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4대강 탐사보고-청문회 열자17] 죽은 강, 어부의 눈물… 저는 절박합니다

 ‘4대강 독립군’ 현장 탐사취재를 마치며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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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충남 세종시 세종보 하류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에서 펄밭으로 변해 버린 바닥의 토사들을 손으로 퍼내 실지렁이를 찾고 있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정한 환경오염 최하위 등급인 4등급 지표종이다. ⓒ 이희훈

이명박씨, 안녕하신가요?

저는 안녕치 못합니다.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금강처럼. 매일 강에 나가면 시궁창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합니다. 최악입니다. 더 이상 보여드릴 충격적인 ‘강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어찌보면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강에서 멀어질 겁니다. 죽은 강을 그대로 인정할 것입니다. 강퍅한 삶에 지쳐 나 몰라라 할 수도 있습니다.

전 그게 두려웠습니다. 금강변에서 홀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 뱀에 물리고, 공사 인부한테 두드려 맞으면서도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건 사람들의 뇌리에서 4대강 사업이 잊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금강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었습니다. 충격적인 모습을 고발하면서 4대강 문제를 상기시켰는데, 지금 금강은 마지막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고요합니다.

절박했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 5~6년간 강에서 보낸 시간이란 건 개의치 않습니다. 강의 모래사장에서 멱을 감고 놀던 사람의 역사를 영영 수장시킬지도 모릅니다.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천혜의 자연이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의 독단으로 영영 지워질지도 모릅니다.

탐사보도를 떠나기 전에는 비장했습니다. 좀 과장을 섞자면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듯이 당신으로부터, 아니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심정이었습니다. 16개 보의 수문이라도 열어야 4대강은 흐를 수 있고, 그게 바로 강을 해방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탐사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첫눈에 반한 금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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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진교에서 본, 4대강 공사 이전의 금강. 밝은 강물이 반짝거리며 황금빛 모래사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던 곳이었습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가 목격한 4대강.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명박씨, 금강이 어떤 곳이었는지 아시나요.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강변이 자욱한 안개로 덮여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하늘이 기지개를 켜면서 강렬한 햇살과 함께 유리알처럼 밝은 강물이 반짝거리며 황금빛 모래사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던 곳이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먼저 강변을 뛰어놀던 고라니와 자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시선을 고정하고 숨소리를 멈췄습니다. 잠깐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 녀석은 항상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힘껏 뛰어오릅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여울을 폴짝폴짝 뛰어 건너편 숲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습니다.

“개개개 비비비…”

눈치 백 단인 개개비가 갈대숲을 흔들며 사라질 때 내는 소리입니다. 앙상한 버드나무 꼭대기에서 늦잠을 자던 게으름뱅이 백로가 어설픈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는 곳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첨벙거릴 시간이면 조용하던 금강 강변이 시끄러운 장터로 깨어납니다. 어설픈 모래성을 쌓고 두꺼비집을 만드느라 모래사장을 뒹굴던 아이. 허리춤까지 잠기는 물속에서 낚싯대를 휘두르던 아빠. 곰나루 소나무 언덕 아래에서 나물을 뜯던 엄마. 물가엔 참외랑 수박 몇 덩이가 동동 떠 있곤 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4대강에 삽질하기 전, 이런 모습에 반해 금강에 눌러앉았습니다. 서울생활을 마치고 내려온 지 12년째입니다. 매일 강에 나옵니다. 저는 이제 강의 일부라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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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마름과 엉켜 녹조가 확산 되고 있다. ⓒ 이희훈

이명박씨, 당신은 태곳적부터 자연과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던 강을 침략해서 생명체들을 학살한 뒤 폐허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콘크리트에 갇힌 강바닥이 썩어가면서 녹조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페인트 물감을 푼 것 같은 녹조는 강물 속의 햇빛을 차단하고 산소까지 고갈시키면서 붕어, 잉어, 자라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금강에 반짝하고 선보인 게 큰빗이끼벌레였습니다. 강변뿐만 아니라 강 중앙에까지 번져가던 생명체. 물컹물컹한 게 시궁창 냄새를 가득 머금고 있었죠. 죽은 나무와 양동이 등 쓰레기에 붙어서 살아가는 생명체였습니다. 지금 금강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천으로 올라가야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입니다.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는 강. 그 자리를 환경부 최악 수질 지표종인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차지했습니다.

녹조와 깔따구, 실지렁이가 득실거리는 강, 이걸 보고도 4대강 사업을 당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요? 강에서 물장구치는 모습은 역사책에서나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궁창 냄새나는 강변에 가려면 방진마스크라도 써야 할 정도입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강이라는 공식조차 파괴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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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고령 우곡면 객기리 일대 논밭은 낙동강을 끼고 있다. 25일 오전 객기리 일대의 모습. 이 곳의 땅을 파내자 구덩이로 물이 차올랐다. 그 물을 포클레인이 퍼올리고 있다. ⓒ 이희훈

이뿐인가요? 이명박씨, 당신 때문에 실업자로 전락한 농민들도 많습니다.

“술 처먹고 빨리 죽으라고 준 보상금이다.”

얼마 전 금강에서 만난 한 농민이 당신에게 쏟아낸 말입니다. 평생 농사만 짓던 농민들의 삶은 당신 때문에 피폐해졌습니다. 그들에게 평생직장이 사라졌습니다. 알량한 몇 푼의 보상금을 술값으로 탕진한 사례도 있습니다. 도박과 꽃뱀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패가망신한 주민도 있습니다. 가정이 깨지고 풍비박산 난 사례도 많습니다. 또 다른 농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눈뜨면 논에서 만나고 품앗이하면서 가족처럼 행복했는데 4대강 때문에 세상 사는 맛이 다 사라져 버렸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 대체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다 도시로 떠나서 공사장 인부로 떠돌아다닌다. 그나마 논배미나 구한 사람들도 20~30m 떨어진 곳으로 농사를 지으러 다니는 통에 마을에서 사람들 얼굴 보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동네 행사라도 치르려고 해도 사람들이 없어서 여간 어려움이 많다.”

보상금 몇 푼 쥐여주고 일자리를 뺏는 게 당신이 그토록 강조한 지역경제 살리기인가요?

탐사보도의 ‘슬픈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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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금강 공주보 상류 1km 지점의 강바닥 펄 속에 붉은 깔따구가 꿈틀꿈틀대고 있다. 붉은 깔따구는 환경부가 정한 수질 최하위 지표종이다. ⓒ 이희훈

이명박씨, 5박6일간의 ‘4대강 독립군 탐사보도’에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습니다.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셨습니다. 페이스북 생중계와 현장 취재 기사의 댓글로 응원해 주셨습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일상생활에 치여 자칫 잊고 지낼 수 있는 데, 부단히 노력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입니다. 그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우리는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슬픈 성과도 있었습니다. 세종보 근처의 마리너 선착장에서 ‘금강의 MB 벌레’라고 불리는 실지렁이의 물속 움직임을 처음으로 포착했습니다. 어떤 독자는 “점심을 먹고 기사 보길 잘했다”고 말하더군요. 징글징글했습니다. 시궁창 펄에 구멍이 숭숭 뚫린 녀석의 집, 언뜻 보면 분화구와 같은 집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드렸습니다.

진짜 메탄가스를 내뿜는 분화구도 촬영했습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닌데, 수면으로 퍼지는 수많은 동심원. 그 밑을 추적해보았더니 펄의 분화구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펄 바닥이 썩으면서 내는 몸부림입니다. 독자들에게 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리려고 펄 속에 직접 들어가서 페이스북 생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펄을 양손으로 퍼 올려 그 속에 사는 실지렁이를 찾아냈습니다.

시궁창 속에서의 생중계. 진행자도, 저도 머릿속이 하얗게 비더군요. 이런 기자는 처음 보셨을 겁니다. 당신 주변에는 나팔수가 되어서 검증 없이 당신 말을 도배질하는 ‘기레기’들이 깔려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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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충남 세종시 세종보 하류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에서 펄로 뛰어 들자 퇴적토에 발생하는 메탄 가스가 기포가 되어 부글부글 올라오고 있다. ⓒ 이희훈

이명박씨, 항상 멀리서 보아온 당신의 4대강은 아직도 아름답지요? 그게 한계입니다. ‘녹조는 물이 맑아진 증거’라는 황당한 말은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저희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녹조가 떡이 진 펄. 요즘 금강과 낙동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그 속으로 들어가면 느낌은 천지 차이입니다. 피톤치드 향이 가득한 숲 속과 시궁창 속을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투명카약을 타고 생중계를 하다가 그 속에 들어갔습니다. 머리만 빼고 온몸을 담갔습니다. 시궁창 냄새가 천지에 진동하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함유된 녹조 늪이었습니다. 도무지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늪 속의 펄은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발바닥을 계속 꼬집어 댔습니다.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 같은 녀석들이겠지요. 온몸으로 실지렁이가 기어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자해 취재’였습니다. 죽어가는 강을 실감 나게 전달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기자의 탄식 “이명박 때문에 영원한 종놈이 됐다”

낙동강을 탐사보도하면서 또 슬픈 특종을 건졌습니다. 그 순간 낙동강을 지켜온 정수근 시민기자(대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탄식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때문에 영원한 종놈이 됐다.”

정 기자가 대구 달성군 사문진교 아래 화원 유원지에서 실지렁이를 발견하던 순간에 던진 말입니다. 그와 펄을 한 삽 퍼서 손으로 뒤적이다가 환경부가 지정한 수질 최하위 등급 지표종인 실지렁이를 캐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1300만 영남 시·도민의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을 계속해서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들렸습니다.

이명박씨, “4대강 사업으로 40조 원의 유발효과로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던 그 말 기억하시나요? 평소 금강에서 듣던 당신에 대한 저주의 말, 이번 탐사보도를 하면서 낙동강에서도 들었습니다. 수박 농사를 짓던 경북 고령 우곡면 객기리 마을. 성난 농민들이 굴착기로 논둑을 몇 삽 파헤치자 순식간에 지하수가 차올랐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고된 삶이지만 당신을 믿고 찍었던 어민들의 아픔은 더했습니다. 3일 전에 쳐놓은 7개의 자망에서는 새우 몇 마리와 팔지도 못하는 치어 댓마리를 들어 보이는 김해 내수면어업회 어부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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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금강, 죽은 쏘가리의 모습. 쏘가리 뒤로 폐사한 물고기가 보인다. ⓒ 이경호

저는 4대강 특별취재를 마치고 금강으로 돌아왔습니다. 강변에 찬바람이 밀려오는 게 벌써 가을인가 봅니다. 오늘도 수자원공사는 녹조를 분산시키려고 보트로 휘젓고 다닙니다. 자기들이 쳐 놓은 오탁 방지막에 걸려서 꼼짝 못 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하면서 웃었습니다. 이제부터 또 금강을 혼자 걷게 되겠네요. 쓸쓸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씨, 이번 탐사보도는 끝이 아닙니다. 시작입니다. 9월 19일까지 전문가들이 당신의 4대강 사업 5년을 결산할 겁니다. 심층 분석기사와 인터뷰 기사가 이어집니다. 독자들이 지금까지 보내주신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와 4대강 청문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계속 이어집니다. ‘좋은기사 원고료’ 목표액 3000만 원이 채워진다면 해외취재를 할 예정입니다. 서명운동 목표치 10만인이 완성되면 국회에 정식으로 청원하겠습니다.

–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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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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