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하늘이 보이는 하니동산, 자연 벗삼은 도심 속 쉼터

얼마 전, 올 6월 문을 연 한겨레 9층 옥상생태터 하니동산을 다녀왔다.

하얀 천이 펼쳐지고 그 위에 물이 가득찬 컵이 올려진다. 천의 가장자리를 맞잡고 빙 둘러선 사람들이 긴장하며 천천히 천을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물잔의 물은 천의 팽팽함에 기대어 찰랑거린다.

“자 뒤로 3m 이동합니다!”

생태교육안내자 선생님의 지시에 천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긴장했던 참가자들의 얼굴에 다시 한번 당혹감이 스친다.

“할 수 있습니다. 같이 호흡을 맞추어서 뒤로 3m 이동합니다!”

선생님의 격려에 뒤로 3m 이동. 그리고 천천히 천이 아래로 가라앉는다. 물컵은 여전이 물이 가득 찰랑찰랑. 성공이다! 와~하는
환호소리가 참가자와 지켜보던 사람들에게서 한꺼번에 쏟아졌다.

“천으로는 컵을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셨죠? 할수 있습니다. 옥상에 비오톱을 만드는 것도. 도시안에서 자연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모두들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힘을 합해 천을 당기셨던 것처럼 하면 모두
할 수 있습니다.”

만리동고개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겨레 신문사. 아파트단지와 주택, 사무실로 빼곡하게 둘러 쌓인 짙은 회색건물이
작은 생명을 품기 시작했다. 3층 옥상부, 9층 옥상부 총 1,007㎡ (304평)에 생물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마련되고 빗물이용시스템을
설치하여 자연적인 물 순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환경운동연합·LG환경사랑카드가 함께 해온 생태도시운동의 일환으로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생태건축의 모델로 생태적으로
리모델링해보자는 계획의 청사진 중 일부인 옥상녹화가 녹색문화재단의 도시내소규모생물서식공간조성사업을 지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황량하게 콘크리트를 드러내고 있었던 3층 옥상부. 외부로 완전히 열려있는 공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긴 스텐드도 마련되어
있건만 회색의 우울함 때문에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부 한겨레 구성원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찾지 않는 공간이었다. 버려지다시피한
3층 옥상부를 사람에게 그리고 동식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벽을 돌아 기둥이 곳곳에 있는 이 기묘한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갔다.
먼저 바닥을 깨끗이 씻어내고 방수작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옥상녹화를 고려하고 지어진 건물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기존 건물에
인공지반을 올리는 일이라 철저한 방수가 중요했다.
꼼꼼히 방수시트가 깔리고 그 위에 방수판, 인공토양 등을 깔아 인공지반을 만든다. 건물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가볍게 만들어진
인공토양 위에 식물들이 하나둘 옮겨진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 식물을 심는것이 불가능한 동선에는 초록색 잔디블럭이 깔렸다.
최대한 건물 지면을 흙과 식물로 덮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빗물을 많이 머금게 하려는 노력이다. 아무도 앉고 싶어하지
않던 스텐드는 예쁜 나무블럭이 덧잎혀졌다. 그리고 역시 스텐드 위 여분의 공간에도 식물을 심기위한 컨테이너가 설치되었다.

한겨레 9층 옥상부는 휴게공간이 부족한 한겨레사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쉼터였다. 이미 옥상정원이 만들어져있었지만,
대부분이 벽돌로 마감된 산책로였고 녹화된 부분 역시 잔디와 꽃나무, 소나무 중심으로 조성되어 9층 옥상부에서 바로 건너다
보이는 효창공원의 나비와 벌들이 즐겨 찾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 9층 옥상부의 달라진 모습.

첫번째는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벽돌을 뜯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벽돌이 빠지고 새로 생긴 공간은 인공지반을 채워갔다.
잉어가 사는 수족관 같던 연못은 물을 빼고 덩굴식물들을 가득 심어 새로 생긴 생물서식처를 보호해주는 차폐공간으로 바꾸어줬다.
예민한 수중생물과 새들을 위한 새로운 습지가 가장 안쪽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안전하게 자리잡았다. 호기심 많은
관찰자들은 관찰대에 올라서 고개를 쑤욱 내밀어야만 키 큰 식물 너머의 습지를 만날 수 있게 했다. 가능한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토양과 식물 대부분은 적절한 자리에 다시 배치해주고 뜯어낸 벽돌은 요소요소에 경계석으로 다른 공간의 마감재로
재사용했다.

▲ 빗물을 모으는 빗물탱크

새로이 만들어진 공간의 관수를 자연적인 물순환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빗물이용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공간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는 한겨레사옥에서 빈 공간을 찾기 쉽지 않았고 결국 기증받은 2개의 탱크중 1개만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획한 필요용량을 완전히 소화할 수는 없었지만, 300여평에 이르는 녹화공간을
수돗물이 아닌 빗물을 이용해 관수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
옥상부의 빗물홈에서 모여 빗물탱크에 저장된 물은 비가 오지 않거나 증발량이 많은 시기에 3층 옥상부와 9층 옥상부의 식물들에게
직접 관수되고 9층 옥상부의 습지에 상시적으로 물을 공급하게 된다. 수돗물을 이용하지 않음으로 금전적 이득일 뿐 아니라 자연적인
물순환에 가장 가까운 상태로 생물서식공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한겨레사옥에 생물서식공간을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에 인공지반에 비오톱이 가능하겠냐는 의문과 우려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미 찾을
수 있는 평지의 모든 공간을 녹화하여도 이 회색도시의 열섬현상을 막고 집중호우가 홍수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너무
많이 도로와 건물로 메꾸어져 버린 도시에서 무엇이 도시의 온도를 식혀주고 비를 머금어 천천히 흘려보낼 수 있을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 외에 답은 없을 것이다. 직각으로 세워진 벽을, 공중에 떠 있는 옥상을 입체적으로
녹화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그 해답이다.

옥상녹화와 빗물이용시스템을 위해서는 기존의 건축비보다 조금 더 많은 비용의 지출이 필요하고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회피의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옥상녹화로 인해 얻어지는 이산화탄소의 절감,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 증가라는
효과는 장기적으로 초기비용을 넘어서는 이득을 가져온다. 또한 빗물이용시스템 역시 건물 하나하나에서 수돗물 비용 절감 등의
효과 뿐 아니라 각 건물의 빗물이용시스템이 모여 도시 전체의 비정상적인 물순환(도시의 모든 빗물은 하수관으로 바로 흘러 들어간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 한겨레 하니동산은 회색도시 안 다른 삶, 자연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겨레 하니동산에서 얻은 것은 자연이었다. 습지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에 귀기울이고 날아드는 곤충과 새들에
놀라워 하고 덩쿨에 매달리기 시작한 파란 포도송이를 매일매일 지켜보는 기쁨. 생물서식공간 조성을 위해 옥상부 일부를 희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자연은 주었던 것의 몇 배를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었다. 회색도시 안에서도 다른 삶이 가능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더해서
말이다.

모두들 판자가 없다면 손을 대지 않고 물컵을 옮길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판자 없이 천을 이용해서 컵을 옮길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과 약간의 노력과 마음을 합한다면 재미와 즐거움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글, 사진/ 생태도시센터 김수정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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