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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새에서 엿본 아픔과 기적

며칠 전,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모래사장 위에 갓 부화한 흰물떼새의 모습이 담긴 사입니다. 이름과 달리 작은 새는 거무튀튀한 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포털 검색창에 ‘흰물떼새’라고 입력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물떼새과 조류로 갯벌, 해안의 모래밭, 삼각주, 하천부지와 염전에 도래한다. 주로 곤충류, 거미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크기는 약 17.5cm.

아는 게 생기니 흰물떼새와 더욱 가까워진 듯합니다. 얼마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사진 속 흰물떼새는 태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물떼새 번식지 중 한 곳에서 촬영한 것 같았습니다. 공단측은 물떼새의 번석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것을 들어 기름유출사고로 검은 기름에 뒤범벅 됐던 태안의 생태계가 회복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눈에 익은 또 다른 새가 있습니다. 그 새는 기름을 뒤집어 쓴 ‘뿔논병아리’입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고향이 태안입니다. 낳고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한때 고향마을 설명하려면, 여러 가지 단서조항을 달아야 했습니다. 그만큼 “태안”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7시 15분 경,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삽시간에 유출된 1만 2547킬로리터가 태안해안을 뒤덮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지역주민은 검은 기름에 뒤범벅되는 태안해안을 바라보며, “아이고”란 곡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기름유출사고 첫날의 모습이고 세계가 태안을 기억하는 이미지입니다.

ⓒ태안군청

ⓒ태안군청

태안으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자원봉사자”라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사고발생 날로부터 멀어질수록 자원봉사자의 수는 곱절로 늘어났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은 이젠 “사람 띠”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렇게 123만 자원봉사자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실로 감동적인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기름 범벅된 돌덩어리를 닦던 자원봉사자. 태안군청 한 귀둥이 창고에 산더미로 쌓여 있는 후원물품. 도로가 막힐 정도로 방제작업 현장으로 물밑 듯이 향하는 차량…등 잊지 못할 기억들이 많습니다.

ⓒ정대희

ⓒ정대희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생태계 회복까지 10여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말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도 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안은 달랐습니다. 사고발생 8년이 지난 지금, 태안해안은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금빛 모래알이 눈부시고 파란 물빛이 반짝이는 해안으로 돌아왔습니다. 각종 자료를 살펴봐도 “생태계 회복 중”이란 의견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6월 5일, 오늘은 환경의 날입니다. 1972년 국제연합 인간 환경회의가 열린 것을 기념하여, 국민의 환경 보전 의식을 기르고 실천을 생활화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태안의 아픔과 기적을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라는 위험에 당면해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안데스산맥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2도가 상승하면, 유럽의 수 십 만명이 폭염에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3도 상승은 기후이재민이 발생하고 생물 50%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두 예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지난해 11월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권에 몰려 있는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 80만 년 이래 최고 수준이며,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오는 2011년까지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화일보

ⓒ문화일보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마치 검은 파도에 태안해안 기름 범벅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막막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123만 자원봉사의 힘으로 기적을 이뤘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지구온난화에 대처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07년 12월 겨울, 검게 변한 하나의 돌멩이를 다시 깨끗하게 되돌리기 위해 하얀 방제포가 검게 변할 때까지 닦아내던 자원봉사자가 떠오릅니다. 칼바람 속에서 묵묵히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해내는 모습 뒤에 희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에 촬영한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태안군청

지난 2008년 11월에 촬영한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태안군청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시길 바랍니다.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일이라도 행하시길 빕니다. 하찮은 일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값진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단언컨대, 우리는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태안이 그 증거입니다.

ⓒ정대희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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