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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20년, 벌써 교훈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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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현장사진 

 

 1996년 4월 28일, 한 일간지는 사설에서 “썩은 시화호”란 제목 아래 이렇게 썼다. “바다를 막아 만든 이 인공호수가 이처럼 폐수호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오염되기에 이른 경위와 그 뒤처리 실태는 보는 이를 경악케 한다.시화담수호는 지난 94년 경기도 시흥 화성군 서해안 접경에 시화공단을 조성하면서 공장과 주택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물은 지금 공업용수는커녕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골칫거리 폐수가 되고 말았다. 1조원을 들여 만든 수원지가 썩은 물이 되고 이를 정화하려면 또 6천억 원이 든다니 어처구니없다…”

 

 90년대 후반의 시화호 위성사진

 

▲90년대 후반의 시화호 위성사진

 

 20년 전(87. 6. 10.) 시작했던 시화호 방조제 공사가 끝나고(93. 1.) 불과 3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그 때 즈음, 나라는 시화호 문제에 혼비백산했다. 환경부는 수질개선대책을 세웠고, 농림부와 건교부 그리고 지자체들은 비상 대책을 쏟아 냈다. 감사원은 ‘사회 전반에 걸친 환경의식의 결여’를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환경기초시설도 완공하기 전에 방조제부터 막은 실무자들의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시화호 사태의 원인이 철저히 밝혀져 비슷한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정부는 수질대책을 추진해봐야 시화호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드는 계획을 포기했다. 이후 시화호에 넘실대던 썩은 물은 서해로 빠졌고, 시화호는 서해의 바닷물로 채워졌다. 이 순간 시화호에서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끌어가겠다던 모든 계획들은 무산됐다. 국민들은 점차 시화호를 잊었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계획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 최종인

 

 하지만 시화호 난리를 치룬지 또 10년이 지난 지금, 시화호에는 ‘친환경’ 이름을 내건 개발 계획들이 넘치고 있다. 시화호 남서 측엔 대송농업단지 1,100만평 공사가 진행 중이고, 북측엔 280만평의 첨단복합산업단지(MTV, Multi Techno Valley)가 고시되었으며, 남측엔 송산그린시티 1,720만평 계획이 추진 중이다. 시화호의 물을 이용하겠다던 계획들은 시화호 일부에 물을 받아 농사를 짓겠다거나, 멀리 팔당호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걸로 바뀌었다.

 

 각각의 계획을 보면 당혹스러움은 더 커진다. 우선 대송농업단지의 경우, 그곳에 내린 빗물을 이용하고, 부족하면 10km 밖에 있는 화성호(이 곳 역시 바다를 막아 만들었다)에서 물을 끌어다 쓰겠다고 한다. 하지만 염전으로 쓰던 곳에 호소를 만들어 얼마나 많은 물을 모을 것이며, 제2의 시화호인 화성호에서 썩은 물을 끌어온들 뭐에 쓰겠는가? 그나마 호소 곁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유역에서는 돼지 축사 등에서 시커먼 폐수가 유입된다. 때문에 대송농업단지 가운데 만들어지고 있는 탄도호에는 아직 바닷물이 오가는 데도 이미 농업용수 기준(COD 8ppm)을 초과하는 9.8ppm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바닷물을 막고 담수를 가두기 시작하면 수질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다음으로 시화호 북측에 만들겠다는 MTV 역시 끔찍하다. 공단을 만들겠다는 간석지는 시화호를 찾는 대부분(15만여)의 도요물떼새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 이곳을 잃고서도 물새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예정지는 절반 이상이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곳이라, 이곳을 메우는데 필요한 540만㎥의 토사를 위해 대부도의 산들은 심한 고초를 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악취와 대기오염이 심각한 시화공단 곁에 새로운 산업단지가 만들어져 환경부하를 가중시킬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시화호를 책임지겠다는 집단은 없다. 해수부는 시화호가 바다 호소로 바뀌면서 관리 책임을 맡았지만, 먹을 것 없고 골치만 아픈 시화호엔 끼어들 의사가 없다. 환경부는 시화호 난개발이 초래할 종합적인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개별 사업들에 대한 형식적인 검토를 거쳐 기계적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남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각 부처들이 내놓은 어수선한 사업 계획을 중단하고,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계획 수립’ 후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해 놓고선(2000년 특별감사), 국민의 감시가 느슨해지자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수자원공사와 농촌공사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자료들과 부실한 논리를 바탕으로 각 사업계획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 시화호에는 또 다른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 노력 없이, 각자가 얄팍한 이득에 집착해 개발 계획들은 추진하는 동안, 자연의 역습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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