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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 가야산의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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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충청남도 서북부에 돌출된 태안반도의 동쪽을 남북으로 달리면서, 이른바 내포지방을 만드는 수원지다. 동쪽으로는 예당평야지이고 서쪽으로는 서산과 태안지역으로 이분하는 높이 약 680미터의 산으로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과 보원사지, 가야사지 등 불교문화 유적지와 개심사와 일락사, 보덕사 등 많은 고찰 그리고 해미읍성을 비롯한 천주교 순교지 등 수많은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백제가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난 후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백제의 마지막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다. 유홍준 현 문화재청장이 1994년에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2』를 통해 이 일대의 문화유적이 소개되면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가야산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인간의 때가 덜 묻었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애삼존불상과 보원사지가 있는 서산 운산면의 용현 계곡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물이 항상 흐르고 있어 서산과 인근의 태안, 당진, 예산 주민들뿐만 아니라 조용한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휴식 장소로 사랑받고도 있다.

관통도로와 대형송전철탑

가야산에 몇 년 전부터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소위 ‘내포문화권 특정지역’ 지정과 내포문화권 개발 사업을 충청남도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여기에서의 내포란 조선후기 실학자 이종환의 『택리지』에 나오는 것으로 충남 서북부 가야산 자락 10개 고을을 말한다. 충청남도는 이 내포문화권 개발의 첫 사업으로 문화유적지 간의 접근을 쉽게 하겠다며 2차선 자동차 도로를 내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산 운산에 국보로 지정된 마애삼존불 앞에 터널을 내는 것도 모자라 이제 막 발굴이 시작된 보원사지 터를 관통하고 울창한 산림을 훼손하면서 예산 덕산의 가야사지(남연군묘)를 연결하는 10여 킬로미터의 2차선 자동차 도로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속 30킬로미터 도로로 추진되고 있는 가야산 관통도로 사업은 바로 옆에 자동차로 약 20분이면 충분히 왕래할 수 있는 시속 60킬로미터의 지방도로 등이 있다. 전형적인 혈세 낭비의 쓸모없는 토목사업으로 지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야산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관통도로 하나만이 아니다. 한국전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30여 기의 대형 송전 철탑도 가야산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산림청 소유의 산림을 주로 지나게 계획된 관공서의 송전선로 경과지도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가야산 혈’자리와 ‘거북이 정수리’에 해당하는 곳에까지 철탑을 세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탑 공사용 도로를 내기 위해 산림을 훼손한 곳에서도 옛 기왓장과 석탑 기단부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도 철탑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불교계 등으로 꾸려진 <가야산 지키기 시민연대추진위원회>에서는 우선 철탑공사를 중단하고 가야산 전체에 대한 자세한 문화재 지표 조사가 우선되어야 하며, 송전 철탑의 필요성과 송전선로의 적정성을 비롯하여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가야산을 훼손만 할뿐 차량용으로는 쓸모도 없는 자동차 통행용 가야산 관통도로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보행용의 특화된 도로로 정비할 것 등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들을 하고 있다.
개심사 선광스님과 보원사 정범 스님 등 불교계의 천막 기도정진을 계기로 내포지역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며 논의하고 있는 보전과 특화를 통한 발전 방안에도, 찬반으로 갈리어 갈등을 겪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공사는 잠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문화재 때문에 일 못해 먹겠다.”던 도로담당 국장의 공동 현장조사에서의 푸념이 아직까지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충남도의 시각이다.
아직도 정리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이제는 이 소중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라는 희망의 씨앗들을 다듬고 불려 근심에 찬 가야산 ‘백제의 미소’를 되찾을 때다.

※ 이 글은 <함께사는길>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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