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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습기 살균제 원인 규명, 누가 한 것인가?

가습기 살균제 원인 규명, 누가 한 것인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장재연(free5293@kfem.or.kr)

 

사실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잠깐만 해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왜곡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 2011년 원인불명의 폐손상 환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임이 밝혀진 과정과 그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옥시를 비롯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에서 승소하였고, 기업의 잘못이 명백하기 때문에 기업 상대로의 재판은 전망이 밝아 보인다. 정부가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정부도 법적 미비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향후 제도 개혁도 산업자원통상부를 앞세운 산업계의 반발이나 저항이 장애물이다. 그럴수록 정부에 대한 책임은 부처별로,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정확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떠도는 소문 수준, 그것도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정부를 비판해서는 정당성 손상으로 오히려 책임 추궁이나 제도 개선에 심각한 장해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여러 언론에 의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즉 의로운 의사 한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병을 몇 년 전부터 인지하고 정부(질병관리본부)에 계속 조사를 요구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정부가 무시하는 바람에 사실 규명이 5년 가까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주장이나 보도가 사실일까? 언론보도자료, 출판자료, 논문, 가습기 살균제 백서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같은 병원 소속이어서 발생한 혼란일 수 있어서 등장인물과 부서의 실명을 세부적으로 그대로 적시하니, 독자들도 세심하게 보아주기 바란다. 언론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규명의 의로운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시킨 인물은 서울아산병원 ‘소아학과’ 소속 교수다. 종편에 그치지 않고 KBS까지 나선다는 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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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급성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조사요청이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으로 전화로 접수되었다. 그해 봄에 유사한 증상을 가진 산모 7명(1명은 사망)이 입원을 하였는데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호흡기 질환에 대해 유관과(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전문가들이 매주 모여 토의하는 흉부집담회가 있었는데, 이들 환자는 아산병원 의사들로서도 겪어 보지 못한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었다.

4월 19일 다른 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환자가 있었는지 알아본 결과 4곳의 병원에서 유사한 환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과계 중환자실 최상호, 홍상범, 임채만, 고윤석 교수 등은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원인규명을 위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관청인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는 바로 다음날 중앙역학조사반(역학조사관 곽진, 박영준)을 보내 4월 26, 27일 양일과 5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렇게 신속하게 현장조사에 들어간 것이 한편 놀라운데, 감염병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므로 역학조사의 현장출동이 시간을 다툰다는 본질적인 성격과 2000년대 들어와서 사스, 신종플루 등으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은 급성간질성폐렴 등으로 잠정 진단하고 바이러스 또는 화학물질 등 미상의 원인 물질 흡입에 의한 발병을 추정할 수 있으며, 그동안 매우 희귀하게 발병하던 사례가 최근 연이어 나타난 상황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2011년 다수 발병한 원인으로 여러가지 추정이 있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로 서울아산병원에 에크모가 도입되어 중환자들이 전원된 이유라는 설명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가검물 검사 결과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은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5월11일 언론에 보도 자료를 통해 확산이 염려되는 감염병은 아니라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5월 20일 질병관리본부의 ‘주간건강과 질병’에 게재된 중앙역학조사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질환이 기존에 알려진 급성간질성폐렴의 중요한 소견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 동일한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환자들의 공통적인 요인 조사 결과로는 초기 증상이 모두 3월 중에 발생하였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지역, 흡연력, 여행력 등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가정 내 가습기 사용자가 3명, 한약 복용자가 3명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런 상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중환자실 호흡기내과 의사들이 작성한 세심한 차트 덕분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아산병원 이무송교수팀(이무송, 김화정, 정미란, 유용만)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여, 5월 12일(행정적인 공식 시작일은 6월1일)부터 조사가 시작되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연구진, 질병관리본부, 기타 대학의 역학 및 독성학 전공자들이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하였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아닌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조사되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교수들의 농약 등 화학물질에 의한 폐섬유화 소견과 유사하다는 의견, 해당 환자의 가정 방문시 확인된 다수의 생활화학제품 등이 심도 깊은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조사를 하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감염병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법적으로는 질병관리본부는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할 책임은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권한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역학조사 실시를 결정한 질병관리본부 지휘부의 용기는 칭찬할만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수많은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학조사 결과 이무송교수의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집단에서 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47.3배나 높음을 밝히는 개가를 얻었다. 가습기 살균제 환자들에 대한 심층조사, 세포독성 실험 등도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사실상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에게서 질병이 많이 발생한 통계결과와 단순 독성실험결과였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밝히려면 호흡독성실험을 실시하여야만 했다. 그러나 상황의 긴박성을 감안해서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하여 질병관리본부의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은 8월3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 추정’을 국민들에게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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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행정권한이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에 없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해당 기업에게는 출시 자제를 권고하였다. 당시 언론을 보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당국에서 요청한 만큼 따르겠다고 하며 유통된 제품도 수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이처럼 인과관계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결론을 도출해서 서둘러 대국민 발표를 하게 되기까지는 한양대 최보율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문가 위원회의 자문도 훌륭한 역할을 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전문가들이 국민들이나 의료진에게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알리지 않아 큰 혼란에 빠뜨린 것과 대조되는 전문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흡입독성실험은 6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가습기가 많이 사용되는 겨울철 이전에 결과를 밝히기 위해 3개월이라는 단기간으로 실험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동물실험에서도 조직병리 소견이 환자와 동일하게 나타나 진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동물실험이 최종 완료(2012년 2월 6일)되기 이전에 단계적으로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단 강력 권고(2011년 11월 4일), 강제 수거(2011년 11월 11일) 등을 실행하였다. 지금까지 관리대상 밖에 있던 가습기 살균제를 약사법에 의한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것은 동물실험이 종료되기 전인 2011년 12월 30일이다.

이상의 경과를 살펴보면 최근 언론에서 서울아산병원 소아학과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환자들을 2006년, 2008년에 발견해 보고 했으나 질병관리본부에서 5년이나 무시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은 지독한 왜곡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언론에서 보도의 근거로 사용한 두 논문을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면 그런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 급성간질성폐렴’이란 논문은 2006년 3월 6월까지 발병한 15례의 경험을 보고한 논문이다. 입원 시 임상적 특성, 검사소견, 방사선학적 소견, 병리학적 소견, 치료 및 예후를 적고 있고 생존군과 사망군을 비교하였으나 위험인자는 아무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결론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논문이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는 서울대 의대 박준동 교수로 되어 있고, 제 1저자는 서울아산병원 전종근인데, 이 논문은 동시에 제1저자의 연세대학교 석사논문이기도 하다. 지도교수는 연세대 김동수 교수인데 특이하게도 학술논문에는 저자에서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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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급성간질성폐렴의 전국적 현황 조사는 교신저자는 울산대학교 소아과학교실의 홍수종 교수이며 제 1저자는 김병주이다. 전국 23개 병원에 설문을 돌려 급성 간질성 폐렴 환자 78명의 환자 자료를 모아 분석하였고, 서울지역 5개 병원에서 발생한 9례에 대해 검체를 수거하여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해서 바이러스를 확인한 것이다. 봄철에 발병한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요인을 확인한 것은 없고 78명의 환자 자료 중 폐조직검사는 20례에서만 이뤄져 질병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고찰하고 있다. 원인으로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두 논문은 아무리 상세히 뜯어 봐도 가습기 살균제는 물론이고 그와 유사한 환경적 요인조차 가능성 있는 원인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언론이나 일부 학자들이 이 논문이 가습기 살균제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라고 소개하는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두 논문 모두 질환명을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적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병과 다르기 때문에 일부는 몰라도 전부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환자인지도 불명확하다. 그리고 급성간질성폐렴이나 유사 질병에 관한 논문은 그 전에도 다른 학자들의 연구 성과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간질성폐렴으로 알고 환자를 봤고 나중에 그 환자들의 일부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일 수 있겠구나라고 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병원의 동료 교수들이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규명을 해나가는 과정에 일부 참여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규명의 주인공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들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조사에 즉각 착수하지 않아서 희생자를 늘렸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바이러스 검사를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한 것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논문 참여자로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것 때문에 질병관리본부가 논문만 쓰고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논설을 쓴 어떤 유력 언론사 논설위원도 있었다. 논문 작성의 과정을 모르거나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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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까지 어렵게 쓸 필요도 없이 환자를 발견하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교수처럼 전화로라도 신고하면 되는 것이다. 결과도 명확하지 않고, 원인도 제시하지 않은 수많은 논문 중의 하나로 정부가 구체적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자기는 다 알고 있었는데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문제가 됐다는 말을 하는 부류가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누가 알아들을 것인가?

우리 모두 몰라서 발생한 비극이고 함께 참회하고 각자 역할의 부족함을 탓하고 보완해야 하는데, 속죄양 찾아 죄를 씌우려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언론매체와 언론인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사건에 대한 분석 능력과 판단 수준이 이 수준인 것이 바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아무리 미워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규명에 질병관리본부라는 정부기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방법이 없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정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잘 한 것도 부정하고 반대로 매도하면 어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일을 할까.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해서 구체적 사실을 모르고 있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고 속이는 것은 죄악이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비겁한 나라에 희망이 없다.

지금 현재의 가습기 살균제를 둘러싼 혼란은 2011년 원인 규명 이전에 생긴 환자들에 대한 책임규명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사태의 재발방지가 불충분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만은 오래 전에 확실하게 규명된 것이다. 아산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소아학과 교수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역학연구의 진수를 보여준 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의 이무송교수팀의 역량이 어우러져 더 큰 비극을 막았다.

필자가 지금 현재는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환경보건센터 지정을 받아 환자 진단에 애쓰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학과 교수와 감정이 있을 리도 없고, 질병관리본부와 이해관계도 전혀 없다. 단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 몸통을 제대로 찾아 개혁이 이뤄지기를 소망하고, 지식인으로서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언론들도 가짜 영웅 만들기를 그만 두고 진짜 훌륭한 성과를 만든 이들을 찾아 격려해야 한다. 검찰수사 이후 벌어진 언론들의 사실 왜곡,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미디어홍보국 은 숙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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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또 어느 별에서 오신 분일까요/ 사열식의 우로 봐 시간 같은 낯선 고요 속에서 생각해요/ 당신은 그 별에서 어떤 소년이셨나요 // 기억 못 하겠지요 그대도 나도/ 함께한 이 낯설고 짧은 시간을/ 두고온 별들도 우리를 기억 못할 거예요/ 돌아갈 차표는 구할 수 있을까요/ 이 둔해진 몸으로/ 부연 하늘 너머 기다릴 어느 별의/ 시간이 나는 무서워요/ 당신도 그런가요" 「은하통신」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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