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황사와 환경 ‘리바운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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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물러간 주말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다. 집을 나서면 부드러운 목련 향기가 만물이 부활하는 봄의 시작을 알린다. ‘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은 새 봄이 오더라도 생명을 피워낼 수 없는 문명의 황폐화를 노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4월은 황사 덕분에 더욱 잔인한 달로 기억된다.







황사는 실로 난감한 환경문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피해를 피할 길이 없지만, 그 근원이 이웃나라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문제 해결에도 벅찬 우리나라에 황사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임이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물과 공기에 국경이 있을 리 없다. 서해 바다가 중국이 쏟아내는 오염물질로 더러워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는 우리나라 상공의 기온만 상승시키지 않는다. 황사는 환경문제의 리바운드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바운드 효과란 내복약을 먹을수록 몸의 내성이 약해져 다음에는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뜻하는 말이다. “100년 만의 무더위를 미리 준비하라!” 초여름이면 에어컨 회사들의 광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하지만 더위를 식히려고 에어컨을 켤수록 지구는 더 더워진다. 리바운드 효과는 원인과 결과를 비빔밥처럼 뒤섞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사막화예방 의지보다 방식 중요

중국 사막화의 원인은 누가 뭐래도 지나친 삼림벌목과 토지개간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덧붙여진다. 지구가 더워지면 흙에서 증발되는 수분이 많아져 사막화가 가속화된다. 숲과 초원이 사막으로 변하게 되면 이번에는 거꾸로 기후가 바뀔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가 사막화를 낳고 사막화가 다시 지구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리바운드 효과는, 우리나라가 사막이 없다 해서 사막화 방지에 손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의 게으름과 의지부족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중국이 황사문제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는 국토의 28%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의 사막화를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삼북방호림 프로젝트, 베이징-톈진방사프로젝트, 퇴경환림환초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사막화 속도가 빨라지고 황사도 매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대규모 조림사업의 실효성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려면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먼 곳에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돈도 많이 들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지하수를 고갈시킬 위험이 크다. 조림으로 복원되는 면적보다 아직 남아있는 초원의 사막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도 문제다. 섣부른 조림보다는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초원을 지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최근 한 인기 오락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황사 대처법을 찾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모양이다. 콧속 공기청정기와 방진 마스크가 부착된 운동복이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황사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대규모 황사가 내습했던 2002년부터다. 환경부가 주축이 돼 매년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관측자료 수집에 집중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남아있는 초원 지키기 우선돼야

황사 마케팅이나 자료 수집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제 사막화의 근본 원인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지난 2000년간 유지되어 왔던 중국 소수민족의 초원문화는 대규모 농경인구가 외지에서 유입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의 진원지로 알려진 내몽고가 대표적이다. 내몽고는 과거 230만명이 유목을 하며 지내던 곳이다. 이곳에 부양해야 할 인구가 10배로 늘어나면서 집약적인 농경을 하게 된 것이 초원을 사막으로 바꾸게 한 원인인 것이다. 황사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만으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년부터는 식목일을 전후해 내몽고 풀씨 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펴면 어떨까?


* 이 글은 경향신문 2008년 4월 6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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