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 시민네트워크, 생물다양성을 위한 지자체와 시민과학의 역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생물다양성 한국 시민네트워크가 주최한 CBD 시민네트워크 워크샵이 9. 10(토)~11(일) 양일간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렸습니다. 인천의 남동유수지에 서식하는 저어새부터 낙동강하구의 넓적부리 도요새까지, 전국의 주요 생물 다양성 지역을 망라하는 현안 공유의 자리였습니다.
지역 현안 공유 첫 발표는 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였습니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호인 동시에 멸종위기 1급 조류로, 전 세계 2700마리 밖에 살고 있지 않은 희귀조류입니다. 남동1유수지는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한 다양한 물새, 산새들이 서식하고 도래하는 곳으로, 2014-2015년 동안 120여종이 관찰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저어새의 경우 2009년부터 현재까지 개체수와 번식 쌍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표를 맡은 인천저어새네트워크의 남선정 선생님은 “특히 저어새의 서식지로서의 남동1유수지는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저어새 개체수의 약 9%가 남동유수지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의 전체 번식 쌍 중 17%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저어새 개체군 보전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하며 남동유수지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파주환경운동연합 정명희 국장은 위기에 처한 수원청개구리를 발표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포천 구간 건설을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는 대부분 민간자본으로 진행하는데, 한강하구와 송촌농경지, 연다산리마을이나 탄현 농경지, 월롱 위전리와 도내리 농경지를 통과하는 김포-파주 구간은 파주-포천구간과 함께 전액 국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문제는 월롱면 농경지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수원청개구리(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가 4m높이의 왕복4차선 고속도로로 인해 농경지 한가운데를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어서 서식처가 절단 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정명희 국장은 “월롱지역은 농경지 특구지역이자 참게, 수원청개구리등이 서식하는 생태보전지역이므로 노선을 변경하거나 교각으로 도로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안산 환경재단의 최종인 선생님은 안산 시화호에 사는 수달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수달 가족이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서식하는 희귀한 동영상은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자신이 가는 곳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부동산 개발을 원하는 업자와 주민들에게 욕을 들어야만 했던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신 최종인 선생님은 “안산 시화호 수달 보호를 위해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여 또 욕을 듣겠다”며 수달 보호 의지를 강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주남저수지의 재두루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주남저수지 근처 마을에 사는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실장님은 재두루미를 발표해 주셨습니다. 일본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인 주남저수지의 재두루미는 각종 개발과 관리 실패로 서식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꿋꿋이 주남저수지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시민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연간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시민들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재두루미 서식을 방해하는 탐방로 설치를 계획하거나 불법건축을 단속 하지 못하는 등 보전의 주체로서 지자체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임희자 실장은 “수위를 유지 관리해주고, 탐방을 제한하여 생태관광을 실현하여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천천 남방동사리 보존을 위해 거제환경운동연합 박광호 의장이 이어서 발표를 했습니다. 남방동사리는 멸종위기동식물 1급 법정보호종입니다. 한국의 경우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거제도 구천천에만 서식하며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남서부와 중국의 일부에서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 어류입니다. 일본과 거제도의 수계가 연결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지사학(地史學)적 가치가 매우 크며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에서 민물 담수생물로서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할 것입니다. 박광호 의장은 “거제지역에 학동케이블카 등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거 쉬리와 꺽저기의 멸절과 같은 생명체의 단절이 예상되어 남방동사리와 서식지인 구천천을 습지보호지역 등 법정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시급히 보호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생물 다양성이 위협되는 전국의 지역들은 개발의 위협에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과 시민 단체들의 힘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다른 한편 지자체의 지원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것은 순천만을 보전한 순천시의 역할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순천시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시민 단체들과 함께 순천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생태계를 보전하고 마을과 연계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유기농 농사를 봉하마을에서 시작하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며 워크샵을 마무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