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DMZ의 생명들을 만나러 가다

DMZ의 생명들의 겨울나기

 

겨울치곤 다소 포근했던 지난 2월 20일과 21일(토~일) 양일간 DMZ 파주지역과 철원지역을 다녀왔습니다.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석일웅 수사님을 비롯한 회원 3인과 독일에서 온 새를 사랑하는 롤란드 부부가 함께 하였습니다. 파주 지역은 파주환경운동연합 정명희 사무국장이, 철원지역은 철원두루미학교 진익태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먼저 찾은 파주 민통선 내 장단반도 지역은 임진강 강가로 깨진 얼음조각들이 바위처럼 쌓여 흡사 주상절리 같은 경관을 연출했습니다. 임진강변에는 비오리, 가마우지 같은 잠수성 조류들이 먹이를 사냥하느라 연신 하늘을 향해 엉덩이를 보이며 물 속을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불리는 임진강 하천정비사업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강변의 누런 갈대습지와 농경지에는 꿩과 고라니들이 평화로이 노닐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먹이를 준다는 장단반도 독수리 먹이터에는 300여마리의 독수리들이 빼곡히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독수리 보호를 위해 설치한 전봇대의 절연장치에 앉아있는 독수리 ⓒ 파주환경연합 정명희

독수리 보호를 위해 설치한 전봇대의 절연장치에 앉아있는 독수리 ⓒ 파주환경연합 정명희

 

우리나라에 월동하러 찾아오는 독수리들은 매나 황조롱이처럼 사냥을 통해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죽어있는 사체를 먹습니다. 그래서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바람의 기류를 타고 뱅글뱅글 돌며 큰 날개로 활강하는 황제같은 독수리가 땅 위에서는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큰 덩치를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은 매우 귀여워보였습니다.

평상시 독수리들은 전봇대 위에 앉아 전선을 쪼아대어 감전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한국전력에서 독수리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으로 절연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5월까지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파주환경연합 정명희 국장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도 좋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새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전선은 모두 지중화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2009년 농경지의 280개 전봇대를 제거하였는데 파주에서도 그런 변화가 일어나길 조심히 기대해 봅니다.

 

파주 백연리의 농경지 변화 ⓒ 환경연합 김현경

파주 백연리의 농경지 변화 ⓒ 환경연합 김현경

 

통일촌 마을 뒷편의 백연리 농경지로 이동하여 두루미 21마리를 관찰하였습니다.  파주지역은 두루미보다는 몸통이 잿빛인 재두루미가 더 많이 찾습니다. 드넓은 농경지가 있어 두루미 활강과 채식에 적합한 파주와 철원 평야는 인삼밭과 비닐하우스 조성으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삼밭은 다량의 농약 사용으로 독극물에 의한 두루미의 피해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철원 민통선 내 먹이를 섭취 중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들 ⓒ 환경연합 김춘이

철원 민통선 내 먹이를 섭취 중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들 ⓒ 환경연합 김춘이

 

민통선 중부에 위치한 철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드넓은 평야와 민통선이라는 제한된 출입으로 인해 많은 두루미와 기러기들이 채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두루미는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제비복을 입은 자태가 매우 우아했습니다. 우리는 채식 중인 두루미들이 날지 않도록 조심히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차량의 움직임에 민감하지 않은 두루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람에게 친숙해진 일본이즈미에서 날아왔기 때문이라는 진익태  선생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해방전 철원군은 인구 2만명의 수돗물을 먹을 정도로 번화한 고장이었다고 합니다. 한국 전쟁 이후 남북 분단을 겪으면서 현재 철원은 우리에게 평화와 생태라는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있는 지역입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튿날 새벽 두루미들이 잠자고 있는 토교저수지로 이동하였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발가락과 안면이 얼얼했지만 기러기들 1만여마리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기러기들이 떠나고 저수지 얼음 위에서 자고 있던 두루미 400여마리들도 오전 8시경 모두 채식활동을 위해 날아갔습니다. 푸른 창공에서 아름다운 날개짓으로 날아가는 두루미의 모습과 울음소리는 한 편의 영화같았습니다.

철원 토교저수지의 두루미들 ⓒ 환경연합 김현경

철원 토교저수지의 두루미들 ⓒ 환경연합 김현경

 

아이스크림 고지에서 활강하는 독수리도 관찰하였습니다. 아이스크림고지의 본래 이름은 삽슬봉으로 봉수지의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6.25 전쟁시 3만발의 폭격으로 산이 녹아내려 모양이 아이스크림 같다고 하여 아이스크림고지라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이스크림고지에서 희미하게 보였던 백마고지는 한국 전쟁 당시 12일동안 24번이나 고지 탈환 주인이 바뀌었다니 얼마나 전쟁이 치열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루미들은 번식과 월동을 위해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이즈미로 이동합니다. 과거 북한의 평야도 두루미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지만  식량난으로 인해 더 이상 북한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고속철도와 도로 건설, 신도시 건설, 4대강 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두루미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점점 민통선과 순천만 등 일부 지역으로 두루미 종류들이 몰리는 이유를 우리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동아시아 의 중요한 이동통로입니다.  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이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오게 하려면 논농사가 꼭 유지되어야 합니다. 논은 사람들에게도 주요한 식량공급처이지만 철새들에게도 먹이터로 매우 유의미한 곳입니다. 벼 탈곡과정에서 3-4%의 낱알이 땅에 떨어져 두루미의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파주와 철원평야를 찾는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기러기는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지표입니다. 사람에게 잠자고 쉬고 먹는 장소가 필요하듯이 그들에게도 휴식처, 채식처, 잠 잘 곳은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들 서식지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논에서 한가로이 낱알을 먹는 아름다운 두루미의 모습도,  수만마리 날아오르는 기러기의 장관도 우린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김현경

김현경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조직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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