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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전도사들, 예의부터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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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당이 중심되는 모임’이 22일 국회도서관에서 연 ‘2007 대선, 한나라당의 과제’ 토론회.

이 자리에서 일부 토론자는 경부운하 공약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학계의 경부운하 전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불붙었던 경부운하 논란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입을 꾹 다문 지 세 달 만의 일이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을 주도하는 이들 대학교수들은 앞으로 언론에 운하 찬성론을 릴레이로 기고해 논쟁을 공세적으로 주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언론에 등장한 사람은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한나라당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다. 그는 지난 9월 11일 <세계일보> 기고를 통해 “거시환경이론의 관점에서 운하가 친환경적”이라는 알쏭달쏭한 주장을 폈다. 유럽에서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운하가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론자들에 의해 환경파괴적인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바통은 한나라당 대선준비팀 정책분과 간사인 고려대 곽승준 교수가 이어 받았다.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까지의 논쟁이 특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전개되는 비전문가들의 무대였다고 비난했다. 또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이 경인운하는 건드려봤자 양명(揚名)에 별 재미를 못 보거나 친노 성향이기 때문에 애써 눈을 감는 것으로 매도했다.

 

이제 당당하게 논쟁을 하고 싶다는 곽 교수의 변화된 태도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억울하게 부당한 비판을 받았다는 하소연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경부운하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학자들의 양심과 예의에 관한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바꾸기와 상대방에 대한 매도에 익숙한 사람들과의 논쟁치고 제대로 된 논쟁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말도 쓴 논문도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

 

경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운하 전문가라면서 오랫동안 운하를 연구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이나 글을 자세히 뜯어보면, 말 바꾸기와 학문적 왜곡으로 볼 만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또 운하 전문가는커녕 자신의 전공분야조차 잘 알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예컨대 한국교원대 정동양 교수는 지난 4월 경부운하를 다룬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패널에게 망신을 당했다. 2004년 건교부 전문가 회의에서 ‘서울에서 배로 소백산맥을 넘어 부산까지 가려면 1주일에서 열흘까지 걸린다며 경부운하를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강하게 비판했던데 최근에는 운항시간이 24시간이라고 말을 바꾼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정 교수의 답변은 “오래돼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시민패널의 질문에 그는 “당시엔 깊이 있게 검토해보지 못했고 어떤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바지선의 운항속도가 달라진다. 운하를 설계할 때 바지선 운항속도를 24시간으로 정하면 그것에 맞는 운하 폭과 수심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 교수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2004년에 했던 자신의 발언만이 아니다. 그는 1996년 6월 한국수자원학회지에 실었던 자신의 논문 내용 역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최근에 거론되는 한강-낙동강 운하 또한 문제가 많다…(중략)…바지선이 서울-남한강-낙동강-부산을 운항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빨라야 3일 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얼음이 얼어서 사용하기 힘들며, 장마철의 홍수 때문에 바지선 운항은 불가능한 것을 감안하게 되면, 한강-낙동강 운하 건설에 소요 예산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운하의 건설은 부정적이다.”

 

 

교수들의 말바꾸기,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말 바꾸기로 보면 환경공학을 전공한 박석순 교수도 결코 정동양 교수에 못지않다. 박 교수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2006년 11월 8일자 기사).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중국계 어류가, 동쪽에는 시베리아계 어류가 살고 있는데 운하로 갑자기 물이 섞이면 종(種)간 이종교배가 이뤄져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대운하 연구회’에 참여하면서 박 교수의 입장은 180도 바뀌게 된다. 올해 4월 한국육수학회 주최 학술심포지엄에서 그는 ‘경부운하 건설로 생물종이 이동해 고유종이 멸종하고 생물다양성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원로 어류학자 전북대 김익수 교수의 발표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운하를 만들면 토사와 유기퇴적물이 제거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이명박 후보측 주장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 자신도 지난 3월부터 각종 토론회를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해 왔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7월 26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팔당호 수질개선, 과학적 접근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팔당호로 유입하는 경안천 준설계획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경안천 하구의 준설계획은 오히려 그 곳에 물을 더욱 정체시켜 썩게 할 수도 있다. 환경부가 지난 1990년과 1993년에, 환경관리공단이 2000년에, 그리고 경기개발연구원이 2004년에 검토하여 준설은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KIST의 주도로 관련 교수 20여명이 참여한 금수강산21 프로젝트에서도 팔당호 준설의 무의미함이 밝혀진 바 있다. 인접한 57만평을 사들여 생태습지로 만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준설 예정지를 더욱 퇴적시켜 습지로 만드는 것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박 교수 주장의 요체는 준설은 수질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준설 예정지를 퇴적시켜 습지로 만드는 것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부운하 얘기만 나오면 같은 입에서 정반대의 주장이 튀어나온다. 그것도 불과 몇 달 만에 말이다.

 

박 교수는 경부운하 구간은 경안천이나 팔당호와 경우가 다르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르다면 왜 다른지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학자가 취할 태도다.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준설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정치선전에 가까운 말만 되풀이하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학문적 양심을 팔아넘긴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경안천과 팔당호처럼 준설 타당성을 검토해야할 정도로 오염된 한강과 낙동강 구간이 과연 있는지 밝혀야 한다. 만일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또 그 곳에서 퇴적물 준설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도 제시해야할 것이다.

 

본인의 연구 결과가 없다면 ‘준설로 수질이 개선되니까 운하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외국 논문 한 편이라도 소개해주었으면 한다. 논문이 없다면 미발간 보고서라도 좋다. 설마 수질전문가를 자처하는 박 교수가 문헌조사 한 번 해보지 않고 수질개선을 위해 500㎞가 넘는 물길 바닥을 긁어내자는 억지를 부릴 리는 없지 않은가?

 

 

환경경제학자의 변신은 무죄?

 

자신은 부인할 지도 모르겠지만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한나라당 자문교수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예비기구인 대선준비팀 정책분과 간사를 맡고 있지만, 그가 한나라당에 애정을 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곽 교수는 지난 2002년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공약개발팀에 소속돼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만들어내는 데 참여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곽 교수가 운하 전도사로 변신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그는 새만금생명학회의 창립멤버로서 김대중 정부가 새만금공사를 강행하자 학자적 소신을 지킨다며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탈퇴했던 민간위원 53 명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상식적인 얘기가 통하는 많지 않은 학자 가운데 한사람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곽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는 ‘환경자산의 경제적 가치산정’이다. 그는 영월 동강댐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1999년 5월 동강댐 건설로 발생하는 환경피해가 연간 1118억 원이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2001년 7월 말에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최대 56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환경가치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일까? 곽 교수가 일간신문에 기고했던 글들은 환경단체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곽 교수의 언론 기고문에서 잘 드러난다.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선 물 공급을 늘리든가, 물 수요를 감소시키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공급증가가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수요 감소로 갈 수밖에 없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공급증가보다는 수자원절약, 환경보호로 이어지는 수요관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 2000년 3월 21일자 칼럼)”

 

“과거 국민은 안정적인 용수공급, 홍수 리스크에 큰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댐 건설로 파괴되는 생태계의 리스크에 경제적 가치를 더 두는 등 큰 변화가 생겼다. (<동아일보> 2000년 6월 27일자 칼럼)”

 

이런 글을 썼던 사람이 어떻게 ‘경부운하 540㎞ 구간에서 인공수로 40여㎞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강과 낙동강의 자연 물길을 그대로 이용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곽 교수가 ‘자연 물길’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는 500㎞나 되는 구간을 폭 200~300m, 수심 6~9m 운하로 조성하려면 생태계에 어떤 위험을 주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환경자산의 경제적인 가치를 개발사업의 비용-편익분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곽 교수가 ‘곡학아세’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불도저와 포크레인 삽날 아래 놓이게 될 남한강과 낙동강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부터 계산해야 옳다. 그리고 정 지구온난화까지 끌어들여 경부운하를 정당화하고 싶다면, 시속 35㎞로 달리는 컨테이너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부터 계산해 보기 바란다.    

 

 

논쟁하려면 예의부터 갖춰라

 

사람이 살다보면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신념이 바뀔 수도 있고 과거와 비교할 때 지식수준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라면 과거에 했던 생각이 지금 왜 바뀌게 되었는지 정도는 밝혀야 한다. 그것이 학자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해명 없는 말바꾸기보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폄하나 매도를 목적으로 내뱉는 막말이다. 지난 4월 한국육수학회 주최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토론문에서 박석순 교수는 성경의 달란트 비유를 들며 하천생태학자들을 향해 “지금 우리 곁에는 환경지식도 없는 자들이 환경재앙 운운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땅 속에 묻어두려 하고 있다”고 적었다. 막말도 이런 막말이 어디 있나?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이 경인운하는 건드려봤자 양명(揚名)에 별재미를 못 보거나 친노 성향이기 때문에 애써 눈을 감는다는 곽승준 교수의 언급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우회적인 질문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이건 거의 ‘친북 좌파’ 수준의 딱지 붙이기에 가깝다.  ‘당당하게’ 논쟁하고 싶다는 게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운하 전도사들께서는 ‘한반도 대운하’라는 말부터 고쳤으면 한다. 호남운하니 금강운하니 하며 한반도 전역의 물길을 잇겠다고 하지만, 이들 운하에 대해서는 설계도면 한 장 나온 적이 없다. 이럴 경우에는 ‘한반도 대운하’를 ‘경부운하’로 바꿔 부르는 것이 순리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보겠다. 한 학생이 ‘한국 하천생태계의 시공간적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써서 들고 왔다 치자. 그런데 그 학생은 경기도 내 하천만을 조사했을 뿐, 다른 행정구역의 하천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을 정도로 무지하다. 성실한 지도교수라면 어땠을까? 논문 제목을 ‘경기도 하천생태계의 시공간적 변화’로 고쳐주지 않았을까?

 

 

 


※ 이 글은 9월 19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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