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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탐사보고-청문회 열자26] “댐을 철거하던 날, 주민 수백명이 만세 불렀다”

[4대강 청문회를 열자] 일본 아라세댐의 경고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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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이전의 아라세댐 모습. ⓒ 심규상

저는 아라세댐이에요. 일본 큐슈 남단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에 있는 구마강 하류가 제 주소입니다.

나이도 궁금하다고요. 올해 62살입니다. 1954년 3월, 구마강수계종합개발사업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때 기준으로 공사비가 약 26억 엔이었어요. 몸값이 꽤 되죠?

쑥스럽지만 제 신체 조건도 설명해 드릴게요. 몸체는 콘크리트고요. 폭 210m, 높이 25m, 총저수량 1013만 7000톤이에요. 그래도 몇 년 전 한국 금강에서 태어났다는 부여 백제보에 비하면 절반 수준밖에 안 돼요. 백제보는 길이 321m, 높이 7.5m, 저수량 2380만 톤이라고 하더군요. 낙동강 강정보는 길이 954m, 높이 11.5m, 저수용량 1억32만 톤이라니 몸체로만 보면 저는 플라이급, 강정보는 헤비급인 셈이죠.

근데 저는 ‘댐’이라고 불리는데 저보다 무지무지하게 큰 백제보, 강정보가 ‘보’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되긴 해요. 제가 백제보보다 몸체가 훨씬 작지만, 수력 발전용량은 1만8200㎾ 나 돼요. 백제보 발전용량(2646㎾)보다 6배가 많죠. 백제보, 강정보 보다 쓸모가 더 많은 셈이죠.

소문으로 들었겠지만 내후년이면 제 수명이 끝나요. 2018년이면 8개 수문과 콘크리트 몸체가 완전히 해체되거든요. 슬프겠다고요. 아녜요. 제가 제발 수문을 철거해달라고 원한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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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문을 열기 전 아라세댐 모습(지난 2008년 10월). ⓒ 심규상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제가 살아온 얘기를 좀 할게요.

준공된 지 몇 년 동안은 사람들이 저를 구경하러 많이들 왔어요. ‘잘 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죠. 자존감도 높았죠. 저로 인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어업이 번성할 거라더니 딱 들어맞았죠.

근데 그게 몇 년 뿐이었어요. 삼 년도 안돼서 사람들이 저에게 손가락질하고 험한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구마강 유역은 일본 제일의 은어 서식처고 산란지에요. 은어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데다 수박 향이 나 일본에서도 고급 생선회로 꼽혀요. 9∼10월경 구마강에서 부화하자마자 바다로 내려가 육지와 가까운 근해에서 겨울을 지내죠. 이듬해 3∼4월 태어난 구마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일생을 보내는 1년 살이 어종이죠. 구마강 은어가 일본 어디에 가도 최고 대접을 받는 이유가 있어요. 일본 전역에서 구마강 은어만 유일하게 30㎝ 이상 크게 자라거든요. 수박향도 특히 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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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세댐을 건설하기 이전 구마강 유역에서 은어잡이를 하고 있는 어민들. 주민들은 은어가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강재건을 꿈꾸고 있다. ⓒ 심규상

아∼. 그런데 제가 강 하류에 딱 버티고 있으니 은어가 오갈 수가 없는 거예요. 저 때문에 은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올 수도, 산란할 수도 없게 된 거죠. 은어가 오지 않으니 저도 심심하고 어민들 수입도 뚝 떨어졌죠. 은어 뿐만 아니라 장어 등 다른 물고기도 떼죽음을 당하거나 사라졌어요.

어도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만들었죠. 잘 아시잖아요. 한국 백제보,공주보에도 어도가 있지만, 물고기가 거기로 안 다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무려 5천 명에 이르던 은어잡이 어민들이 죄 할 일이 없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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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 수문 일부가 철거된 이후 아라세댐 상류모습, 지난 2013년 8월 21일 (지난 1일자 熊本日日新聞에 실린 댐 철거공사 1년 보도사진) ⓒ 熊本日日新聞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했어요. 그때마다 일본 정부는 ‘뻔’한데도 ‘댐 건설로 인한 피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번번이 묵살했어요. 한국 금강에서도 보 건설 후에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들었어요. 한국 정부도 ‘보 건설로 인한 떼죽음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요? 일본에서 수십 년 전 하던 거짓말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통하는 모양이죠? (웃음)

좀 있으니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요. 사람도 몸의 70%가 물이지만 제 몸도 대부분이 물로 돼 있어요. 제가 담수한 1013만 7000톤의 물이 제 생명의 원천인 거죠. 담수하자마자 썩기 시작하는 겁니다. 모래와 자갈이 있던 강바닥에 펄이 쌓이더니 수시로 녹조, 적조가 생기더군요. 그러더니 악취가 품겨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제가 사는 아래쪽 구마강 하구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구마강에서 흘러오던 모래가 저 때문에 줄어들어 갯벌 면적이 확 감소했다는 거예요. 굴, 모시조개, 치어들의 성장지였던 연안 해조류도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네요.

상류에서도 아우성이 터져 나왔어요. 은어도 없어졌지만, 수질도 상류 지천 수질이 나빠진 거예요. 일예로 저를 기준으로 200m 상류에 구마강과 만나는 구다라기 천(百濟來川)이라는 지천이 있어요. ‘백제에서 온 천'(구다라기 천, 百濟來川)이라는 뜻을 가진 강이죠. 약 1000여 년에 한국의 백제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곳이라고 해서 구다라기 천이 됐다고 해요. 실제 인근에서 백제유적이 많이 출토됐어요. 그래서 얘를 보면 자꾸 백제보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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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에서 온 천’이라는 뜻의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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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공원 안내문. 구다라기천은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 심규상

일본 정부에서는 제가 준공되면 한국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고 홍보했다고 해요.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댐에 물이 차면서 상류 쪽 구다라기 천까지 오염된 물이 역습한 거죠. 녹조와 악취로 아예 주민들이 이사를 가버렸어요.

오염된 물과 악취로 저 또한 버틸 수가 없었어요. 매일 욕을 먹으니 자존감도 바닥이었고요. 수문이라도 열었으면 했죠. 주민들이 항의하며 댐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마다 일본 정부는 ‘댐에서 발전된 전력을 팔아야 한다’며 막무가내였어요.

20년 전부터는 참다못한 주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났어요. 철거 요구가 거세지자 자치단체 시장도, 지사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댐 철거를 약속했어요. 결국,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에 걸친 댐 철거가 시작됐어요.

그날을 잊지 못해요. 2012년 댐 철거 시작된 첫날, 댐 입구에 수 백 명이 주민들이 모여 만세를 부르더라고요.

우선 처음 한 달 동안은 댐 수문이 조금씩 열렸어요. 초당 50~60톤의 물이 흘러내렸죠. 그 후에는 본체에 있는 수위 저하 장치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댐 수위가 약 5m 이내로 떨어졌어요.

댐 수문을 열었을 뿐인데 곳곳에서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어요. 댐 본체와 하류 쪽에 여울과 은빛 모래톱이 살아났어요. 수십 년 동안 악취를 풍기던 고인 물과 녹조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구다라기 천(百濟來川)도 물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아졌어요.

놀라운 일은 계속됐어요. 사라진 은어 떼가 돌아왔어요. 하구 갯벌에도 사라졌던 맛조개, 갯가재, 뱀장어, 학꽁치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어물전에는 지역산 장어가 진열됐어요. 여울과 은빛 모래에 맑은 물…. 수문만 열었을 뿐인데 너무 아름다워요. 지금도 수문 기둥과 상판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에요.

달라진 제 모습이 보면 싶다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이제 제가 왜 수문을 철거해달라고 애원했는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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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 기둥 3개가 철거된 아라세댐. 일본 최초의 댐 철거 현장으로 2018년 완전 철거 예정이다. (2014년 촬영)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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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세댐 주변에 있는 ‘기다렸다 댐 철거, 안녕 아라세댐’ 이라고 새긴 안내판. ⓒ 주영덕 시민기자

이해가 안 되는 건 한국이 4대강에 만든 수많은 보예요. 사실 일본에서 저를 찾아온 한국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웠어요. 일본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통해 철거하기로 했는데 한국에서는 ‘애물단지’를 만들기로 했으니 말이에요.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 개를.

한국에서는 철거 여론에 ‘좀 더 지켜보자’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에요. 기다리는 사이 물고기와 하천 주변에 사는 무수한 생명체가 죽어 없어질 테니까요.

당장 철거가 어렵다면 우선 수문부터 활짝 열어주세요. 수문만 열어도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거예요. 녹조와 악취가 없어지고, 진흙 펄 대신 여울과 은빛 모래톱이 살아날 거예요. 수문에 갇힌 썩은 물이 사라진 예전의 금강의 모습을 떠 올려 보세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나요?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해요. 미련하게 아라세댐인 제가 60년 동안 당한 고통을 정말 반복할 생각은 아니겠죠?

– 글 :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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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영

한숙영

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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