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2년, 나아리 방문의 날”
지난주 토요일(9/3)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전국 각지의 시민들에 초대장을 보내왔다. 지역 어르신들이 월성원전 홍보관앞 천막 농성장을 차려 활동해온지 2년차를 맞이해 ‘천막농성 2년,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를 준비했다는 소식이었다. 까치발을 들면 월성원전이 코앞에 보이는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원전의 워험성을 알리고 이주대책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한 게 벌써 2년전이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나아리 방문의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이주대책위 어르신을 포함해 100여명이 모였다. 나아리 어르신들은 방문객들에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며 정성스레 준비한 국수와 전을 내어주셨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속속들이 도착한 방문객들은 준비된 물감으로 직접 피켓을 만들면서 나아리 주민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아리 어르신의 대표 감사 인사를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와 한수원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전국의 시민들은 행사를 통해 지난날을 위로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 주민께서는 “모두가 삼중수소(방사성물질) 검사를 할 때, 혹시라도 내 아이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면 이(충격과 고통)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생겨 결국 해보았는데 역시나 우리 가족 모두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나아리 주민 61명의 소변을 조사한 결과 모두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2015년 동국대학교, 조선대학교,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방사성물질 삼중수소 피폭조사 결과). 다른 어르신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소수라고 멸시당해도 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1982년 월성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원전으로부터 제한구역 914m,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사는 나아리 주민들은 원전이 들어선 이후로 오래된 원전 운영에 대한 불안감과 지속적인 방사성 물질 노출 속에서 살아왔다.
어렵게 고향을 떠날 마음을 다잡았지만 원전의 위험성과 월성 원전 인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권 또한 대부분 무너진 상태라 생업을 이어가기도 어렵다고 한다. 월성 1ㆍ2ㆍ3ㆍ4호기, 신월성 1ㆍ2호기, 방폐장, 수많은 초고압 송전탑 속에서 나아리 주민들은 ‘전기 생산’을 위해 건강과 재산피해를 참고 견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2월 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허가되면서 주민들은 더욱 열심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이날 행사에서 나아리에 사는 아이들이 흥겨운 플롯과 바이올린 공연 등을 펼치는 등 내내 즐거운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는 8일 국회로 상경해 ‘핵발전소 주민 이주문제’ 토론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는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이들이 다시 온전한 삶을 되찾을 때까지 이들의 싸움을 지지하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