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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 축소’ 없는 미세먼지 대책은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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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 건설 계획에서 미세먼지 영향 ‘과소평가’… 산업부 신규 계획 폐지해야

“우리 아이 숨 좀 쉬게 해주세요”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근본 대책 촉구 시민 캠페인’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방독면을 쓰고 ‘우리 아이 숨 좀 쉬게 해주세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운동연합

연일 이어지는 심각한 미세먼지가 국민의 숨통을 막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을 놓고 여전히갈팡지팡하고 있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석탄화력발전소를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하면서 미세먼지 대책이 표류 중이다.

10일, 대통령까지 나서 미세먼지에 대한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로 언론의 관심은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대책에 주목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같은 날 공식자료를 통해 ‘안정적 전력수급’과 ‘전력생산의 경제성’을 근거로 석탄화력발전의 확대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산업부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수립한 6차‧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을 2014년 현재 26,274MW에서 2029년 44,018MW로 무려 70% 가까이 확대하겠다고 승인한 바 있다. 석탄화력발전은 현재는 물론 향후 15년 뒤에도 전력공급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여러 선진국이 대기오염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나가기로 한 흐름과는 정반대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지난 3월 스코틀랜드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은 ‘석탄과의 전쟁’을 선언한 뒤 깨끗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승인을 2017년까지 보류시켰다.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공중보건 위험인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정부의 석탄화력발전 확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 드러나지 않았던 석탄화력발전의 심각한 건강 피해 영향이 여러 과학적 연구조사로 밝혀지는 가운데 석탄을 여전히 ‘값싼’ 에너지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석탄화력발전의 건강 피해에 대해 연구 조사를 통해 실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가동되거나 계획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2.5) 가중농도로 인한 연간 조기사망자수가 1,1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발전소의 가동 연수를 30년으로 가정할 경우 “30년간 34,320여명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PM2.5)로부터 조기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 의한 초미세먼지 확산 감사원은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 의한 수도권 미세먼지(PM2.5) 기여율이 최대 28%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대기환경학회 제출 자료를 근거로 한 감사원 재구성 자료.ⓒ 환경운동연합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 의한 초미세먼지 확산 감사원은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 의한 수도권 미세먼지(PM2.5) 기여율이 최대 28%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대기환경학회 제출 자료를 근거로 한 감사원 재구성 자료(환경운동연합)

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석탄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에 대한 동 기관의 최근 연구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기존의 환경영향평가가 과소평가됐음을 지적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의 대기질 영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영흥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수도권의 상당 지역을 포함하는50~70km 반경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발전소에 대한 현재 환경영향평가 평가범위는 10km로 설정된 가운데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광범위한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승인된 셈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청정연료 의무사용지역’으로 정해진 수도권 지역에서는 석탄 연료 사용이 금지되지만, 정부는 예외 조항을 통해 그동안 영흥화력에 6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허용했었다. 산업부는 수도권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가적으로 영흥석탄화력 7‧8호기의 확대 계획까지 추진하려다가 결국 무산됐다. 숨겨진 막대한 공중보건 비용을 무시한 채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만을 강조하는 논리는 더 이상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국내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절반 가까이 집중된 충남 지역에 신규 발전설비의 증설은 미세먼지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사원은 최근 감사결과에서 충남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도권에 4~28%의 미세먼지(PM2.5) 농도를 가중시키고 “에너지산업 연소 부문의 국내 배출총량 중 질소산화물(NOx)의 52%, 황산화물(SOx)의 4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감사 결과엔 산업부 계획에 따라 현재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대부분이 당진, 보령, 태안 등 충남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은 지적되지 않았다. 충남지역 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암 발병과 우울증 등 이미 심각한 건강피해를 호소하는 가운데, 당진에코파워를 비롯한 충남지역 신규 석탄화력발전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지역 여론이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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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은 국내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절반 가까이 집중 가동되고 있지만, 추가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대부분도 당진, 보령, 태안 등 충남지역에 몰리면서 미세먼지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이성수/환경운동연합

산업부가 석탄화력발전 증설의 근거로 내세우는 ‘안정적 전력수급’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장기간 높은 전력수요 증가를 전제로 석탄화력발전 증설을 허용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국 과도한 예측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 계획은 향후 15년간(2015~2029년) 전력수요가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3년부터2015년까지 최근 3년간 평균 전력수요 증가율은 1.2%를 기록해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다(2013년 1.8%, 2014년 0.6%, 2015년 1.3%).

전력수요는 점차 둔화세를 나타낸 반면 석탄과 원전의 기저발전이 대규모로 확대되면서 전력 예비율은 30%를 웃돌게 됐고, 이는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2022년까지 20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늘리겠다는 계획은 불필요한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 단기적으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제한하는 한편 미세먼지 배출량이 낮은 가스화력발전 설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축소와 재생에너지의 목표 상향으로 에너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축소하는 대신 고효율 설비나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고효율 석탄화력발전은 기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을 뿐, 가스화력발전과 비교해도 오염물질 배출량이 매우 높은 발전 방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일단 지어지면 향후 30년 이상 가동되면서 막대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 확대에 대해 얼버무리는 것은 ‘자가당착’에 가까워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는 확실한 자료가 없다며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선 석탄화력발전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여러 자료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게다가 미세먼지로 의한 공중보건 문제가 나날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가능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나 발전사들이 석탄화력발전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항변을 하려면, 적어도 미세먼지를 비롯한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런 기초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 알권리나 안전권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지언

이지언

에너지 기후 담당 활동가 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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