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물 정책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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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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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환경 정책은 강과 물을 두고 논란하며 발전해 왔다. 물 관련 이슈들이 뜨거웠고, 끼쳤던 영향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환경사에서 최악의 사고는 1991년 3월 14일의 두산페놀유출이 꼽힌다. 구미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40km 하류에 위치한 대구 시민들은 이틀 동안이나 수돗물을 마시지 못했고, 한 임산부가 후유증을 우려해 낙태수술을 했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낙동강을 흘러 온 30톤의 페놀이 수돗물 정수 과정에 투입하는 염소와 결합해 클로로페놀이 되었고, 이것이 심한 악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두산전자 임직원과 공무원 13명이 구속되고, 두산그룹 회장과 환경처장관까지 퇴진했다. 국민들은 페놀 사고를 겪으면서 환경문제가 주변의 쓰레기 투기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수질 관리 기준이 높아졌고, 20여 년 간 하수처리시설, 하수관거 건설 등에 100조원이 투자되는 길을 열었다. 1990년대 언론의 환경기사가 크게 늘어나고, 환경단체들이 활발해진 배경이 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 동강댐 백지화 운동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운동은 더 많은 댐과 제방이 발전이고 안전이라던 믿음을 흔들었고, 희생된 생명들, 파괴된 경관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 이는 정부 물정책의 중심에 물 수요관리와 하천의 통합 관리 등의 개념을 도입케 했으며, 자연과 사회를 보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인식을 촉구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사업은 또 다른 사건이었다. 이명박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정권이 총동원되어 22조 사업의 성과를 부풀리고 홍보에 열을 올렸음에도, 70%가 넘는 국민들은 반대여론을 형성했다.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환경 파괴, 세금낭비, 절차 위반 등의 문제제기는 정권을 흔들리게 할 정도였다. 국민들은 토목과 담합의 구시대적 물 정책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2015년 물의 날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의 물 정책은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수질은 20년 동안 제자리고, 수돗물을 마시는 인구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으며, 4대강사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나쁘다. 수질 개선 시설들은 과잉으로 설치돼 가동률이 절반에 그치고,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건설한 하수관거들은 부정부패와 예산 낭비의 싱크홀이 된 상태다. 연간 15조를 퍼부은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정부청사조차 정수기를 사용하고 국회에서도 생수를 이용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정부가 수돗물을 버렸는데, 국민들이 누굴 믿고 수돗물을 마실 것인가? 4대강사업을 하면 관리비가 대폭 줄 거라던 대통령은 도리어 사업비 이자와 관리비 등으로 연간 1조원이 더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생각해보니 4대강 사업이 경제활성화 대책이었단다.

어쩌다가 이리된 것일까? 문제들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국민들의 의사가 분명한데도 왜 사회가 나아가지 못한 것일까? 무엇보다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의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사회에서 권력의 눈치를 살피고, 부처와 관련 마피아들의 이익을 쫓는 이들이 승리해 온 결과일 것이다. 4대강사업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기로했다는 여야의 합의가 잊혀지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히 평가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이 흩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또한 중앙부서 관료들이 장악한 물정책의 한계 때문이다. 정책의 계획과 집행을 독점한 체계는 70-90년대 대규모 SOC를 건설하는 시대에는 유용했으나, 시설들이 완비된 이후에도 고집하는 방식들이 과잉개발과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요구가 시민들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물관리체계의 경직성을 개혁하기 위해, 정치권과 국민들이 통제력을 회복되어야 한다. 이제 물 정책의 민주화와 지방자치를 위해 십 수년 지체된 물관리체계의 개편을 본격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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