 못하니 발주자가 시키는 대로 그 많은 활성단층을 배제하고 활동성 단층만을 평가의 입력자료로 사용했다.

결국, 발생할 최대지진은 축소되고 낮은 내진설계에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전문가는 무엇을 위해 발언하는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안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심의할 때 환경운동연합은 지질학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양산단층, 울산단층, 일광단층 등 원전 부지 인근에 분포하는 대규모 활성단층을 고려한 내진설계 평가를 해야 하며 한반도 최대지진 규모는 7.45±0.04라고 평가한 논문도 있으므로 지진규모 6.9에 맞춘 내진설계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논문을 쓴 저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자력안전전문위원 자격으로 출석해서 최대지진 발생지점이 원전 부지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어서 지진에너지가 감쇄되어(줄어들어) 현재의 내진설계로 안전성 확보가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2016년 들어 새롭게 원자력안전전문위원으로 선임된 지진전문가였다.

지진전문가는 지진계를 설치해서 지진기록을 하고 조사를 한다. 지진발생에 대한 분석을 하는데 역사지진을과 계기지진기록을 분석하고, 지진발생시 지진파 분석을 한다.

지진 전문가가 최대지진이 원전 부지에서 일어날지, 원전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수원은 원전 최대지진을 평가할 때 동일한 지진지체구조구를 단일한 기반암이라고 가정했다. 원전 최대지진평가에서는 고리원전이든 월성원전이든 동일한 지진지체구조구로 두었기 때문에 그 내에서 동일한 지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원전 부지로부터 거리가 먼 곳에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원전 부지의 암반상태에 따라 증폭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지진에 대해 월성 1호기와 월성 2~4호기 건물이 받은 지진에너지는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월성 1호기 지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30년 이상 된 설비가 동일한 지진 흔들림에 대해서 안전성을 확보할 지는 내진설계나 설비 전문가가 판단할 일이다.

이 지진학자는 경주지진이 발생한 뒤에 언론인터뷰에서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역시나 똑같은 발언을 했다. 본인의 전문성에 해당하지 않는 원전 사업자의 홍보성 멘트를 전문가의 권위를 얹어서 발언한 것이다. 나아가 이 전문가는 경주지진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아니라 양산단층 옆의 새로운 활성단층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을 했다.

지진단층 분석은 지진학자들이 아니라 구조지질학자들의 역할

지진학자들이 지진계를 통해 특정된 지진자료를 취합하고 구조지질학자들은 그 자료를 통해 어느 단층이 활성되었는지를 평가한다. 대부분의 구조지질학자들은 당연히 양산단층이 재활성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 지진학자는 언론에 양산단층이 재활성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에너지가 지표면으로 방출될 때 발생하는 지진은 여러개의 단층을 동반한다. 이때 갈라지는 지질구조를 ‘flower structure’ 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진원지는 한 곳이라도 지표면으로 분출될 때는 동시에 여러개의 단층 작용으로 나타나다 보니 단층은 하나의 일직선상이 아니라 여러개의 단층 그룹으로 드러난다.

양산단층은 중심선에서 폭이 좁게는 수백미터에서 넓게는 6킬로미터 이상으로 퍼져서 여러개의 단층선이 분포한다. 구조지질학에서 이렇게 당연한 이론을 모를 리 없는 지진학자가 애써 양산단층을 활성단층(정확히는 원자력계가 인정하는 활동성단층)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양산단층은 경주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한 달짜리 활동성단층이 되어 버렸다. 양산단층은 육지에 확인된 길이만 200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단층이다. 이 활동성 단층을 원전 부지평가에 입력자료로 넣었을 경우에 최대지진은 규모 7을 훌쩍 넘길 것이다. 원전 사업자에게는 양산단층이 활동성단층이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지진학자 이전에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을 했던 다른 지질학자는 양산단층이 분절되어 있고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는 한 큰 규모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해 왔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승인 과정에서 양산단층과 울산단층과 같은 활성단층을 포함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민간검증단의 주장에 대해 원전측을 옹호하는 답변을 한 것이다.

이 두 전문가는 지난 9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안전자문위원회 출범을 위한 회의에 참석해서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들 전문가의 주장을 빌어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인지는 논란 중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다른 지질학자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인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 지진학자의 주장을 비판했다고 한다. 결국, 그 지질학자는 23일 출범식에서 자문위원으로 이름에 올라가지 못하고 배제되었다.

한편, 정부의 지진관련 기관의 책임자인 다른 지진전문가는 단층의 기울기가 70도로 기울어져 있다는 근거를 들어 양산단층이 아니라 그 옆의 모량단층이 재활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조지질학자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모멘트 텐서(Moment tensor)’는 단층을 발생시킨 힘을 분석해 발생한 단층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다. 이 모멘트 텐서는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70도가량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모량단층은 밀양단층, 동래단층, 자인단층, 일광단층 등 양산단층에 딸려있는 활성단층들로 그 기울기가 동일하다. 활성단층대들의 중심인 양산단층이 재활성된 것이다. 모량단층은 양산단층보다 원전에서 더 멀고 규모가 더 적다. 이 지진학자의 동기가 어찌되었든 원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결과로밖에 안 보인다.

상황마다 달라지는 최대지진평가값,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실과 권칠승 의원실에서는 한수원의 「원전부지 최대지진 조사․연구」보고서(2015.6)를 입수했고 김성수 의원실에서는 한수원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제출한 기술자문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두 보고서는 신고리 5, 6호기 부지안전성 평가에 근거가 되었거나 설명용 자료로 제출된 것이다.

이들 보고서를 보면 원전부지 최대지진을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축소시킨 것이 확인된다. 최대지진평가를 위해서는 역사지진목록과 계기지진목록을 산정해서 평가해 면적지진원 입력자료로 사용하고 활성단층 자료를 선지진원의 입력자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역사지진목록과 계기지진목록에서 지진규모가 커질만한 기록은 배제했다. 2천년 빈도의 역사지진기록으로 월성과 고리원전 부지에는 최대지진규모가 7.25정도는 되는 것으로 자료가 확인되는데 100년밖에 안되는 계기지진기록(지진규모 5에 불과)을 이용해서 지진기록에 의한 면적지진원 입력자료는 규모 6.2로 축소했다. 선지진원에서는 60여개의 활성단층은 배제하고 월성 원전 부지의 단 두 개의 활동성 단층만 사용했다.

서해안 굴업도 핵폐기장 부지 취소의 근거가 된 활동성단층도 배제했다. 김성수 의원실이 확인한 기술자문보고서와 신고리 5, 6호기 부지평가서를 보면 활동성단층이라고 확인될만한 네 개의 활동성 단층을 근거자료 없이 축소, 누락했다. 최대지진 규모는 원전사업자가 이미 정한 내진설계 0.2~0.3g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 중 일부는 최대지진 평가값을 지진규모 6.5~6.9로 낮춰서 보고서를 쓰는데 역할을 했는데 그때 얻은 자료를 이용해서 본인의 논문을 쓸 때는 한반도 최대지진규모는 7이상이라는 결과를 내 놓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과학이 된 것이다.

이번에 경주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진실들이 얼마동안이나 은폐되어 있었을까. 과학이 과학답지 못한 이런 사례는 비단 지진, 지질학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이 좀 더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한국사회 신뢰시스템의 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지고 있다. 권력과 돈에 의해 좌우되는 전문성은 권위를 갖지 못하고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부 기구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가 권위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발언의 진위를 의심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 방향에 맞는 전문가들을 길들이고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료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전문가 스스로의 책임이 일차적이지 않을까.

아무리 윤리가 실종된 사회라 하더라도 과학자가 과학적이지 못하고 특정세력의 이익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민들이 비전문가라고 당장에 전문적인 언어로 모면하고 자료를 숨기면 그만이겠지만 거짓과 왜곡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과학은 원래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객관적인 전문가’, ‘독립적인 전문가’라는 이상한 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보의 공개와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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