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자연장과 수목장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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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수목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자연장 또는 수목장이 출현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사후 공간의 부족이다. 서울시립묘지의 경우 이미 1998년부터 매장이 금지되었고, 시립납골당의 경우 2003년부터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권자에 한해서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의 공원묘지는 2012년, 납골당은 2011년이 되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는 화장 선호도 및 화장율의 폭발적 증가이다. 한국 갤럽에서 2006년 3월에 발표한 화장 선호도 조사를 보면 1994년 32.8%였던 화장 선호도가 2001년 62.2%를 거쳐 2006년에는 77.8%로 증가하였다. 실제 화장율도 급격하게 상승을 하고 있는데 1991년 17.8%를 보였던 화장률은 2005년 52.6%에 이르렀고 2010년이 되면 70%에 달할 것이라 해당 부서는 추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사후 공간 부족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전국의 공원묘지는 2012년, 납골당은 2011년이면 포화 될 것이라 추정한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공원묘원 전경 ⓒ이철재
▲ 우리나라의 사후 공간 부족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전국의 공원묘지는 2012년, 납골당은 2011년이면 포화 될 것이라 추정한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공원묘원 전경 ⓒ이철재

셋째는 매장문화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인식되어온 납골시설의 폐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2002년 장묘문화 관련 언론 기사 341건 중 매장 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는 단 8건이나 납골문화 확산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기사가 65건에 이뤘다. 내용을 살펴보면 납골문화가 현대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조직폭력배가 납골묘 분양 사업에 개입하거나 신종 투기사업으로 사기 사건이 속출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납골 문화는 고가의 석물 사용, 자연한경 훼손이라는 매장문화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을, 산림청은 수목장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5일 ‘자연장 제도 도입…. 묘지 국토잠식 해결’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는 것을 알렸다. 봉안묘의 과도한 석물 사용 규제를 위한 규격 재정, 장례식장의 영업신고제 등이 장사법 개정의 주요 내용이이만 보도자료 제목에서 보듯이 자연장 제도 도입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 전통적인 매장 관습은 산림 훼손을 야기하고 분묘는 체 3대를 넘지않고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의 장묘 관행이다. 백두대간 능선의 분묘로 잘려나간 수목. ⓒ 이철재
▲ 전통적인 매장 관습은 산림 훼손을 야기하고 분묘는 체 3대를 넘지않고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의 장묘 관행이다. 백두대간 능선의 분묘로 잘려나간 수목. ⓒ 이철재

산림청은 자연장이 아닌 수목장 개념으로 보다 적극적이다. 2004년 9월 고 김장수 고려대 농과대학장의 수목장을 계기로 산림을 보호하고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수목장을 적극 장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 임종국 임업가의 수목장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지리적 여건,
산림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을 마련하여 수목장림 조성 후보지 조사에 나섰으며 최근 전국 국유림 10곳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하여
올 하반기부터 본격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보건복지부와 산림청은 각각 자연장과 수목장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앞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산림청이 제시하고 있는 통계에 대한 문제이다. 두 관청 모두 자연장과
수목장 추진 배경으로 분묘로 인한 국토 잠식과 환경훼손을 꼽으며 근거로 ‘우리나라의 분묘는 2천만기로 전국토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20만기(최근 보건복지부 보도 자료에는 13만기로 수정)의 새로운 분묘가 조성되어 800ha, 즉 여의도 크기보다 큰 토지
및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에도 똑같은 통계가 사용되었다. 2000년 초반 원지동 추모공원을 다루면서도
같은 통계가 사용된다.

1991년 당시의 전국 화장률은 17.8%였고 2005년은 52.3%다. 결과적으로 화장률 증가 및 납골당 안치 등과 무관하게 무려 15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이(?) 여의도만 한 크기의 묘지가 늘어난 셈이다. 가장 정확하고 과학적이어야 할 기초 통계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둘째는 자연장 또는 수목장의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말부터 매장문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리 사회에
제시된 것은 납골문화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납골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장묘문화 개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납골문화는
민간업자들에 의해 지나친 상업주의에 빠져 과도한 석물사용, 자연환경 훼손은 물론, 이전 매장묘 개발 시 발생했던 투기성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였다. 현재의 장사법 개정안은 상업화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납골문화의 폐단을 쓰라리게 경험했음에도 또다시 어떠한 대책도 없다.

셋째는 산림 훼손 가능성이다. 스위스와 독일의 경우처럼 산림 속에서 치르는 자연장 또는 수목장은 원칙적으로 산림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아직 숲을 볼 수 없다. 1년에 1, 2회 찾는 성묘시기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성묘객들로
인해 무분별하게 숲을 헤집어 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산림청에서는 한국형 수목장 후보지로 천연 혼효림을 언급하고 있다. 천연 혼효림 지역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수목장 시설을 설치함으로서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되면 천연 혼효림으로서의 의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또한 국토
산림을 보전보다 경영의 관점이 우세해 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

지난 1월 산림청은 대통령에게 현재 62조원 수준의 산림가치를 2010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 보고했다. 이를 위해 5대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인 사업의 하나로 수목장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했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수목장을 통해 산지와 수목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매장문화와 납골문화의 공통적인 폐단은 자연환경 훼손, 산자만을 위한 호화로운 시설, 고비용, 상업주의 만연에 따른 투기, 사기 등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장사법 개정과정에서의 자연장과 수목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전 시대처럼 똑같은 문제가
재현 될 가능성이 높다.

▲ 스웨덴의 숲 속 묘지. 멀리서 보면 숲인지 묘지인지 구분 할 수 없다. 스웨덴 인들은 묘지를 위해 숲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숲을 방해하지 않으며 묘지를 조성한다. 또한 기존 장묘 시설에 산골, 익명장 등을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 Skogskyrko Garden ⓒ 이철재
▲ 스웨덴의 숲 속 묘지. 멀리서 보면 숲인지 묘지인지 구분 할 수 없다. 스웨덴 인들은 묘지를 위해 숲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숲을 방해하지 않으며 묘지를 조성한다. 또한 기존 장묘 시설에 산골, 익명장 등을 활용하고 있다. 스웨덴 Skogskyrko Garden ⓒ 이철재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기존 공설 묘지 재사용이다. 충청남도에는 모두 651개, 560여 만 평에 이르는 공동묘지가 있는데 최대 80%가 무연고 분묘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립묘지의 경우도 8만 여 기중 1만 여 기가 무연고 분묘이다. 연고가 있는 묘지와 무연고 분묘를 개장한 후 그 지역에 새로이 나무를 심어 수목장 또는 자연장을 시행한다면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는 지나친 상업화 방지를 위해 수목장을 공설시설에서 우선 시범 운영 하는 것이다. 장묘문화, 산림 생태 분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한국형 수목장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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