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DMZ 보전 핵심지역부터 체계적 보전계획 필요”

지난 12월 9일 ‘DMZ 일원의 지속가능한 보전방안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독일 환경자연보호연맹(BUND,
지구의 벗 독일) 카이 프로벨 박사는 “DMZ 지역은 매우 잘 보전되어야 할 핵심지역이지만 개발압력이 크다”면서 “통일이 되기
전 적절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보전계획을 가지고 통일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환경자연보호연맹 등 독일의 환경단체는 지난 1989년 통일 이후 접경지역을 따라 형성된 야생동식물 서식지를 그린벨트라고
이름짓고, 그린벨트 내 개인 소유의 땅을 매입하는 등 생태서식지 네트워크 연결 체계로서 그린벨트 생태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음은 심포지엄을 마친 카이 프로벨 박사와 함께 ‘통일 이후 독일이 진행하고 있는 국경지역의 생태계 보전 과정’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다.

▶ DMZ 일원을 둘러본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한국의 DMZ 일원에 대한 첫 느낌은?

– 한국에서의 DMZ 일원에 대한 상황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특히 양구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DMZ 북녘 땅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독특한 자연 유산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두타연을 갔을
때도 이 지역이 국가의 자연유산으로서 향후세대를 위해 상징적으로 남길 희망했다. DMZ는 다른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다.

▶ 동·서독을 나누었던 철의 장막이 유럽의 생명선으로
거듭나 국경지역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그린벨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철의 장막이 걷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전부터 진행되었던 접경지역 생태조사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 독일 그린벨트에 대한
생태조사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달라.

– 과거 1975년부터 독일 환경자연보호연맹(BUND)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서독 접경지역의 새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동서독 접경지역이 멸종위기에 있는 동식물에게 중요한 서식지이며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을 알게 되었다.
이 조사는 1989년 독일이 통일되고 접경지역에 ‘그린벨트’라는 이름으로 보전지역이 설정되면서,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특히 2001년에 처음으로 1400km에 달하는 독일 그린벨트 전 지역에 대한 생태계 조사가 실시되었는데, 12명의
생물학자가 참여한 이 조사는 주로 숲이나 초지 등 서식지 형태를 확인하고 이를 지리정보시스템(GIS)를 이용하여 지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 조사를 통해 109 종류의 서식지가 그린벨트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다양한 종류의 새와
동식물도 확인됐다.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일 그린벨트 생태조사는 그 지역의 생태계 중요성을 확인하고 알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같다.

– 현재 독일 그린벨트 내에는 독일 정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1천여 종 이상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잡지 GEO의 후원으로 ‘생물종의 날’을 맞아 그린벨트 내에 있는
모든 동식물 종의 숫자를 세는 행사가 있는데, 2003년 8월 행사에는 2백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그린벨트 전
지역에서 5,200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음을 하루만의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 중요성이 확인된 생태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그린벨트 내 연방정부 소유의 땅이나 사유지를 초록주식을 통해 매입한다고 했는데, 초록주식이란 무엇인가.


– 2001년부터 BUND는 그린벨트 안팎에 있는 사유지를 매입하면서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초록주식’을 발행했다. 이 주식은 65유로(약 8만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에게 주는 증서인데, 이미 9천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초록주식을 구입했고, 매년 2천5백여 장 정도가 판매된다.

초록주식 주주들은 무엇보다 접경지역 생태의 보존에 대한 높을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생성된 기금은 그린벨트
내 토지매입은 물론 홍보, 정계 로비, 실행을 위한 프로젝트 등의 활동에 지원된다. 초록주식은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많은데, 크리스마스 2-3주일 전에 가장 잘 팔린다.

▶ 토지사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농업이 독일에서는
오히려 그린벨트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독일 그린벨트는 폭이 1백-2백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 좁고 기다란 띠 모양의 땅이다. 이 그린벨트 양쪽 옆에는
각종 곡물을 비롯한 농작물들이 집약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특히, 독일 저지대의 경우에는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에 그린벨트
지역까지도 농작물을 재배하려는 압력이 크다. 과거에 동서독으로 분단이 되기 전에는 농지였던 그린벨트에서 다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농민들도 있다. 그래서 더욱 그런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내의 사유지를 매입하려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 새로 출범한 연합정부는 그린벨트를 국가의 자연유산으로 언급하고, 자연보호를 위해 연방소유의 그린벨트
토지를 연방 주들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의 지속 가능한 보호를 위해 고군분투해온 사람들 노력의 결실이다.

▶ 독일의 경우 서·동독뿐만 아니라 유럽 그린벨트를
이끌어 냈다. 이는 각 국의 협력과 지원정책이 중요한 것 같다. 계기가 있었나?

– 유럽 그린벨트를 설정하여 보호하자는 생각은 2003년에 처음으로 제안되었고, 2004년 9월에 헝가리에서 유럽
그린벨트에 관한 첫 회의가 열렸다. 핀란드와 러시아에서 그리스, 터키에 이르기까지 22개 국가에서 온 80여명이 이
회의에 참여했다. 각국의 환경장관과 정부, 국립공원, NGO 관계자 등이 모여 유럽을 가로지르는 그린벨트 설정의 목적과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생태관광의 역할과 전망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알바니아와 같은 발칸반도 지역의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생태관광을 통한 수입 확대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러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을 가로지르는
유럽 그린벨트는 생태관광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그린벨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러한 국가들에게 좋은 생태관광
마케팅 수단이 된다.

▶ 그렇다면 한국 DMZ와 민통선 지역의
향후 어떻게 보전되어야 할까?

▲ 독일 BUND
카이 프로벨 박사 ⓒ 마용운

– DMZ는 매우 잘 보전해야할 핵심지역이다. 비무장지대에서의 생태관광은 가능하겠지만, 농업이나 주거지, 산업단지로
개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민통선 지역의 일부 주요 지역도 마찬가지로 잘 보전되어야 한다.

지금의 군사시설들을 그대로 두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 가운데 일부 지역은 앞으로 통일이 되면 산업시설로 개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남북한이 통일되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이 아니라 훨씬 북쪽의 북한 지역, 특히 과거에 산업이 발달했던 곳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15년 전에 독일이 통일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사람들은 동서독 국경지역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실제로는
구 동독지역의 기존 산업시설이 있던 곳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국 DMZ 일원의 중동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은 집약적인 농업을 하거나 산업시설이 들어오기에는 지형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한 산간 계곡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생태 및 역사 관광이 통일 이후에도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다. 잘
보전된 자연환경을 가진다는 것은 이 지역이 가진 자산이자 보물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이 파괴되면 통일 후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철원이나 서부 저지대 일부는 통일이 되면 개발압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곳은 통일이 되기 전에 적절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야 할 것이다.

구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되고 체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약 1년 정도의 과도기가 있었다. 동독의 경우, 철의 장막이
제거된 이후 1년 후에 공식적으로 통일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동독 지역에 10곳의 국립공원을 새로 지정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도 구소련이 붕괴된 직후에 여러 곳의 국립공원이 새로 만들어졌다. 한국도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시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사전에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대비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환경연합에서 이러한 고민을 지금부터 하고 있으니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통일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카이 프로벨 박사는 “DMZ와 그 일원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특히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나 유엔환경계획(UNEP)과 같은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프로벨 박사는 “환경연합이 DMZ 일원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에 관해 좀 더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면 그만큼 더 국제사회의
관심은 커질 것”이라면서, “독일의 그린벨트와 한국의 DMZ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환경단체 사이에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 사이버기자 조한혜진
인터뷰통역/ 국제연대팀 마용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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