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한 뼘 녹지로 시작하는 환경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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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박찬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지난해 8월부터 11월 말까지 필자가 사는 아파트엔 오후 11시경이면 몇 몇 아주머니들이 빈 놀이터에 모여 줄을 지어서 걷고 소망을 빌었다. “우리 느티나무를 돌려주세요.”
지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느티나무 20여 년생 다섯 그루가 빈 놀이터에서 아파트를 받치고 있었고, 쥐똥나무 울타리는 놀이터를 둘러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1월께 구청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주차장 건설비 지원 행정을 펼쳤고, 주민의 동의를 구해 녹지공간과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려 했다.
아파트관리소는 주민에게 동의를 구했던 크기보다 더 큰 크기로 공사를 강행했고, 주민 일부가 구청에 이의를 제기해 행정 소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11월 말에 녹지공간의 소중함에 손을 들어줬고, 이제 텅 빈 공간을 놀이터로 원상복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파트에 식재된 나무는 모여서 숲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파트라는 건물의 특수성이 있어서 나무의 높이가 제한적이거나 나무의 한 쪽 가지는 벽에 기대 있고 한 쪽 가지만 자라는 모습을 보인다. 유실수가 다수 식재돼서 인근 근린공원보다는 식물 종수는 대개 많지만 모든 아파트의 숲은 나무의 종류가 거의 비슷하다. 용역업체는 아파트 숲을 일률적으로 관리해 든 아파트의 나무 모습은 동일하다. 여름 자란 은행나무 가지는 겨울철에 동강 잘리고, 흙바닥의 낙엽은 깨끗이 걷힌다.
낙엽은 조그마한 곤충과 생물이 살 수 있고, 종종 숲에서 박새와 곤줄박이가 찾아와서 땅바닥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도 물이 부족하지만 아파트에 물이 흐르는 작은 생태계를 찾아보기는 무척 힘들다.
우리나라에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는 1961년에 착공해 64년에 준공된 6층 높이의 서울 마포 아파트 단지다. 초기의 아파트는 거주 중심이었지만 점점 휴게 및 교육 기능, 광장 형 녹지 등 쾌적함을 추구하고 공동의 공간을 배려하는 아파트 단지 계획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90년대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에서 녹지공간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색빛 아파트 공간에서 푸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를 형성해 노력하는 모임이 있다. 많은 공동체가 있지만 몇 개를 소개하자면, 강서구 가양4단지의 주사위(주민참여로 행복한 4단지 만들기 위원회), 고양 옥빛마을 14단지, 하계 청구 1차 아파트 등이다.
주사위는 ‘참여로 만드는 자연의 소리길’ 공원을 조성해 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고양 옥빛마을 14단지는 아파트 조성 시 쓰레기통을 두기 위해 만들었던 화단의 일부 콘크리트 공간을 걷어내고 ‘한 뼘 녹지’에 흙을 채워 벌개미취 등 야생화를 심었다.
또 콘크리트 블록 광장을 흙 밭으로 가꾸고 야생초화류를 식재했고, 물을 채운 작은 생태계에서 수생식물을 가꿔 환경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개나리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아파트 외부로 개나리가 자라 출퇴근길 시민들이 즐겨 보고 있다.
하계동 청구아파트는 아파트 주차장에 식물원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에 청일문고와 공동의 공간을 뒀으며 열병합 발전을 이용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쾌적한 아파트 공간을 위해 실내 조경, 실외 공간에 수목의 다층식재, 수공간 조성, 전통성을 살린 아파트 공간 등 다양한 선진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고가의 건설비로 투자된 넓은 녹지와 물놀이 공간 등 쾌적한 아파트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공동체가 살아서 아파트 환경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살맛나는 아파트는 드물다.
환경아파트는 아파트 주민이 공동체를 형성해 아파트의 환경을 배려한 관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감 나고 살맛나는 아파트를 만드는 문화운동이다. 그나마 환경운동연합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으로 ‘대한민국 환경아파트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환경아파트 개념을 세우고, 공동체가 가꾸는 환경아파트를 찾아 북돋워주려 하고 있어 다행이다.

마포시민연대 김종호 사무국장은 오늘날 도시민을 ‘아파트 유목민’이라고 표현하였다. 월세도 있지만 전세 형태로 2년마다 옮겨가야 하기에 정을 붙여 이곳이 내 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문구였다. 이 아파트 유목민들은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기계적 출퇴근을 반복하며 도시에서 생존하고 있다. 아파트 유목민을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이 도시에서 아픔이 있었던 곳의 아파트 주민은 공동체를 만들어 기쁨으로 승화시켜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송계(松契)·향약(鄕約) 등 마을 공동체를 위한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었고, 태생적으로 공동체에 의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환경은 관심과 관계로 만들어질 수 있다. 회색, 무관심, 타성에 젖은 시민을 안아 줄 수 있는 꿈이 있는 환경아파트를 꿈꿔 본다. 더 나아가 새해에는 부의 축적과 과시의 대상으로서의 아파트가 아니라 소박과 절제가 모인 공동체가 가꾸는 아름다운 환경아파트를 꿈꾼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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