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뉴타운 취소소송 낸 중화동 사람들

서울 중랑구 중화2동에 사는 주문근(76)씨는 요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화동과
묵동 일부지역이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집을 냉놓고 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씨는 군 예편 후 고생고생하며 모은
돈으로 1988년 중화동에 집을 짓고 18년째 살아오고 있다. 이제 고령과 지병으로 인해 다른 일은 할 엄두도 못 내고 다만
방 7개에 세를 놓아 한 달에 약 150만 원 정도 버는데, 이 수입이 주씨 부부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문제는 뉴타운 개발로
받을 보상비로는 이주 후 전세로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 이후의 생계수단도 막막하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는 주씨와 비숫한 처지에
놓인 노인들이 유난히 많다.

주민들이 중화뉴타운 지정을 반대하는 까닭

▲8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중화뉴타운 지역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상대로 중화뉴타운 지구지정을 취소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중화묵동뉴타운반대대책위원회

지난 8월 18일 중화뉴타운 건설을 반대해온 <중화묵동뉴타운반대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상대로 중화뉴타운 지구지정을 취소청구하는 행정소소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서울시와 중랑구청이 처음부터 지역특성이나
지역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주민 여론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밀실행정과 탁상공론으로 지구를 지정했고, 그 동안 서울시에 지구지정을
철회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으나 잘못을 시인하기는 커녕 밀어붙이기식으로 계속 강행하려 해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하게 됬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대체 중화동 주민들이 도시재개발사업인 중화뉴타운을 반대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중화뉴타운은 2003년 11월 중랑구청장의 신청에 따라 서울시가 2차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중화뉴타운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중화뉴타운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중화뉴타운은 중랑구 중화2,3동과 묵2동의 일부를 포함, 도합 118만4380평방미터(35만
7천평)의 면적에 건설될 예정이다. 지정 당시 상습침수지역이던 이곳은 수해예방형 뉴타운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또한
도로폭이 좁아서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문제도 뉴타운 지정의 사유가 됐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중화뉴타운은 일반적인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크게 결여하고 있다.
오선 노후, 불량주택의 비율이 턱없이 낮다. 지구지정을 위해서는 노후, 불량건축물 비율이 전체 건축물 총수의 3분의 2이상이어야
하나 중화뉴타운의 경우 27년 이상 노후주택의 비율이 23퍼센트에 불과하다. 접도율(계획구역내에서 너비 4미터 이상 도로에 접해
있는 주택의 비율)도 지구지정을 위해서는 30퍼센트 이하가 되야 하나 중화뉴타운은 너비 6미터 이상 도로를 기준으로 해도 34퍼센트가
넘어 도로정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수해예방형 뉴타운의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지역은 이미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화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개선공사를 완료하고
2005년까지 약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랑구 전체의 하수관거 개량 및 확대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4년 초 서울시가
약 2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강남북을 통틀어 최대 용량인 중화2빗물펌프장을 증설하는 등 이미 수해방지대책이 거의완료된
상황이다.

<표> 2차 뉴타운지구
현황

다른 뉴타운 지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표 참조), 2차 뉴타운 12개 지구의 대부분도
27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이 채 50퍼센트가 되지 않으며 정비예정구역(주가밀도 등 관련법규에서 정하는 구역지정요건에 부합하는
곳으로 전면재개발이 불가피한 곳에 지정된다)으로 지정된 면적비율도 낮은 곳이 많다. 심지어 첨호, 방화, 영등포 지역은 정비예정구역이
아예 없다. 이는 뉴타운사업이 주택재개발이나 정비가 필요한 일부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주거환경이 양호한 지역까지 함께 전면재개발하게
되는 폐해를 낳게 됨을 잘 보여준다.

누구를 위한 강남북균형개발인가

지난 8월 24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주최로 ‘뉴타운특별법’ 제정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 중 대다수는 뉴타운사업 자체에 매우 심각한 문젲점들이 내재되 있음을 지적했다.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는 뉴타운사업의 문제점은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주민대책의 문제이다. 1차 시범뉴타운의 하나인 길음뉴타운의 경우 원주민의 재정착율이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같이 비정상적으로 수도권이 과밀화된 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도권에 아무리 많은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결코
충분할 수 없다. 원주민에게 아무리 실거래가에 가까운 보상을 하더라도 개발이익과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부풀려진 개발후, 이 지역에
재입주한다는 것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할 수 밖에없다. 또한 거의 모든 뉴타운지구에서 개발이냐 존치냐의 문제나 개발에
따른 보상문제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금이 가고 평화롭던 지역공동체가 분열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개발방식의 문제이다. 뉴타운사업의 개발방식은 전면철거방식이다. 이 경우 기성 시가지의 정체성이나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는 존치 가능한 양호한 지역까지 철거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뉴타운사업이 서울의 미래상에 대한 마스터플랜 없이 무계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사업이 주요하게 내걸고 있는
명분 중 하나가 강남북균형개발이다. 정책당국자들은 공공연하게 ‘강북의 강남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강북을 제2의 강남으로
만드는 것은 겨코 균형개발이라고 할 수 없을 뿥더러, 서울을 색깔없는 무채색의 도시로 개조하는 사려 깊지 못한 졸속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북이 흡수하고 있는 주거수요는 이미 강남과는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하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유지시키고 있다. 또한
강북만의 독자적인 역사적 가치와 문화를 가지고 서울의 색깔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강남북의 불균형이라는 것은 교육과 문화의
기회, 산업활동이나 사회적 구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지 결코 주거환경르 바꾼다고 해서 그 불균형이 시정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환경보건의 문제이다. 서울의 대기문제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세먼지(PM10)의 문제이다. 미세먼지는 천식이나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데, 최근 민주노동당의 조사에 다르면 우리나라 4세 이하의 어린이 5명당 1명이 천식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PM10 농도는 2001년 기준으로 71㎍/1㎥(입방미터당 마이크로그램)으로 OECD국가의 수도 중 1위이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의 주점은 자동차 배출가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시 총먼지 발생량의 26퍼센트는 건설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대규모 건설로 발생할 미세먼지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8월 29일 3차 뉴타운까지 발표됐는데 이에 따르면
2012년까지 서울에는 26개 뉴타운과 8개 지역균형특구의 대규모 건설공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뉴타운사업 강행, 정치적 의도 의심

뉴타운사업의 심각한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뉴타운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의 뉴타운사업은 우선 3개의 시범뉴타운 사업을 시행한 후 이 시범뉴타운의 성과와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수립한 후 추가로 2차, 3차 뉴타운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범뉴타운 중 한 군데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도 없이 2차, 3차 뉴타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미래상을 좌우할 수 있는 뉴타운사업이 철저한 예측과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서울은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도시이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수도권의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는 개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꼭 개발해야 할 곳을 개발하되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살리고 개발과 보전을 함께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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